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앱 힘입어 수시입출금 통장 사전신청 사흘 만에 50만 명…무료 수수료 ‘출혈 마케팅’ 탓 향후 자본 확충안 관심
이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있지만, 토스뱅크 출범에는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기존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에 탑재된다. 토스 앱이 은행과 비은행을 아우르는 ‘슈퍼 앱’이 되는 셈이다. 이미 'MZ 세대'에게 기존 토스 앱은 4대 시중은행 이상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용자 충성도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넘어선다.
토스뱅크가 기존 토스 앱을 활용하면 이용자들의 접근이 쉬워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 혜택을 늘리면 시장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른바 ‘이익공유’의 개념이다. 일례로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전월 실적 조건 없이 하루 최대 1500원, 한 달 최대 4만 6500원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내년 1월 말까지 송금, 현금인출기(ATM) 수수료도 무제한 무료다.
파격적인 행보에 기존 금융사들은 “지속 불가능하다”면서 고개를 흔들고 있다. 이 같은 ‘출혈 마케팅’ 탓에 토스뱅크의 모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외부에서 거액의 투자를 받고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일단 필요한 고객 수를 확보한 후에는 혜택을 줄일 것이라는 것이 기존 금융권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관건은 규모의 경제다.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토스뱅크도 지점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지점 및 인건비 비용은 연간 순이익과 맞먹는다. 상대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인 셈. 다만 인터넷은행이라도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본사 인력은 필요하고, 대규모 개발 인력도 유지해야 한다. 매년 플랫폼 개선에 투입해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인 것은 마찬가지다.
은행이 규모를 키우려면 결국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증자에 성공하려면 수익 기반인 고객 확보가 담보돼야 한다. 토스뱅크는 고객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필요한 자본은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직접 상장할 수도 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때까지는 적어도 2~3년이 필요하다.
당장 상장이 어렵다면 ‘프리IPO’로 자본을 직접 조달하거나, 비바리퍼블리카 상장으로 모은 돈을 다시 출자 받을 수도 있다. 그동안 비바리퍼블리카는 기업공개(IPO·상장)를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하지는 않았었다.
다만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를 약 1000억 달러(약 120조 원)로 보고 있지만 IPO나 투자 회수를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며 “당장 검토하거나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3~5년 내 상장할 계획이며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 상장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토스 앱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등 비은행까지 아우른다.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기업가치가 한때 130조 원에 달했고, 카카오뱅크 시가총액도 50조 원에 육박했다. 상장을 추진 중인 카카오페이도 예상가치가 20조 원에 육박한다. 토스는 올해에도 KDB산업은행과 미국 투자사 알키온 등에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46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들과 IPO 관련 향후 일정에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졌을 수 있다.
한편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은 토스에도 부담이다.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부분의 영업시너지를 위해서는 '슈퍼 앱' 토스의 활용이 중요한데, 규제가 강화되면 그만큼 기회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카카오나 네이버와 달리 토스는 규모가 작아 아직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은 아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