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조사로 ‘예비심사’ 기간 연장…리콜비 분담 시 공모가 하락 우려 상장 서두르지 않을 수도
LG엔솔은 지난 6월 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8월 중순 상장예비심사를 거쳐 10월 중 상장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7, 8월 연이어 GM 리콜 사태가 발생하면서 결국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쉐보레 볼트 배터리의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돼야 리콜 비용 분담액이 결정되고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조사가 늦어지면 비용 확정도 지연돼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연내 상장도 물건너 갈 수 있다.
회사 측은 “일단 10월 안에 원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연내 상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리콜 비용이 반영되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고, 공모가를 낮추는 요인이다. 만에 하나 사고 원인이 배터리의 구조적 문제라면 치명적일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LG엔솔도 매년 3조∼4조 원 이상의 신규 투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GM과 2개의 합작공장을 건립중이며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추가 투입해 독자 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유럽 폴란드와 중국 공장은 각각 6조 7000억 원, 2조 3000억 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증설 투자를 진행중이다. 현대자동차와는 인도네시아에 합작공장도 설립한다. 2025년까지 필요한 투자금이 최소한 14조 원이다. 상장이 늦춰진다면 당장 수조 원을 외부에서 빌려야 한다.
어차피 상장이 불가능하다면 일반 차입보다는 전환사채(CB) 발행이 유리하다. 전환사채는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상장 후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높으면 주식으로 바뀌어 회사는 현금 상환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전환사채 주식전환 성공여부는 배터리 성능에 달렸다.
LG엔솔은 지난해에도 현대차 코나EV 리콜 여파로 70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반영했다. 앞서 2019년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최근까지 충당금을 쌓고 있다. 최근 대형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의 호주 빅토리아주 ESS '메가팩'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배터리는 국내외에서 생산한 'NCM 622' 파우치형으로 니켈, 코발트, 망간이 각 6:2:2 비율로 배합된 LG의 주력 배터리다. 한국 오창 공장과 중국 등에서 생산된 것으로 최근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LG 배터리 탑재 차량에는 대부분 이 배터리가 쓰였다. 해당 배터리를 탑재한 다른 차량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LG엔솔과 GM이 미국에 짓고 있는 2개의 합작 공장에서는 차세대 NCMA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