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전까지 발의된 43건 중 단 1건 불과…주로 언중위 위상 강화 다뤄
언론중재법이 제정된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발의된 개정안은 총 43건이다. 21대 국회 들어 역대 가장 많은 17건 개정안이 발의됐다. 21대 국회 전까지 발의된 법안 가운데 최근 쟁점인 5배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조항이 등장하는 건 한 차례다. 2012년 12월, 19대 국회 때 정청래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3배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언론중재법은 2005년 1월 만들어졌다. 17대 국회 때였다. 당시 쟁점은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 중립성이었다. 법 제정 뒤 가장 먼저 개정안을 발의안 심재철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언론중재위원 5분의 3을 문화관광부 장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촉한다면 언중위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개정을 주장했다.
반면 노웅래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은 위촉권자를 문화관광부 장관에서 대통령으로 변경하자고 맞섰다. 김재윤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은 위촉권자를 대통령으로 변경하되 중재위원을 추천할 땐 기준과 사유를 제시하도록 하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17대 국회에선 언론중재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18대 국회 들어서 두 번의 개정이 있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은 없었다. 첫 개정은 2009년 2월이었다. 주요 내용은 정정보도청구권 소송을 가처분 절차가 아니라 본안 소송 절차에 따라서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6년 6월 ‘언론 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을 따지기 위해 증명 없이 소명으로 대체하는 것은 언론사 방어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선언이 있었다. 첫 개정은 헌법재판소 위헌 판단에 따른 수순이었던 셈이다. 한선교, 이혜훈, 나경원 등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다.
첫 개정 이후 18대 국회가 지속하는 사이 노무현 대통령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이번엔 새누리당 출신인 장세환 당시 무소속 의원이 언론중재위원 위촉권자를 장관에서 대통령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김재윤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도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에서도 언론중재위원 위촉권자 변경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준사법기구 위상에 맞게 언중위를 격상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2011년 4월 두 번째 개정은 정부 발의로 ‘언론이라 함은’이란 표현을 ‘언론이란’으로 고치는 등 단어나 문장을 재정비하는 수준에서 이뤄졌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은 9건이었다. 그 가운데 5건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민주당 혹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발의했고, 3건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1건은 정부 발의였다. 당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18대 국회에 이어 언중위 권한 강화와 중립성에 관한 개정안이 주를 이뤘다. 여야 의원 모두 정정보도 청구, 반론보도 청구 또는 추후보도 청구를 받은 경우 언론사가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눈에 띄는 조항은 언론에 의한 피해구제의 방법으로 최근 논란이 되는 기사열람차단청구권과 유사한 기사삭제청구권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김한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정청래 당시 민주당 의원은 2012년 12월 시민단체에 언론중재위원 추천권을 주자는 내용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3배’ 조항이 담긴 법안을 처음 내놨다. 정청래 의원의 법안은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뤄졌다. 당시 박명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은 전체회의에서 “시민단체의 중재위원 참여는 법적 전문성 및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말했을 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당시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차후 관련 내용이 담긴 추가 법안 발의는 없었다.
언론중재법은 2018년 12월, 20대 국회에 들어서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이때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결격사유 가운데 하나인 ‘언론사에 소속된 현직 언론인’이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으로 바뀌었다. 현직 언론인이 아니더라도 중재 이해당사자로 볼 수 있는 언론사 관계자를 중재위원에서 배제하려는 취지였다.
20대 국회 때 언론중재법 개정안 발의는 총 12건(민주당 7건, 새누리당 5건)이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언론의 악의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개정안 발의는 없었다. 17대 때와 마찬가지로 중재위원 위촉권자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서 대통령으로 바꿔야 한다는 법안을 노웅래, 변재일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신동근 당시 민주당 의원은 최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도 포함된, 기사열람차단청구권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21대 국회가 시작한 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020년 6월 다시 ‘3배 징벌적 손해배상’ 개정안을 냈고, 민주당 의원들은 1년여 동안 총 15건의 추가 법안 발의를 했다. 발의된 법안은 위원장 대안으로 합쳐져 지금의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문체위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부터 논의해왔다는 민주당의 말은 거짓말”이라며 “1년 동안만 하더라도 쟁점 법안을 놓고 관련 단체 논의를 모으고, 다양한 법안 분석, 판례 분석 등을 검토해 신중하게 하자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지난 2월 법안심사 소위 때만 하더라도 민주당 의원들은 징벌적 손배소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이제 와서 강행하고 있다”며 “언론을 통제할 방법을 누군가 대단히 교활하게 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위 소속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8월 24일 일요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법은 특정 지지층을 위한 법이 아니다. 이 법은 20년 이상 논의돼 온 법”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싸잡아 비판하면서도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지도 않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전 의원은 “여러 의견을 수용하면서 수정한 탓에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은 후퇴한 법안, 누더기 법안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한다”며 “각종 의견을 모아서 가장 상식적인 법안을 만들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고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