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벌벌 떤 첫날 밤… 허니문 돌리도~
▲ 몰디브 신혼 사기를 저지른 여행사를 기자가 찾아가보니 이미 사무실은 간판까지 떼어낸 상태였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박혜원 씨(여·29) 부부는 지난 5월 14일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추억을 만들기 위해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600만 원이 넘는 다소 부담되는 상품이었지만,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기꺼이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박 씨의 부푼 꿈은 현지 도착과 함께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어찌된 일인지 여행사를 통해 계약한 리조트 숙박예약이 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박 씨는 재차 확인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현지 여행사와는 연락도 닿지 않았다. 박 씨 부부는 순간 여행사의 사기라는 것을 직감했다. 신혼의 단꿈은커녕 순식간에 국제 미아가 된 박 씨 부부는 결국 공항을 전전하다 개인 사비를 털어 1박을 하고 한국에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막 새로운 출발을 한 신혼부부로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게 된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피해자 박 씨는 “공항에서 5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어쩔 수 없이 자비를 들여 숙박을 했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여행지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피해가 막대하다. 애초 620만 원 상당의 상품을 구입했다. 이뿐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자비를 턴 현지 숙박비와 한국행 비행기 티켓 값도 500만 원이 넘는다. 피해금액을 합치면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셈이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박 씨가 한국에 돌아오니 여행사는 폐업상태였다. 알고보니 피해자는 박 씨만이 아니었다. 이미 60쌍이 넘는 커플이 피해를 당한 상태였다. 피해자들의 피해금액만 1억 50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이번에 신혼부부들의 돈만 홀랑 챙긴 채 문을 닫은 여행사는 ‘(주)어필투어허니문’으로 인터넷에서는 ‘몰디브매니아’라는 브랜드로 영업을 해왔다. 이 업체는 지난 10년간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높은 몰디브 여행상품을 주요품목으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대표 지 아무개 씨는 피해자들에게 “자사는 현재 어려운 회사경영 상황과 계좌압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을 극복할 수 없어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고객 분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준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법적 처벌은 달게 받겠다”라는 내용의 메일만 보낸 채 잠적했다.
기자가 업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보니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이미 간판까지 떼어내 사실상 폐업 상태였다. 기자와 만난 건물 관리인은 “벌써 사무실을 비운지 꽤 됐다. 우리도 모르게 소리소문 없이 빠져 나갔더라”고 말했다.
신혼의 단꿈은 물론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본 신혼부부들은 현재 긴급 카페를 개설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카페를 통해 피해상황을 접수하고 공동으로 고소장을 작성해 관할서(서초경찰서)에 접수하고 있는 상태다.
기자가 피해자로부터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업체의 사기행각은 너무나도 뻔뻔했다. 업체 대표가 직접 밝힌 것처럼 이 업체는 이미 폐업 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최근까지도 신혼부부들에게 상품을 정상적으로 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피해자는 고소장에서 “피고소인(업체)은 여행비 명목의 금액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대행여행사 혹은 현지 리조트에 비용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인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이 예약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회사가 더 이상 회생할 자금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모객행위를 해왔기 때문에 사기 및 배임·횡령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현재 고소장을 접수받은 서초경찰서 는 피고소인을 소환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여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폐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업체로부터 피해자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더군다나 더 없이 행복해야만 했던 신혼여행을 망친 신혼부부들의 정신적인 충격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믿을만한 여행사’ 진단법
보험 가입 여부 ‘체크’ 초저가 상품은 피해야
이번 몰디브 신혼여행 사기사건으로 인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각종 불안전한 상품을 팔고 있는 영세 여행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실제 크고 작은 여러 가지 피해사례들이 접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기와 팩스,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이 ‘여행업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몇 가지만 꼼꼼히 따져본다면 피해는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여행사 보험가입 여부 확인 :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를 통해 여행사 보험 가입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다. 일부 영세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꽤 있다. 또한 보증금액 역시 중요한데 최고 2억 원은 돼야 제때 돈을 돌려받기 쉽다. 이번에 피해를 입힌 ‘몰디브매니아’의 경우 보증금액이 3000만 원에 불과했다.
▲여행사의 인프라 체크하기 : 영세 업체의 경우 A/S 받기가 매우 어렵다. 자본 인프라가 적을 경우, 다른 고객을 유치해 돈을 메우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에 A/S를 받더라도 시일이 늦어질 수도 있다. 계약 전 업체의 기본적인 자본 인프라를 체크해봐야 한다.
▲현지 리조트 예약 확인하기 : 이번에 몰디브 현지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의 경우 현지 리조트 예약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가능한 한 여행사를 통해 현지 리조트의 예약 내역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여행사가 현지 리조트와 계약을 맺을 경우 현지 리조트는 컨펌메일(예약 확인메일)을 여행사에 보내는 것이 관행이다. 소비자는 여행사에 컨펌메일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지나치게 싼 여행상품 피하기 : 상당수 영세 업체들이 저가의 여행상품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싼 상품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이러한 상품의 경우 항공권과 숙박등급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 또 되도록 여행상품 계약은 인터넷상이 아닌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하는 것이 안전하다.
보험 가입 여부 ‘체크’ 초저가 상품은 피해야
이번 몰디브 신혼여행 사기사건으로 인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각종 불안전한 상품을 팔고 있는 영세 여행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실제 크고 작은 여러 가지 피해사례들이 접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기와 팩스,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이 ‘여행업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몇 가지만 꼼꼼히 따져본다면 피해는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여행사 보험가입 여부 확인 :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를 통해 여행사 보험 가입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다. 일부 영세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꽤 있다. 또한 보증금액 역시 중요한데 최고 2억 원은 돼야 제때 돈을 돌려받기 쉽다. 이번에 피해를 입힌 ‘몰디브매니아’의 경우 보증금액이 3000만 원에 불과했다.
▲여행사의 인프라 체크하기 : 영세 업체의 경우 A/S 받기가 매우 어렵다. 자본 인프라가 적을 경우, 다른 고객을 유치해 돈을 메우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에 A/S를 받더라도 시일이 늦어질 수도 있다. 계약 전 업체의 기본적인 자본 인프라를 체크해봐야 한다.
▲현지 리조트 예약 확인하기 : 이번에 몰디브 현지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의 경우 현지 리조트 예약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가능한 한 여행사를 통해 현지 리조트의 예약 내역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여행사가 현지 리조트와 계약을 맺을 경우 현지 리조트는 컨펌메일(예약 확인메일)을 여행사에 보내는 것이 관행이다. 소비자는 여행사에 컨펌메일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지나치게 싼 여행상품 피하기 : 상당수 영세 업체들이 저가의 여행상품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싼 상품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이러한 상품의 경우 항공권과 숙박등급에 하자가 있을 수 있다. 또 되도록 여행상품 계약은 인터넷상이 아닌 사무실에 직접 방문해 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