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이 수십억 빌려준 엠에스비티, 화천대유에 투자해 327억 잭팟…엠에스비티 “화천대유 투자금 박중훈 돈 아냐”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상실업과 엠에스비티의 관계는 최소 2012년부터 이어진다. 2011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상빌딩에 처음 자리를 잡았던 일상실업은 이듬해 4월 30일 다보빌딩으로 주소지를 변경했다가 2014년 2월 17일 강동구에 위치한 현대웰하임으로 다시 주소지를 바꿨다. 이후 일상실업은 약 일주일 만인 같은 해 2월 24일 역삼동 IS타워, 즉 전 일상빌딩이자 현 타워432로 자리를 옮겼다. 박중훈은 2003년 지상 5층, 지하 2층짜리 일상빌딩을 60억 원에 매입한 뒤 2014년 50여 억 원을 들여 지상 14층, 지하 4층 규모로 현재의 타워432로 신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상실업의 움직임은 엠에스비티의 주소 변동사항과도 일치한다. 엠에스비티 역시 2012년 6월 현대웰하임으로 주소지를 옮긴 뒤 2015년 7월 타워432로 이전했다. 엠에스비티의 주식을 각각 6%와 4.5%를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그린파워서플라이와 코넬시스템디자인 역시 타워432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 두 회사는 동일하게 자본금 1000만 원으로 2016년 8월 1일에 설립됐으며 엠에스비티의 모회사인 크로체코리아의 계열사로 파악된다. 이 외에도 웰하임, 춘추디엔씨 등 엠에스비티와 관련 있는 회사들도 현대웰하임을 거쳐 타워432에 자리를 잡았다.
일상실업과 엠에스비티 등의 회사들이 타워432로 이전하기 전에 머물렀던 현대웰하임은 2010년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인 저스트알이 현대아산과 함께 추진한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2006년 일상빌딩에 주소지를 두고 있던 저스트알은 2012년 다보빌딩, 2014년 타워432로 주소를 변경했는데 이 역시 일상실업의 변동 사항과 동일해 눈길을 끈다. 저스트알은 또 2016년 기준으로 일상실업에 6000만 원을 연리 4.6%로 빌려줬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저스트알의 경영진은 엠에스비티의 이전 경영진 및 임원이 일부 겹치고 있어 일상실업이 엠에스비티에 직접 투자를 하기 이전부터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저스트알은 초창기 대장동 개발에 주력했던 주식회사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와 연관된 회사라는 의혹이 불거진 곳이기도 하다.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는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대주주였던 회사다.
이들 사이의 관계성은 일상실업이 엠에스비티 측에 거액을 대여해 준 배경으로도 이어진다. 엠에스비티의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상실업이 엠에스비티에 대여한 금액은 20억 원(2015년, 연리 12%)에서 54억 원(2017년, 6.25%)으로 늘었다. 또한 엠에스비티의 최대주주이자 모회사로 알려진 크로체코리아도 같은 기간 비슷한 금액을 빌려준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엠에스비티는 2015년 1억 34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가 2016부터 2018년까지는 사실상 매출액이 없었으며 2019년 매출은 618만 원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으로는 마이너스 4억~마이너스 31억 원을 기록해 자본 완전잠식상태에 빠졌다. 2018년 회계감사보고서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기록돼 있다.
자본금 1억 원으로 시작해 수년 동안 큰 매출이 없었던 이 회사가 2015년 돌연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에 거액인 60억 원을 빌려줬는데, 이 기간 박중훈이 빌려준 돈이 2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또 다른 투자처로부터도 40억 원을 끌어 모은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는 이와 더불어 킨앤파트너스로부터도 291억 원을 차입해 초기 운영비와 토지 및 사업계약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엠에스비티 측은 “박중훈 측으로부터 돈을 빌린 것은 맞으나 이를 화천대유에 투자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중훈이 거액의 돈을 대여해 준 것은 자문사와 고객이라는 오랜 친분으로 인한 것이라는 게 엠에스비티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박중훈이 투자 전망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모회사만큼의 돈을 빌려 준 것은 친분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런 가운데 엠에스비티는 2017년 화천대유 대여금(2017년 기준 총 131억 원)을 투자금으로 전환해 대장지구 11블록 개발사업에 대한 3순위 우선수익권을 확보함에 따라 매출이 급증했다.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매출이 327억 8000만 원으로 기록됐다. 직전년도(2019년 618만 원) 대비 약 5300배가량 폭증한 셈이다. 영업이익도 2020년 318억 6000만 원으로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248억 2000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박중훈이 이 같은 엠에스비티의 투자 결과를 인지 또는 예상한 상태에서 투자를 위한 초기 자금을 대여해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중훈은 또 2019년에 엠에스비티에 250억 원을 대출해준 ‘리딩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1호’에 1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사모부동산투자신탁은 대출 담보로 엠에스비티가 보유한 판교대장지구 11블록 수익권을 받았다. 만일 엠에스비티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수익권은 해당 사모부동산투자신탁이 가져가게 된다.
부동산 회사가 투자를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박중훈이 본격적으로 자금을 대여해주기 전까지 화천대유와 연관이 있는 엠에스비티 및 그 관계사들과 지속적으로 같이 움직여 온 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회사들의 사무실이 대거 박중훈의 건물에 모여있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박중훈의 입에 대중들의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일요신문은 박중훈과 엠에스비티 경영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박중훈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