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리조트서 호캉스 같은 자가격리, 현지 정부 섬당 250달러씩 경비 지원…수차례 PCR 검사는 부담
#5성급 리조트에서 먹고 놀기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해 7월 7일 이후로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대폭 확산되면서 한국-사이판 트래블 버블도 의미를 잃는 듯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트래블 버블 이용객은 휴가철임에도 42명에 그쳤다. 사이판 정부에서는 트래블 버블을 계기로 한국인 여행자에게 여러 인센티브를 내놨지만, 가격적인 혜택과 인센티브 등이 수차례의 PCR 검사에 대한 불편과 불안한 심리를 넘어설 만큼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저조한 결과에 사이판 정부의 지원은 더 커졌다. 일단 백신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사이판에 입국할 수 있게 했고, 그에 따라 5일 동안 지정된 호텔에서 격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숙박을 비롯해 식사와 부대시설 이용비 등 일체의 비용을 사이판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5일 동안 호텔에서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하면 ‘뭣 하러 사이판까지 가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사이판‧괌 등으로 가는 여행객들은 휴양을 목적으로 모든 것이 갖춰진 리조트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한국인 지정 격리 시설인 켄싱턴리조트는 5성급 휴양시설로 수영장과 레스토랑, 키즈카페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리조트에서 바로 바다로 연결되는 프라이빗 비치도 있다. 프라이빗 비치에서는 카약, 패들보드, 세일링 등의 해양 엑티비티도 투숙객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사이판 정부가 대주는 5일 동안의 숙식비를 혜택으로 그냥 ‘먹고 놀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추석 연휴를 이용해 사이판에 다녀온 한 여행객은 “이렇게 럭셔리한 격리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며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가끔 사이판 여행을 했었는데 PCR검사를 여러 번 해야 하는 불편함을 제외하면 코로나 이전 여행과 별다를 바 없었고 오히려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여행객은 첫날 호텔에 도착해 PCR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는 다음날 오전까지만 객실 격리를 하면 된다. 사이판 현지에서 진행되는 한국인의 코로나19 검사 비용은 검사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현지 정부가 지원한다. 혹시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걸릴 경우엔 치료비도 전액 현지 정부에서 부담한다.
#섬 하나에 250달러 용돈까지
음성 확인 시 2일째부터는 리조트 내 부대시설과 프라이빗 비치 이용이 가능하다. 2일차부터 5일차까지 4일간 무료로 호텔 내 시설을 즐긴 뒤, 6일차에 PCR 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오면 격리해제가 된다. 격리해제가 되면 다른 5성급 리조트로 옮기면서 사이판 시내와 인근 섬을 여행할 수 있다.
이때 사이판 정부에서 제공하는 여행지원금 250달러(약 29만 원)를 1인당 1개씩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 받는다. 이는 한 개 섬을 여행할 때 나오는 지원금으로 만약 7박 8일 일정에 북마리아나 제도에 포함된 하나의 섬을 더 여행한다면 추가로 250달러를 더 지원 받을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사이판이라 부르는 섬은 북마리아나 제도에 포함된 하나의 섬이고 북마리아나 제도는 사이판을 비롯해 티니안과 로타 등 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7박 8일 일정으로 2개 섬을 돌아보면 1인당 500달러(약 59만 원)의 용돈이 생기는 셈이다. 2인이라면 1000달러(약 118만 원)다.
위의 지원금은 7박 이하일 경우이고 8박 이상부터는 섬 하나를 여행하는데 1인당 500달러가 더 지원된다. 만약 8박 이상 일정에 북마리아나 제도의 3개 섬 모두를 돌아본다면 1500달러(약 177만 원)를 지원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2인이 함께 여행한다면 무려 3000달러(약 353만 원)의 여행 지원금을 받는다. 해당 지원금을 넣어주는 선불카드에는 섬의 이름이 적혀 있고 해당 섬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저렴이 499’도 괜찮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사마다 발 빠르게 모객에 나서고 있다. 사이판 정부가 항공사나 호텔, 여행사 등 업계 전반에도 지원책과 지원금을 시행하고 있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상품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사이판 49만 9000원, 59만 9000원 등의 상품이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상품들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쇼핑과 옵션으로 점철된 ‘싸구려’ 상품은 아니다. 사이판 정부의 지원을 이용한 틈새 ‘저렴이’ 해외여행이 등장한 것이다. 코로나 시국이니 당연히 단체 쇼핑과 옵션은 상상할 수 없다. 사이판 정부 지원 아래 격리를 활용한 ‘호캉스’다.
덕분에 8월 대비 9월 예약자는 890% 늘었다. 10월 모객은 1580%, 11월 모객은 2186% 증가했다. 현재 한국인 예약자는 4000명을 넘겼다. 8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42명이 오간 것이 비하면 비약적인 증가세다. 예약자는 매일 수백 명씩 늘고 있다. 연휴가 끼어 있는 좋은 날짜엔 예약하기도 어려워졌다. 북마리아나 주정부의 한국인 여행자에 대한 파격적인 혜택이 일단은 올해 12월 31일자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도 필요하다. 여행사 모객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꼼수도 등장했다. 여행사에 따라 여행경비를 우선 최대한 낮춰 모객한 뒤, 현지에서 고객이 선불카드를 받으면 그 돈으로 5일 이후의 현지 경비를 지불하면 된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다. 조삼모사다.
또 다른 주의할 점은 한국에서 출발할 때 미리 몇 개의 섬을 갈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통해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경비 지원을 더 받기 위해 현지에서 추가로 섬 여행을 신청할 수 없고 사이판 도착한 뒤에는 변경할 수 없다.
만약 패키지상품이 아닌 자유여행으로 항공과 호텔을 따로 예약해 여행을 떠날 경우엔 5일 격리기간 동안 하루 400달러에 준하는 현지 숙식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1회 300달러의 비용이 드는 현지 PCR 검사도 본인이 지불해야 한다. 사이판 정부의 전폭적 지원책인 TRIP(Travel Resumption Investment Plan) 프로그램이 한국 여행사를 통해서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백신 미접종자는 국내 입국 시 자가격리 14일 의무가 따라붙지만 백신 접종 완료자는 여행기간까지 합쳐 입국 시점이 접종 후 14일 이상이라면 국내 입국 시 자가격리가 면제된다. 14박 15일 상품을 예약한다면 접종 다음날이라도 여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수차례의 PCR 검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사이판 7박 8일 일정에는 5회의 PCR 검사가 필요하고, 8일 이상 일정에는 6~7회가 필요하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