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지구·윤석열 고발사주 의혹 국감 검증 주목···여 ‘결선 여부’ 야 ‘무야홍 추격’도 변수
내년 3·9 대선을 향한 진검승부의 막이 올랐다. 추석 연휴 직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권력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시기다. 여당 3차 슈퍼위크(10월 10일), 제1야당의 최종 후보 선출(11월 9일) 등 숨 가쁜 일정이 전개된다. 그사이 대선 한복판에서 열리는 국정감사는 최대 검증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성남 대장지구 특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에 각각 휘말리면서 불안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판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의 말이다. 여야 관계자들 분석도 다르지 않았다. 추석 연휴 기간 공개된 여론조사 판세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뚜렷한 대세론도 대안론도 없었다. 의혹에 겹겹이 싸인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은 그야말로 위태로운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도 “불안한 선두”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 권력이 안갯속인 근거는 반 년째 지속된 2강 후보의 ‘박스권 지지도’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지지도는 약 6개월 전부터 20%대에 머물러 있다. 2강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신호이지만, 반대로 중도 외연 확장성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추석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추세는 잘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9월 17∼18일 조사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전 총장(28.8%)과 이 지사(23.6%)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하 동일) 내에서 각축전을 벌였다. ‘2중’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15.4%)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3.7%)는 나란히 10%대를 기록했다. 나머지 후보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여론조사공정(데일리안 의뢰, 9월 17∼18일 조사, 21일 공표)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28.1%)과 이 지사(24.4%)는 박빙이었다. 2중 후보가 10%대(이낙연 14.7%, 홍준표 14.5%)인 것도 비슷했다. 이 지사가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를 보인 조사도 있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9월 16∼18일 조사, 20일 공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27.8%)는 윤 전 총장(18.8%)을 오차범위 밖인 9.0%포인트(p) 차이로 앞섰다.
비슷한 시기의 조사 결과가 들쭉날쭉한 셈이다. 여의도 안팎에선 “추석 장터효과에서 대세론을 형성한 이도, 대안론으로 부상한 주자도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권 한 관계자도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누가 앞선다고 할 수 없는 애매한 판세”라고 말했다.
그보다 정치권이 주목한 부분은 조사방법에 따른 상이한 결과였다.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조사한 KSOI와 여론조사공정에선 윤 전 총장이, 전화면접으로 조사한 한국리서치에선 이 지사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우세했다. 통상적으로 ARS 조사에선 여론조사상 잡히지 않는 샤이층이 존재한다. 전화면접의 경우 적극적 지지층이 많다. 윤 전 총장 지지층 중 일부는 샤이 보수층인 반면, 이 지사 지지층의 다수는 끝까지 지지하는 골수 지지층이라는 얘기다.
야권 한 관계자는 “샤이 보수층이 실제 투표장에 나와서 윤 전 총장을 찍을 의사가 있는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윤 전 총장이 5% 안팎의 샤이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유인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가 포스트 추석 민심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는 뜻이다. 이 지사의 지지층이 균열 없이 갈지도 관심사다. 이 지점의 변수는 2강 주자를 옭아매는 핵심 의혹의 파장이다.
추석 연휴를 마친 여야는 ‘대장지구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정조준하며 상대편 유력 주자를 겨눴다. 격전장은 ‘2021 국정감사장’이 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윤 전 총장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여기에 얽혀 있는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 정점식 의원, 제보자 조성은 씨에 대한 증인 채택도 벼르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개입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씨는 9월 12일 SBS 인터뷰에서 “9월 2일이란 날짜는 우리 (박지원 국정)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박 원장을 겨냥 “모종의 코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도 파헤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대장지구 특혜 의혹을 전면에 내걸었다. 당 내부에선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판을 좌지우지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 사태를 능가하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야권은 물론, 여당 내 반이재명 인사들은 추석 연휴 기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고의 덕담은 화천대유”라며 “여러분도 화천대유하세요”라고 이 지사를 힐난했다.
화천대유는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사업에 참여한 자산관리회사로 3년 동안 577억 원을 배당받아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국정감사를 담당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장지구 특혜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지사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지사직을 조기 사퇴할 가능성에 대비, 증인 출석을 ‘플랜B’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지구 특혜 의혹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관계자 등도 증인 리스트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장지구 특혜 의혹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전화번호를 변경하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져 국감장에 소환될지는 미지수다.
양대 의혹의 수사 종착지도 3·9 대선 관전 포인트다. 두 의혹은 세 갈래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다. 대장지구 특혜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용산서), 검찰(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은 공수처,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대검 진상조사는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검찰 소환도 변수다. 그간 여야 안팎에선 “검찰이 추석 이후 김 씨를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김 씨는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과정에서 관련 주식을 헐값에 매수해 높은 가격에 매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행사의 협찬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도 있다. 공·검·경의 수사 결과가 대선판을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2강 주자의 각 당 내부 변수도 있다. 여당 대선 경선의 최대 변수는 ‘결선투표제’ 실시 여부다. 이 지사가 1차 슈퍼위크에서 과반에 성공했지만, 10월 3일과 10일 각각 펼쳐질 2차, 3차 슈퍼위크를 앞두고 이낙연 전 대표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친문(친문재인)계 내부에 ‘반이재명’ 기류가 여전한 점을 감안하면, 2차 슈퍼위크 결과에 따라 ‘이낙연 대안론’이 부상할 수도 있다.
제1야당에선 ‘무야홍의 골든크로스(지지도 역전 현상)’ 여부가 경선판을 흔들 요소로 꼽힌다. 야권 인사들이 꼽은 변수는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함께 이준석호 출범 직후 입당한 10만 명 이상의 MZ 세대(1980년대∼2000년 중반 출생자) 표심, 후보 간 합종연횡 등이다.
다만 각 당의 내부 변수가 대선판 전체를 흔들지는 미지수다. 여야 선거 전략통들은 “대선 반년 전 여론조사 순위가 그대로 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실제 1992년 14대 대선 이후 총 여섯 차례 선거에서 2위 주자가 대권 여의주를 거머쥔 적은 두 차례(16대와 19대 대선)에 불과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16대 대선 반년 전(2002년 6월 29일)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도는 26.8%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0.1%)에 크게 뒤처졌지만 막판 대역전극을 펼쳤다. 19대 대선 당시(2016년 11월 8∼10일) 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1%)이 문재인 대통령(19%)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두 차례를 제외한 나머지 대선에서 대선 반년 전 1위 후보였던 김영삼(14대·29.6%) 김대중(15대·25.3%) 이명박(17대·41.3%) 박근혜(18대·25%) 전 대통령이 최종 승자가 됐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