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는 NCS 면제…공사 “정규직 전환 알고 입사한 직원에겐 좀 더 엄격한 평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가 합의한 내용이 공개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2017년 5월 12일) 기준으로 이전 입사자는 특정 시험이 면제된다는 합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드러난 까닭이다. 2017년 5월 12일 문 대통령의 인천공항공사 방문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6월 21일 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 30명, 여객보안검색 1902명 등 총 2143명을 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7642명은 공사 자회사 3곳 소속 정규직으로 근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대상은 공사 소속과 공사의 자회사 소속 합계 총 9785명이었다.
이번 발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가 2월 28일 서로 합의했던 사항과는 달랐다. 협의회는 2월 28일 공항소방대 211명과 야생동물통제 30명 등 241명만 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나머지 여객보안검색 1902명을 포함 나머지 9544명은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배치하겠다고 했었다. 2월 28일 합의안과 달리 6월 21일 발표에선 여객보안검색 1902명이 공사 소속 정규직 직접 고용으로 바뀐 것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 사항.
우선 두 공항공사의 대원칙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공항 총 15곳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담당하고 나머지 국내 공항 14곳은 한국공항공사가 담당한다. 한국공항공사는 KAC공항서비스, 남부공항서비스, 항공보안파트너스라는 자회사 3곳을 만든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인천공항경비, 인천공항시설관리, 인천공항운영서비스 등 자회사 3곳을 이미 만들어 놨었다. 한국공항공사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의 자회사 정규직화에 나서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인천국제공항공사만 여객보안검색 1902명을 공사 직접 고용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해 버렸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면 법망을 피한 꼼수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다. 두 공항공사가 특수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려면 경비업법, 통합방위법, 항공보안법 등을 손봐야 한다. 현행법상 보안검색요원들을 직고용할 경우 특수경비원 신분이 해제, 인천공항 방호체계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를 지키려 보안검색요원을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자회사 소속에 둔 뒤 공항에 배치토록 하는 안을 실행 중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한국공항공사와 반대로 특수경비원인 보안검색요원 신분을 청원경찰로 신분 전환해 자회사가 아닌 직접 고용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한국의 공항을 책임지는 두 공사의 행정 원칙이 손상된 것이다.
| 1.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접 고용 1)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한 관리직 미만 = 서류-인성-적격-면접 2)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관리직 미만 = 서류-인성-NCS-면접 3)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한 관리직 이상 = 서류-인성-NCS-면접 4)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한 관리직 이상 = 서류-인성-NCS-면접 2.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고용 1)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단순/일반직무) = 서류-면접 2)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단순/일반직무) = 서류-면접 3) 2017년 5월 12일 이전 입사자(전문직무) = 서류-면접 4)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전문직무) = 서류-인성-면접 |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 사항이 공개되면서 특혜 채용 시비가 불길처럼 번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 사항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되는 일부의 경우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시험을 면제 받는다고 나타났다.
이들은 NCS 대신 적격 검사를 보긴 하지만 적격 검사는 보통 공기업 준비생 사이에서 요식 행위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공기업 입사에 가장 까다로운 평가 방식인 NCS 시험 면제는 특혜와 같다.
더군다나 NCS 시험 면제 조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국제공항공사 방문일인 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나뉘어졌다. 공기업 준비생들 사이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자회사 소속 정규직 채용에도 이러한 특혜 시비는 계속됐다. 전문직무 입사자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으로 인성 면접 유무가 갈렸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 기준으로 일부가 NCS 시험에 면제되는 이유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 방문 때 나온 정규직 선포 뒤인 7월 20일 고용노동부가 공공기관 등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지침을 내렸다”며 “지침이 내려오면 지침 날짜 기준으로 채용 기준이 바뀌게 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 이후 입사자는 정규직 전환되는 걸 알고 입사했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한 절차를 거쳐 평가를 해야 된다’ 고용노동부 채용비리 방지지침도 있어서 기준일이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이 된 것”이라고 했다.
임남수 인천국제공항공사 부사장은 “2017년에 2940명을 공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돼 있었다. 직접 고용 원칙은 최근 결정된 게 아니라 2017년에 결정된 것”이라며 “틀이 바뀐 게 아니다. 2017년 결정된 사항을 기초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거쳐 시행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실제 2017년 12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민주노총과 함께 소방대, 보안검색 등 2940명을 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었다. 하지만 법적 문제 등이 발생해 몇 번의 조율을 거쳐 올 2월 28일 있었던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선 여객보안검색 1902명을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대원칙이 합의됐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2월 28일 대원칙 대신 2017년 12월 합의로 돌아간 상황이 된 셈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