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임대 아파트 최대 80→60%로 하향 월세 부담 가중…보증금 8억 원대 SHIFT는 전세 허용
[일요신문]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국민임대아파트 임대료 전환율(임대보증금‧임대료 최대 전환 가능금액)이 다시 60%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2020년 제3차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시 한시적으로 최대 80%까지 높여줬지만 올해 9월 제1차 모집부터는 다시 최대 60%로 원상 복귀했다.
임대보증금‧임대료 최대 전환 가능금액(전환율)은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을 상호 조절하는 비율이다. 보증금을 높이면 임대료가 낮아지고 보증금을 낮추면 임대료가 올라간다. 가령 보증금 5900만 원에 월세 38만 원인 임대아파트에 80%의 전환율을 적용하면 1억 1000만 원의 임대보증금을 내는 대신 월세를 7만 7000원으로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은 5000여만 원을 더 마련해야 하지만 최근 2%대의 낮은 전세 대출 금리를 고려하면 월 10만 원대의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임차인에 이득이다. 통상 임차인들도 월세를 낮추는 편을 선호한다.
지난해 12월 SH는 서울시 전세 대책의 일환으로 한시적으로 전환율을 80%로 상향했다. 10월 5일 공사 홍보부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른 전세 안정 후속 조치로 국토부, 서울시와 함께 전환율을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전환율이 올라가자 임차인들은 다른 시기의 임차인에 비해 낮은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었다. 한 임차인은 “보증금을 1500만 원 정도 전환하면 월세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곳도 있어 주거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했다. 많은 임차인이 중위 소득의 70%에 못 미치는 저소득 가구인 것을 감안하면, 전환율 상향은 코로나19로 소득 감소를 겪는 서민, 저소득층에게 실효적인 정책이었다.
하지만 SH는 임대전환율을 지난해 단 1회만 상향(80%)하고 올해 첫 국민임대 공급에서는 다시 기존 60%로 돌려버렸다. 게다가 지난해 80%까지 올려준 보증금 전환율도 2년 후 재계약 시엔 60%로 다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임차인들은 강제로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고 월세를 더 내야 한다.
임차인들은 “정부가 시키니 딱 한 번 전환율을 올려주고 2년 후에는 도로 월세를 더 받겠다니 조삼모사 아닌가”라고 했다. 특히 임차인들의 임대료가 고스란히 SH로 흘러 들어간다며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자기들 배를 불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서민 주머니를 턴다는 비판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SH의 전환율은 100%였다. 공사는 저소득층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16년까지 전환율을 100%로 유지하며 서민 친화 정책을 고수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2016년 5월부터 전환율을 60%로 낮춰 국민임대 임차인에게 월세를 받도록 방침을 바꾼 것이다. 당시 임차인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SH는 지방공기업 부채 비율 준수,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임차인들에게 임대료를 직접 징수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 방식은 오세훈 시장이 돌아온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임차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SH가 적자를 이유로 임대료를 거두는 대상이 가장 어려운 서민이 거주하는 국민임대라는 것이다. SH는 보증금 8억 원대의 SHIFT(장기전세주택)는 전세를 허용하고 있다. SH 전세주택에 들어가면 매달 임대료 없이 거주할 수 있다. 보증금 7억~8억 원을 마련할 수 있는 중산층에게는 전세를 허용하면서 보증금 5000만 원대의 10평 남짓한 국민임대 임차인에게는 꼬박꼬박 월세를 받아야 하느냐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임차인들은 2016년부터 꾸준히 SH에 전환율 상향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 정책을 따른 한 번을 제외하면 6년간 SH는 전환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H 내부 방침으로 전환율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SH가 임차인의 요구를 무시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