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조정 중에 대리운전업체 인수…성과 내면 ‘모빌리티’ 상장 디딤돌, 부진하면 시한폭탄
카카오가 불공정거래와 문어발식 사업확장, 독점적 시장구조로 인한 이용자 수수료 상승 등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4일 골목상권과 상생 방안 등을 내놓았다. 소상공인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5년간 상생 기금 3000억 원을 마련하고, 꽃‧간식 배달 중개 서비스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높은 수수료로 비판을 받아온 대리운전 서비스에 대해서도 수수료 인하 계획을 밝혔다.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 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리운전사업자들과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상생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진정성에 의심이 제기됐다. 사업체를 인수하며 사업확장을 시도한 것.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8월 대리운전업체 2곳을 인수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상생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인데도 한편에서는 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대리운전업계의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최근에도 코로나19로 어려움 있는 업체들이 당사에 매도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로부터 인수 중단 요구를 받은 뒤 모든 검토를 전면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반발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카카오가 대리운전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대리운전 서비스가 향후 카카오모빌리티의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이 크고, 현재 추진하고 있는 IPO를 유리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7월 6일 교보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매출은 약 2801억 원, 영업손실은 13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구성을 보면 대리운전 800억 원, 택시 1510억 원, 주차 314억 원, 기타 258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매출 중 대리운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8%. 비록 택시 쪽 매출 비중이 훨씬 높았지만 투자 대비 수익률은 대리운전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리운전서비스 매출은 해가 갈수록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대리운전기사의 90%가 카카오대리운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 그 시장점유율이 더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교보증권은 카카오모빌리티 대리운전의 올해 매출이 930억 원, 2022년 1134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서치원 변호사(원곡 법률사무소)는 “택시가 그랬듯 대리운전도 시장점유율을 상당 수준까지 올리면 이후 부분적으로 유료화하거나 쿠폰 발급 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비자나 대리운전자들의 비용 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증시 입성에도 대리운전서비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치원 변호사는 “온라인 콘텐츠 판매로 수익을 챙겼던 카카오가 오프라인 모빌리티 사업에서 수익을 거둬야 IPO를 앞두고 오프라인 진출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리운전 사업이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내야 IPO가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리운전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업계와 갈등이 더 증폭되면 오히려 카카오모빌리티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사업이 수익을 더 내지 못하면 투자사들 가운데 실적을 중요하게 다루는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아쉬움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측은 “카카오모빌리티와 대리운전업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그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총량제’를 제안할 것”이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카카오모빌리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고삐를 점점 더 조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국회에서 카카오를 겨냥한 ‘플랫폼 대기업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고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가 생성한 데이터를 쉽게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도 국정감사를 통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불러 카카오 및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과 수수료 인상 문제를 추궁할 예정이다.
7명의 여야 의원들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을 저지하는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권한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오며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대리운전업계의 반발을 비롯해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법안 처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향후 규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