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잘라 “NO”라고 안하니 ‘그’만 보네
▲ 현대건설 인수를 계기로 현대가 재건에 시동을 건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재계 안팎에선 현대차그룹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KT빌딩에서 열린 수출투자고용확대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현재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후보는 삼성전자 현대차 LG 동부그룹 등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해 독과점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미 올 초 메디슨 인수 및 하드부문 매각 등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상태다. LG의 경우 꾸준히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무리한 인수를 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의 경우 인수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은 어떨까. 일단 현대차는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는 공식적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여전히 현대차를 유력후보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하이닉스의 모체가 과거 ‘범 현대가’의 일원이었던 현대전자라는 점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지난 1997년 구제금융 위기 여파로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할 때 현대전자와 LG반도체를 합병, 1999년 출범한 회사다. 그러나 정부의 무리한 구조조정과 2000년 이후 지속된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수차례 하이닉스를 시장에 내놨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2009년에는 조석래 회장의 효성그룹이 인수의향서를 냈으나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반면 현대차는 단 한 번도 인수의향서를 내거나 의지를 내비친 바 없다.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를 계기로 현대차가 과거 ‘현대왕국’ 재건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대차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몽구 회장이 최근 ‘한때 재계 1위였던 현대가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는 말을 사석에서 자주 하곤 한다”면서 “현대건설 인수도 정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대차의 공식적 입장과는 달리 현대차의 하이닉스 인수설이나, 범 현대가의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도 정 회장의 의중이 외부로 흘러나왔기 때문에 꾸준히 거론된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현대건설 인수 때도 현대차는 수차례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결국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았느냐”며 “경쟁이 과열될 경우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아질 것을 우려해 기업들이 인수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전에 뛰어들 기업이 나올 것이고 현대차도 그중 하나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재계에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되면 현대건설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하이닉스 인수 태스크포스(TF) 팀을 극비리에 가동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 후 유동성에 대한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유로 현대차의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는 현대건설 인수에 4조 91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순현금성 자산이 8조 원에 이르고 현대건설 인수에 4조 9000억여 원을 썼다 하더라도 자금에 여유가 있다”며 “유동성이 빨리 확보되는 완성차 업체의 특성상 하이닉스 인수에 있어서 자금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재계에서는 하이닉스의 매각 적정가가 4조 원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닉스를 넘어 현대차가 금융업 확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 현대캐피탈·현대카드와 HMC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금융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란 얘기다. 증권가에서 현대차그룹의 현대증권 인수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현대차가 하이닉스와 금융회사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현대건설 인수를 계기로 현대차가 M&A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오토에버’ 일감 몰아주기 의혹
글로비스 악몽이 또…?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가 현대캐피탈 해킹 사태로 인한 유탄을 제대로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IT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 재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대규모 해킹을 당한 배경을 두고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에 외주를 줬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됐었다.
현대오토에버는 보안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된 업체로 현대차 25% 등 모비스·캐피탈·기아차 4개 계열사가 6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주주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0.1%)과 정몽구 회장(10%)이 대주주다. 현대오토에버의 그룹 매출 비중을 보면 2009년 86.7%(5369억 원 중 4655억 원)였고, 지난해엔 90.9%(5631억 원 중 5119억 원)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아픈 기억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내부 거래를 해온 사실을 적발, 모두 631억 5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 조사에서 현대차 그룹이 글로비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글로비스 악몽이 또…?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가 현대캐피탈 해킹 사태로 인한 유탄을 제대로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IT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 재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대규모 해킹을 당한 배경을 두고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에 외주를 줬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됐었다.
현대오토에버는 보안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된 업체로 현대차 25% 등 모비스·캐피탈·기아차 4개 계열사가 6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주주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20.1%)과 정몽구 회장(10%)이 대주주다. 현대오토에버의 그룹 매출 비중을 보면 2009년 86.7%(5369억 원 중 4655억 원)였고, 지난해엔 90.9%(5631억 원 중 5119억 원)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아픈 기억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내부 거래를 해온 사실을 적발, 모두 631억 5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 조사에서 현대차 그룹이 글로비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