타당성 분석 용역공고 띄워 ‘첫 삽’…해외 미술품 손쉬운 반출입 등 공항 내 수장고 수요 늘 듯
염두에 두고 있는 미술관은 오르세와 퐁피두로 알려졌다. 그중 퐁피두가 유력해 보인다. 오르세는 해외 분관이 설치된 사례가 없지만, 퐁피두는 2015년 스페인 말라가의 첫 분관 설치 이후 2017년 중국 상하이, 2018년 벨기에 브뤼셀에 분관을 여는 등 해외 분관 설치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퐁피두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려는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다.
2014년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초청으로 방한한 카트린 다비드 퐁피두 센터 부관장을 새만금 사업현장에 초청, 분관 설치 등 공동 사업제안을 했다. 2016년엔 최근 피카소 전시회의 총감독을 맡았던 서순주 박사가 ‘2017년 3월 퐁피두 서울분관 개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둘 다 무산됐다. 미술계는 퐁피두 측이 제시하는 부지 및 건축 비용, 전시 기획료, 작품 대여료, 브랜드로열티 등 조건이 까다로워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 퐁피두 분관의 경우 운영사인 예술특구 웨스트 번들 측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건축비·임대료 외에 매년 약 35억 원에 달하는 전시 기획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201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개관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은 공사비 1억 800만 달러에 루브르 브랜드로열티와 작품 대여료, 전문가 파견비용 등을 합쳐 무려 1조 5000억 원의 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가능할까.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먼저 달라진 대외여건을 든다.
2019년 홍콩사태 이후 아시아 미술시장의 거점인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2019년 10월 서울 옥션의 홍콩 정기경매 낙찰총액은 66억 원으로 2018년 166억 원 대비 60% 이상 급감했다. 이로 인해 아트바젤 등 아시아 미술시장이 홍콩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것이란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한국화랑협회가 홍콩과 중국 상하이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었던 세계 3대 아트페어 영국 프리즈를 서울로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2019년 말 발생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는 세계 유명 미술관들의 거만한 태도를 바꿔놓았다. 수익 확보를 위해 해외 분관 설치 등에 유연하게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계 한 인사는 “지난해 퐁피두 측이 국내 파트너 측에 분관 설치비용을 크게 낮춰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공항공사의 적극적이고 치밀한 전략도 긍정의 시그널이다.
지난 7월 박형준 부산시장이 “(퐁피두 센터 등) 세계적인 미술관의 아시아 분관을 유치하려고 한다”고 밝히자, 공항공사는 다음 달 퐁피두를 포함한 ‘프랑스 3대 미술관 분관 설치 타당성 분석’이라는 용역을 서둘러 발주하는 등 선점에 나섰다.
아울러 프랑스 3대 미술관 분관 유치 기본계획 수립 외에 ‘미술관 운영을 위한 필수시설 공간구성 체계 검토(수장고 등)’, ‘비수익성 및 수익성 시설에 대한 사업화 방안 수립’ 등의 제시를 요구했다. 분관 유치에 따른 비용을 미술복합시설 구축 등을 통해 상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금산갤러리 대표)은 “내년 9월 영국의 프리즈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을 시작으로 한국 미술시장이 지금보다 5배 이상은 커질 것”이라며 “이에 해외 미술품들의 손쉬운 반출입 등을 위한 공항 내 수장고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공항 내 수장고라는 점에서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르프리포트(le freeport) 수장고 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곳의 수장고는 거액의 미술품 외에 금괴, 보물 등 거부 또는 금융기관의 자산을 극비리 보관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미술품은 무관세로 반출입이 가능하다. 공항공사도 이 모델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창희 기자 twin92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