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한샘 시너지 크지만 이커머스 후퇴 우려…한샘 2대주주 ‘테톤캐피탈’ 매각 제동 걸어
롯데쇼핑은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손잡고 한샘 인수에 나섰다. 한샘은 지난 7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7인의 보유지분 전부를 IMM PE에 양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실사 및 협상에 따라 IMM PE는 한샘 지분 30.21%와 경영권을 약 1조 3000억 원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IMM PE가 설립할 예정인 특수목적법인(SPC)에 투자하는 PEF에 2995억 원을 출자하며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다. 향후 롯데쇼핑이 IMM PE가 보유한 한샘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경우 한샘의 지배주주가 된다.
롯데쇼핑은 “한샘은 홈 인테리어 업계 1위 기업으로 풍부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어 상품·콘텐츠·집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가 기대돼 출자를 결정했다”며 “하이마트, 건설 등과 협업으로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롯데는 전부터 한샘을 노리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롯데백화점 부천중동점을 시작으로 ‘한샘리하우스’와 ‘한샘디자인파크’ 등의 매장을 확대하며 한샘과 협업에 나섰다. 또 지난 10일 개장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의왕점) 인근에 ‘리빙전문관’을 열어 한샘과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도 앞서 가구업체를 인수한 바 있어 롯데의 행보가 관심을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바트와 2018 한화L&C를, 신세계는 2018년 까사미아를 인수했다.
롯데의 한샘 인수 추진에 대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한샘은 소비자 관여도가 높고 가격탄력성이 낮은 B2C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다양한 유통망과 제품군을 기반으로 업계 최상위권의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백화점과 할인점, 쇼핑몰 등 기존 유통 채널에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가능하고, 롯데건설이 공급하는 아파트의 빌트인가구 등 B2B 물량도 확보할 수 있어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샘 인수전으로 이커머스 체질 전환에 집중하던 롯데쇼핑의 사업 전략이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뜩이나 롯데의 온라인 체질 개선이 더디다는 평가가 있는 터에 오프라인 사업 비중이 큰 한샘 인수에 나선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롯데의 유통 계열사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의 성과가 미흡하고, 중고나라를 인수했지만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후발주자에 비해 MAU(월간활성이용자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최대 이슈였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는 신세계에 밀렸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M&A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가전 플랫폼인 롯데하이마트 및 유통 채널과 시너지 연계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전략 제고를 통한 유통BU(사업부문)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어 디지털 전환에 그룹 역량 집중이 절실한 시점인데, 한샘 인수 타진은 디지털 전환 속도가 동종업계 대비 둔화된 상황에서 그룹 재원이 분산돼 이커머스 전략 지연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지적에 롯데쇼핑 관계자는 “한샘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사업 전략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온·오프라인은 같이 가는 것이기에 앞으로도 온라인은 더 강화하고 오프라인 경쟁력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샘의 2대 주주인 테톤캐피탈파트너스(테톤캐피탈)가 IMM PE의 지분 및 경영권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테톤캐피탈은 지난 3일 “IMM PE에 한샘이 보유한 인허가·자산·지적재산권·주요 계약 자료의 제공 등 매각조건 가격 등을 정하기 위한 기업 실사에 협력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조창걸 명예회장 등 사내이사 5인을 상대로 법원에 ‘이사의 위법행위유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테톤캐피탈은 한샘과 IMM PE의 M&A 과정에서 주주평등 원칙이 위배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 지배주주의 주식 가치 평가에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산정된 반면 비지배주주는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공개매수 절차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IMM PE에 출자를 타진하면서 3가지 선행 조건을 제시했다. △본건 PEF의 성립 △당사의 본건 PEF에 대한 참여 확정 △SPC와 한샘 주주 간의 주식매매계약의 체결 및 거래 종결이다. 즉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출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테톤캐피탈의 가처분 신청으로 M&A에 차질이 생기면서 롯데쇼핑의 자금 출자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샘도 ‘협상 과정에서 거래 내용이 변동되거나 협상 결렬 등의 이유로 주식 양수도 계약 자체가 체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공시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과 IMM PE 간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롯데쇼핑이 PEF에 참여한다는 사실 외에는 정해진 게 없다”며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실제 인용될 확률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법원 판단 이전에 기업 실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예측된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법원이 채권자 측에서 주장하는 위법행위가 실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하긴 어렵다”며 “7월에 양해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이미 상당 부분 실사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오는 30일 첫 심문기일을 열 예정이다.
한샘 관계자는 “대주주와 PE 간의 사안이라 자세히 모른다”면서도 “실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테톤캐피탈의 공개적인 반발은 롯데쇼핑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테톤캐피탈은 앞서 금화PSC 2대 주주로서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특히 비지배주주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테톤캐피탈은 10년 넘게 한샘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보인다”며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지만, 회사보다 자신들의 수익 창출이 근본 목적인 헤지펀드의 경영권 간섭은 어느 지배주주라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의 롯데쇼핑 관계자는 “한샘과 한샘 주주 간의 사안이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며 “일반적으로 헤지펀드에서 경영 참여를 하는 경우는 잘 없고,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