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증인 신문 중 오열하다 실신하기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6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태현은 “제 손에는 흉기가 들려져 있었고 흉기로 먼저 제압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쉽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처음 (집에) 들어갔을 때 오로지 위협해서 제압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 죽여야겠다는 생각 못 해봤다”고 말했다. 자신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것.
또 김태현은 검찰이 "제출한 반성문을 보면 범행으로 구금상태에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말 깊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반성문을 작성했다"고 언급했다.
김태현은 재판 과정에서 이날까지 총 12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의 유족 2명(살해된 큰딸의 이모와 사촌언니)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살해된 큰딸의 이모인 A 씨는 "제 동생은 남편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후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꿋꿋하게 딸들을 키웠다"며 "동생은 엄마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 92세의 나이로 요양원에 계시는 엄마가 충격을 받을까봐 아직도 동생의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피고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사과 한 마디를 받은 적이 없다"며 "아직도 살아있는 뻔뻔함을 용서할 수 없다. 죄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하는 파렴치한 인간이 반성문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증언을 마치고 오열하며 휘청이다 주변인들의 부축을 받아 방청석으로 돌아갔다.
김태현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 호감을 느끼고 접근하던 피해자가 C 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난 3월 23일 C 씨와 여동생,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C 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27일 김태현을 5개(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태현은 현재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결심 공판을 이어가기로 하고 반대신문과 최종 진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