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이낙연에 1위 내줬지만 전북서 다시 과반 압승…중도하차 김두관, 이재명 지지 표명 ‘본선 직행 동남풍’
9월 2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에서 이낙연 대표가 투표자 7만 1835표 중 3만 3848표(47.12%)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지사는 3만 3726표(46.95%)로 2위를 기록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친 이낙연 전 대표가 반격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후보의 격차는 0.17%포인트(p)에 불과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9월 4일 충청 경선 시작 후 5연패 끝에 첫 1위를 차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25일 경선 결과 발표 후 누적 합계득표율은 이재명 지사가 53.71%에서 52.90%로 낮아졌고, 이낙연 전 대표는 32.46%에서 34.21%로 높아졌다. 둘의 격차도 18.69%p로, 20%p 이내로 좁혀졌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낙연 전 대표가 역전에 성공하지는 못해도, 이재명 지사의 누적 득표율 50% 과반을 깨뜨려 1위와 2위간 결선투표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낙연 전 대표는 광주·전남 경선 결과 발표 후 “저에게 첫 승을 안겨 준 광주·전남 시민들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며 “오늘의 결과를 토대로 더욱 노력해서 더 좋은 결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 오늘 더 큰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광주·전남이 이낙연 후보의 정치적 본거지여서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전북까지 개표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고 전했다.
9월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전북 지역 경선에서 이재명 지사의 기대는 현실화됐다. 이 지사는 과반 득표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전북 지역 경선 개표 결과 총 투표수 4만 838표 중 이재명 지사가 2만 2276표(54.55%) 과반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1만 5715표(38.48%)에 그쳤다. 누적 합계득표율도 이 지사가 53.01%로 과반을 유지했다. 이 전 대표는 34.48%였다.
전북 경선에서는 ‘전북의 맹주’로 통했던 정세균 전 총리의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 향할지가 초미의 관심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는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성향이 비슷한 면이 있어 지지층이 이 전 대표에게 향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 측은 전북 지지자들의 전략 투표를 기대했다. 이번 결과를 보면 전북 대의원 권리당원들은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전략 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전략통은 “전북의 대의원 권리당원들은 과거부터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며 “정세균 전 총리의 중도사퇴 이후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를 두고 고심 끝에 전략 투표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1차 슈퍼위크에 이어 ‘호남대전’에서도 이재명 지사가 압승하면서, 이 지사의 ‘결선 없는 본선 직행’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됐다. 앞으로 남은 일정도 이낙연 전 대표에게 녹록지 않다. 이 지사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경선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49만여 명과 30만여 명이 투표하는 2차 슈퍼위크(10월 3일)와 3차 슈퍼위크(10월 10일) 역시 이 지사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재명 지사는 전북 경선 개표 발표 후 “전남 광주 전북을 합한 호남지역 전체로는 기대 이상으로 많이 승리한 것 같다”며 “압도적 경선 승리로 내부 균열을 최소화하고 본선 경쟁력을 높여주고자 하는 호남의 집단지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변함없이 희망을 지니고 더욱 노력해가겠다”며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내가 갖고 있는 나의 진정한 마음을 더욱 더 잘 알려드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9월 26일 경선이 끝나고 두 번째 중도사퇴 후보가 나왔다. 본경선 내내 저조한 득표율을 보이던 김두관 의원이 후보직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재명 지사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경선 레이스를 중단하면서도 다른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은 정세균 전 총리와 대조적이다.
정세균 전 총리에 이어 김두관 의원 사퇴로 민주당 경선후보는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박용진, 4명으로 줄었다. 특히 김 의원은 남해군수를 시작으로 경남도지사를 지내고 현재 경남 양산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0월 2일 PK(부산·울산·경남) 지역순회 경선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김 의원의 중도사퇴와 이 지사 지지가 PK 지역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