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소청 심사 착수, 선거 결과 영향성 입증이 쟁점…해외도 선거관리 하자만으론 전면 재투표 결정 드물어

중앙선위는 지난 8일 서울시장 선거 효력을 다투는 유권자의 선거소청을 접수한 뒤 지난 9일 소청심사 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선거소청은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선거 등의 효력에 이의가 있는 선거인, 정당 또는 후보자가 제기할 수 있는 불복 절차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소청은 일반 유권자가 제기한 것이다.
소청이 접수되면 선관위 소청심사위원회는 소청한 날로부터 60일 이내 인용·기각·각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퇴한 노태악 전 위원장을 제외한 8명의 중앙선관위원이 서면 심리와 참고인 조사 등을 거쳐 이를 결정하게 된다. 소청이 인용될 경우 선관위는 선거무효를 결정한 뒤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소청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소청인은 대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해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 외에도 인천교육감, 충북지사, 충주시장 선거 등 투표용지 부족 논란이 제기된 전국 곳곳 선거구에서 선거소청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청 심사의 핵심 쟁점은 선관위의 관리상 책임 유무를 넘어, 해당 하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선거관리 과정에서 과실이나 행정상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선거무효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이 있더라도 그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에 한해 선거의 전부 또는 일부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서울시장 선거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선거 개표 결과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57만 5819표를 얻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251만 5560표)를 6만 259표 차로 앞섰다. 선거무효가 인정되려면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관리상 하자뿐 아니라 그 하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표차와 실제 미투표자 규모 등을 통해 입증돼야 한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중앙선관위 보고서만으로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미투표자 규모가 확인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진단된다. 선관위 보고서에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추가 송부해 이를 실제 사용한 투표소가 전국 91곳, 이 가운데 서울 42곳으로 집계됐다. 투표가 잠시라도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전국 26곳, 서울 22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선관위 보고서에는 “일부 선거인이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적시됐지만, 실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가 후보 간 득표 차를 웃도는 등 선거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줄 정도였는지는 특정돼 있지 않다.
헌법재판관 출신 한 변호사 A 씨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전국적으로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선거에서 선거무효가 인정된 대표 사례인 2000년 16대 총선 서울 동대문을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는 최초 개표에서 11표 차로 당선됐다가 재검표 이후 표차가 3표로 줄었는데 이후 김 후보 측 위장전입자 수가 표차(3표)를 넘어선 점이 인정돼 최종 선거무효 판결이 나왔다”며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이번 선거 행정적 실수는 인정될지 몰라도 이처럼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중대한 선거 위반 사항이 입증되지 않는 한 선거무효 판결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선거 전문 변호사 B 씨는 “투표용지 부족은 선거 신뢰를 흔든 중대한 관리 실패로 볼 수 있지만, 법원이 선거무효를 인정하려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규모와 당락 차이 사이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서울시장 선거처럼 득표 차이가 큰 경우에는 전면 재선거 가능성이 높지 않고, 오히려 당락 격차가 근소한 일부 선거에서 쟁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선거관리 하자의 존재만큼이나 그 하자가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2021년 선거에서 장시간 대기, 투표소 일시 폐쇄, 잘못되거나 부족한 투표용지 배부 등 대규모 혼선이 발생하자, 베를린 헌법재판소는 주의회 선거와 12개 구의회 선거 재실시를 명령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같은 날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와 관련해 베를린 일부 투표구에서 재투표를 할 것을 결정했다. 다만 연방선거의 경우 전면 재선거가 아니라 문제가 확인된 455개 투표구로 재투표 범위를 제한했다. 선거 관리에 하자가 인정되더라도 그 영향을 미친 범위를 따져 재투표 대상을 한정한 것이다.
호주 서호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핵심은 관리 실패 자체가 아니라 분실된 투표지 규모와 초접전 결과 사이의 관계였다. 2013년 호주 서호주 상원의원 선거 이후 재검표 과정에서 투표지 1370장이 분실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의석을 둘러싼 경쟁이 매우 치열했고, 분실된 표가 최종 당선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쟁점이 됐다. 호주 고등법원은 이 사건을 선거분쟁 사건으로 심리했고, 결과 서호주 상원의원 선거는 무효로 판단돼 다시 치러졌다.
미국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 사례에서는 선거관리 혼선에도 다른 결론이 나왔다. 2022년 중간선거 당시 일부 투표소에서 프린터와 개표기 문제가 발생해 현장 혼란이 빚어졌지만, 법원은 투표시간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거당국은 판독되지 않은 투표지를 별도 보관한 뒤 나중에 개표했고, 법원도 유권자가 투표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아 재선거나 투표 연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편 선거무효 여부와 별개로 투표권 침해를 주장하는 유권자들의 구제 절차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선관위 보고서가 “일부 선거인이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적시한 만큼, 실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가 특정될 경우 국가배상청구나 헌법소원 등 별도 권리구제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거무효 여부가 결과 영향성을 따지는 문제라면, 개인 구제 절차는 투표권 침해에 따른 책임과 손해를 따지는 별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