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청와대 2019년 말 화천대유 사전 인지 의심…민주당, 김만배-특수부 검사 친분 부각 윤석열 측면 공격
화천대유의 천문학적 배당 수익이 공개되자 이재명 지사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승승장구하던 이 지사에겐 악재였다. 국민의힘은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표어를 내걸고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 지사를 쫓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 역시 이 지사를 공격했다.
하지만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현 무소속)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대장동 개발을 ‘최대 치적’이라며 정공법을 택했던 이 지사는 ‘국민의힘 게이트’로 명명하면서 반격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화천대유 ‘키맨’ 중 한 명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 지사 최측근이라면서 응수했다.
이재명 지사를 놓고 벌어지던 양측의 충돌은 다시 윤 전 총장에게로 번졌다.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씨 누나가 윤석열 전 총장 부친 자택을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법조기자 경력의 김 씨가 윤 전 총장과 가깝게 지냈다는 증언들도 쏟아졌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주자들이 모두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에 거론되고 있는 셈이다.
표심과 직결되는 ‘부동산’ 문제일 뿐 아니라 대형 비리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야, 그리고 이재명‧윤석열 캠프는 사활을 걸고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중 특별검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불의의 일격을 맞은 윤 전 총장은 연일 특검을 부르짖고 있다. 국민의힘도 당 차원에서 특검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주당과 이 지사 측은 특검에 부정적이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9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끌자?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고 일축했다. 당 일각에선 무조건 특검을 반대하면 국민들 눈에 좋지 않게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긴 한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 측이 특검 카드를 꺼낸 밑바탕엔 검찰 수사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기류가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 성향 검사들로 이뤄진 서울중앙지검이 과연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느냐는 의심이다. 경찰이 화천대유 건을 일찌감치 알고도 수사를 뭉갠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곳곳에서 나온다. 검찰 출신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대규모로 수사진을 꾸린 검찰은 최대한 빨리 결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는 속도전으로 해선 안 된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돈이 사방으로 흩어진 상태다. 돈이 해외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높다. 자금 추적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수사다. 찾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수사 결론을 낸다는 것은 대선을 앞둔 이재명 지사에게 면죄부만 주는 격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캠프 관계자들은 대장동 현지 주민과 접촉하는 등 이 지사를 공격하기 위한 ‘실탄’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뒤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가 시작되면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은 검찰 내부 수사 상황을 파악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비롯해 권력기관 정보유출 단속에 나선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9년 12월경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화천대유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 인지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화천대유의 자금, 소유주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2020년 1월엔 성남시청 측에 대장동 관련 민원을 확인해보라는 입장도 전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화천대유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다. 내로라하는 변호인들이 화천대유에 속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면서 “우리 쪽에서 대장동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을 직접 접촉하기도 했었다”고 귀띔했다.
이는 청와대 역시 화천대유 불법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바탕으로 ‘이재명 봐주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해본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관심을 보이자 화천대유의 호화 고문단이 바쁘게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사건의 확대를 막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으면서 “어찌됐건 이 지사를 봐주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는지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화천대유 사태 핵심 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의 신병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로 배당금 1000억 원가량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남 변호사는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에 미국으로 출국해 잠적한 상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현 정부가 남 변호사의 도피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설계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과는 친분이 깊었다가 틀어졌다고 한다. 미국 현지의 한 언론인은 10월 1일 “남 변호사 부부가 캘리포니아에 왔다가 콜로라도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 콜로라도는 한인들이 적은 곳이다. 아마도 주위 눈을 피하기 위한 행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곽상도 의원을 연결고리로 전 정권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화천대유 측이 박근혜 청와대의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곽 의원에게 뇌물을 주고 모종의 대가를 받았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동시에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씨를 중심으로 한 특수부 검사들의 친분도 부각시키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