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간택 못받아 <버디버디> 유이 눈물
<버디버디>는 유명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제작사는 <꽃보다 남자>로 유명한 그룹에이트다. 게다가 ‘대세’로 불리던 유이의 첫 주연작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아직도 빛을 보내 못하는 이유는 지상파 3사의 편성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편성은 전쟁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상파 편성은 드라마 외주 제작사의 존폐를 쥐고 있는 ‘황금티켓’이다.
<버디버디> 외에도 편성을 받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작품은 다수 있다. 군복무를 마친 에릭의 복귀 작으로 눈길을 끌었던 <포세이돈>을 비롯해 이미 대부분 촬영을 마친 <더 뮤지컬> <왓츠업> 등이 지상파 방송사의 ‘간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촬영이 중단된 <포세이돈>은 당초 5월 SBS 월화미니시리즈 방송된다고 알려졌다. 최근 종영된 <마이더스>의 후속작으로 물망에 올랐다. <포세이돈>은 편성이 유력했지만 SBS 드라마국이 내부 회의를 거친 후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최종 편성했다.
편성이 불발되면서 <포세이돈>은 두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우선 제작비를 구해야 한다. 편성이 불확실한 작품에 투자할 이는 많지 않기 때문. 게다가 에릭을 비롯해 유노윤호 김강우 김옥빈 전혜빈 등 유명 배우들을 무작정 붙잡아 둘 수도 없다. 이미 5개월의 시간을 허송해 몇몇 배우들은 다른 작품으로 갈아탔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SBS 편성만 유지됐더라면 어떻게든 제작은 이어졌을 것이다. 무작정 SBS 탓을 할 수는 없지만 지상파 3사 편성에 목매야 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편성 앞에는 장사가 없다. 톱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됐던 <포세이돈> 외에도 <더 뮤지컬>은 구혜선과 최다니엘이 주연을 맡았다. <왓츠업>은 그룹 빅뱅의 대성을 비롯해 임주환 오만석 등 지명도 높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하지만 편성에서는 제외됐다. 스타 마케팅도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왓츠업>은 내로라하는 집필력을 가진 송지나 작가의 작품이다.
왜 외주 제작사는 지상파 편성을 고집할까. 국내 방송 환경에서 지상파와 케이블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 신하균 이보영 백윤식 등 주연급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데 성공한 이 작품은 당초 지상파 편성을 목표로 사전제작 했지만 지상파 3사 편성회의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결국 tvN행을 택했지만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한 채 종영됐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었던 이보영은 같은 시기 KBS 2TV에서 방송된 <부자의 탄생>에도 발탁됐다. 당시 이보영의 소속사는 ‘2007년 방송된 <게임의 여왕> 이후 3년 만의 컴백작’이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동시기 방송되던 <위기일발 풍년빌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케이블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이미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결국 <부자의 탄생>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위기일발 풍년빌라>는 1~2%대에 그쳤다.
“편성을 두고 방송사의 횡포가 심하다”는 주장에 대해 방송사도 할 말은 있다. 편성을 줄 수 있는 자리는 한정돼 있어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 2월 MBC 드라마국은 외주협상소위원회를 열고 <버디버디>의 편성 여부를 조율했다. 당시 <버디버디>는 <역전의 여왕>의 후속작으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결국 <역전의 여왕> 연장 방송 후에 <짝패>가 방송됐다.
tvN에서 방송된 <위기일발 풍년빌라>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장항준과 그의 아내인 김은희 작가가 집필했다. 두 사람이 공동 집필한 작품이 지상파 편성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을 법하다. 두 사람은 올해 초 국내 최초 메디컬수사드라마를 표방한 SBS <싸인>의 PD와 작가로 나서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뒀다. 설욕전을 톡톡히 벌인 셈이다. 이를 두고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편성 여부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스타 투입, 유명 작가 섭외, 대규모 물량 공세도 필요 없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된다. 반대 상황이라면 어떤 거물을 영입해도 편성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을 마쳤으나 편성을 받지 못한 작품이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경쟁한 다른 작품들보다 뛰어나지 못했다고 보면 된다. 편성을 주지 못했다고 방송사가 횡포를 부린다는 식의 해석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개국을 앞두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 새로운 돌파구로 부각됐다. 화제작을 통해 개국을 알리려는 종합편성채널이 적지 않다. 종합편성채널의 관계자들은 유명 작가 및 드라마 외주제작사와 물밑 접촉을 벌이며 입도선매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또 다른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케이블 채널보다는 좋은 조건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때문에 마지막까지 지상파 편성을 노리는 게 외주제작사들의 속내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