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의 1호는 화장품, 조현성의 6호는 오디오 진출…사업 현황 질문엔 ‘묵묵부답’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1~7호는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 참여 사업자로 선정된 곳이다. 이들은 지분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배당금을 수령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천화동인1호·6호는 막대한 배당금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로운 사업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이들은 최근 논란 때문인지 구체적인 사업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화천대유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는 외부와의 접촉도 최소화하는 모양새다.
#천화동인1호, 아이원코퍼레이션 통해 화장품 사업 진출
천화동인1호는 아이원코퍼레이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호는 2020년 말 기준 아이원코퍼레이션 지분 2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국내 한 경제지 법조팀장 출신의 김만배 씨가 화천대유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화천대유는 천화동인1호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따라서 김만배 씨가 사실상 아이원코퍼레이션 지분 50%를 갖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천화동인1호도 감사보고서에서 “(아이원코퍼레이션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등기부에 등록된 아이원코퍼레이션의 사업목적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도매업 △기타 화학제품 제조업 △의약품, 의료용품 및 화장품 도매업 △상품 종합 도소매업 △건강기능식품 및 원료 도소매업 △가공식품 도매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화장품 유통 사업만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호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5억 원을 아이원코퍼레이션에 투입했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아이원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4억 8600만 원, 영업손실 2400만 원을 거뒀다. 또 2020년 말 기준 자본총액은 17억 4100만 원, 부채총액은 2억 6300만 원이었다.
박 아무개 아이원코퍼레이션 대표와 김 아무개 아이원코퍼레이션 감사는 과거 H 사에서 같이 근무한 바 있다. 박 대표는 2007년 7월 H 사 대표이사에 취임해 2010년 7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2013년 3월 대표에서 해임됐다. 또 김 감사는 김만배 씨와 같은 대학 출신으로 전해진다.
아이원코퍼레이션이 유통하는 화장품은 대부분 N 사 제품이다. N 사는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335억 원, 영업이익 27억 원을 거뒀다. 최근에는 기업공개(IPO·상장)도 추진하는 등 업계에서 나름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N 사 관계자는 “아이원코퍼레이션이 우리 거래처로 등록돼있지 않다”며 “어떤 경로로 우리 제품을 판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천대유 및 아이원코퍼레이션과 우리는 관계가 없다”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아이원코퍼레이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9월 23일 아이원코퍼레이션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직원을 만나지 못했고, 이후에도 몇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천화동인6호, 디앤오 흡수합병 후 음향기기 사업 진출
조현성 변호사가 실소유한 천화동인6호는 2020년 9월 디앤오를 흡수합병한 후 사명을 기존 소멸법인명인 디앤오로 변경했다. 소멸법인 디앤오는 2013년 11월 설립된 음향기기 유통업체로 주로 해외 유명 오디오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했다. 디앤오는 한때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했고, 대형 백화점에도 입점하면서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꽤 인지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천화동인6호가 디앤오를 흡수합병하기 전인 2019년 12월, 조현성 변호사는 디앤오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조 변호사는 디앤오 흡수합병 후 유일한 사내이사(사실상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디앤오는 현재 성수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고, 온라인 오디오 쇼핑몰 ‘에이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디앤오의 회사 규모는 크지 않아 외부감사 대상 기업은 아니다. 일요신문은 디앤오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디앤오 관계자는 “담당자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한 후 9월 29일 현재까지 연락을 주지 않았다.
조현성 변호사는 케이아이자산관리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아이자산관리는 2016년 설립된 법인으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의 자산관리, 운영, 처분사무 및 일반사무에 대한 업무 수탁 △부동산개발, 공급, 매매, 임대업 △주택법에 의한 주택건설사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조 변호사가 대장동 외에 다른 부동산 사업에도 참여한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조현성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조 변호사와 남 변호사,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모두 법무법인 강남 출신이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4호 실소유주고, 박영수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5년에는 박영수 전 특검과 조현성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의 변론을 맡기도 했다. 현재 법무법인 강남 홈페이지에서 남욱 변호사와 조현성 변호사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22일 SNS를 통해 “남욱 변호사와 조현성 변호사가 소속 로펌인 법무법인 강남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며 “과연 우연일까. 구린 데가 없는 사람이 굳이 잠수 타고 연락을 끊을 이유가 있을까”라고 전했다. 법무법인 강남 관계자는 “남 변호사와 조 변호사의 퇴사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