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진보정당 후보 ‘신스틸러’였지만 영향력 적어…이번엔 대여 비판 동참으로 중요 변수 될 수도

심상정-이정미 양자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정의당 대선 경선 향방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진보 진영 한 관계자는 “한 차례 대선 출마 경험으로 존재감을 뽐낸 심상정 의원이 조금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면서도 “이정미 전 의원을 필두로 한 기수교체론이 설득력을 얻는다면 형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19대 대선에서 심상정 의원은 정의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선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인 ‘장미 대선’에선 5명의 원내 정당 대선 후보가 각축전을 벌였다. 심 의원은 201만 7458표(득표율 6.17%)를 얻으며 5위를 기록했다. 전체 투표 수 3280만 8377표 가운데 유의미한 득표율이었다. 심 의원은 대선 토론회에서 각종 정책에 대한 입담을 뽐내며 진보정당 역사상 대선 최고 득표율 기록을 새로 썼다.
심 의원 이전에도 진보정당 대선 후보들은 양강구도에 변수로 작용하는 ‘신스틸러’였다. 18대 대선에선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그 역할을 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대선 토론회에서 “나는 박근혜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것”이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대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후보 사퇴를 선언하며 문재인 당시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양강구도 중 한쪽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이 전 의원 이전 시대엔 무려 세 차례나 대선에 출마한 진보정당 후보가 있었다. 바로 권영길 전 의원이다. 권 전 의원은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이회창-이인제’ 3자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승리21 소속으로 선거를 치른 권 전 의원은 1.19% 득표율(30만 6026표)을 기록했다.
권 전 의원은 16대 대선에서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때부턴 간판이 민주노동당으로 바뀌었다. ‘노무현-이회창’ 양자구도 틈에서 권 전 의원은 95만 7148표(득표율 3.89%)로 3위를 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19대 대선 이전까지 진보정당이 거둔 최고 스코어였다. 17대 대선에서 3수에 도전한 권 전 의원은 다시 한번 3%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다.

선거 기획가로 활동해 온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간 진보정당 후보는 여야 양강구도 대선이 펼쳐질 때 민주당 쪽 지지율을 흡수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지금까지 정의당 후보는 단지 선전에 그쳤을 뿐 승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진 못했다. 20대 대선에서도 양강구도가 이어질 전망인데, 이번엔 약간 흐름이 다른 양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먼저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입법 독주 논란으로 정의당이 민주당과 결을 달리하며 대여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맞대결 국면에서 정의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흡수할 여지가 상당히 큰 상황이다. 특히 재수를 선언한 심상정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예상 밖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가 아니라 양자구도 성향이 짙다. 지난 대선보다는 득표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선거 판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