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랜드’에 낚여 휴지조각 땅 불티
▲ 김 씨 일당이 투자자들의 돈을 노리고 사기를 친 철원군 일대 승마사업 조감도. |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부동산 사기 행각의 전말을 추적해 봤다.
김 씨가 회장으로 있던 D 업체는 25년 전 보이차 유통기업 및 부동산 개발 전문기업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차를 파는 판매원들을 조합원으로 구성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방문 판매를 하는 직원만 500여 명에 이른다. 대외적으로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 씨 일당은 철원군 일대에 승마 사업을 한다는 대대적인 개발계획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일부 언론에는 ‘D 업체, 최전방 철원서 국내 최대 승마장 설립 박차’ ‘D 업체, DMZ 보며 스키·골프·관광’ 등의 홍보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리기 시작했다. 유통·부동산개발기업인 D 업체가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의 개발제한지역에 가칭 ‘철원랜드 승마클럽’이란 초대형 승마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특히 홍보기사에는 업체 대표인 김 씨가 본인 소유의 토지 약 1320만㎡(412만 평)를 500명의 회사 조합원들에게 골고루 매각, 분배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무엇보다도 D 업체의 개발계획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업계획이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방식이라는 점이었다.
기존 승마장 사업의 경우 CEO가 전권을 쥐고 추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D 업체의 개발방식은 경영자 주도의 형태가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레저타운을 공동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김 씨 일당은 2010년 10월부터 포털사이트에 카페를 개설하고 언론에 실린 개발사업계획에 관한 기사를 게시판에 올리는 등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이런 와중에 김 씨 일당은 2010년 11월쯤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전체 부동산 중 800만㎡를 매각한다는 광고를 냈다. 회사에서 취급하는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개발사업계획에 포함된 땅을 나눠주겠다는 광고였다. 국내 최대의 승마장이 입지한다는 지역에 땅을 갖게 된다는 것은 가슴이 설레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보이차만 산다면 개발 후 몇 배의 이익이 기대되는 땅을 준다는 사실에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1계좌당 165만 원씩을 받고 보이차를 다단계 형태로 판매했다. 보이차 구매자들에게는 그 대가로 1계좌당 개발지역의 토지 165㎡(50평)를 줬다. 1㎡당 3만 3000원에 판 셈이었다.
그렇다면 김 씨 일당이 판매한 원남면 주파리 일대의 땅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땅이었을까. 검찰 조사결과 언론에 ‘김 씨 소유’라고 홍보된 땅은 사실은 일당 중 한 명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은 민가조차 없는 오지 중에 오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의 대표적 지형인 적근산(1037m)은 휴전선 남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곳에 있는 군사 전략적 요충지였다. 더군다나 승마 사업이 추진되던 지역도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이었다. D 업체의 개발사업계획은 군 당국의 동의가 필요했던 셈이다. 그러나 김 씨 일당은 국경지대 개발에 대한 군당국의 동의 문제에 대해 “곧 접경지역지원법이 특별법으로 격상되면 이 문제가 해소된다”며 투자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은 군사시설보호법, 국토기본법보다 하위법이어서 군당국의 동의 등을 무시한 채 개발을 진행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김 씨 일당이 판 땅은 애초부터 개발을 할 수 없는 땅이었던 것이다. 결국 개발제한으로 승마 사업은 좌초됐고, 투자자들은 재산가치 없는 땅만 소유하게 됐다. 김 씨 일당의 민통선 지역 부동산 사기 행각은 상품 판매를 위한 전형적인 다단계회사의 사기 수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씨 일당은 위와 같은 수법으로 총 3000여 명의 투자자에게서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5월 12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피해자들 대부분이 영세한 사람들로 이번 사건의 피해로 큰 충격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이훈철 인턴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