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릴란드 등 아프리카에서 불법수입…이송 중 75% 죽고 이빨·발톱 뽑히는 고통 당해
문제는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치타가 거의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불법으로 밀수된 동물들이란 사실이다. 이런 불법 밀수 때문에 아프리카 야생 치타의 개체수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으며, 이런 까닭에 현재 치타는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는 상태다. 이대로 두었다간 머지않아 치타가 완전히 멸종될 수 있다며 염려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과 인터폴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야생동물 밀매 시장은 연간 최대 200억 달러(약 23조 원)에 달하고 있다. 규모가 규모인 만큼 마약, 인신매매와 함께 전세계 5대 불법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불법 포획되는 야생동물들로는 치타 외에도 사자, 판다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중동 부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높은 동물은 치타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중동 국가로 불법 밀매된 야생 치타는 4000마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의 불법 홍보 및 판매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전세계에서 애완용 치타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고객들을 상대로 한 계정이 많다. 가령 리야드에 본부를 둔 익명의 한 치타 딜러는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치타를 수입해온다. 수컷을 원하든 암컷을 원하든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면서 “주문만 하면 25일 안에 치타를 배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그가 사우디 부호들에게 판매한 치타는 80마리가 넘는다. 가격은 6600달러(약 780만 원)부터 시작하며, 한 마리 이상을 주문할 경우 할인도 가능하다. 또한 그는 새끼나 암컷이 수컷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린다고도 말했다.
이처럼 애완용 치타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서 인기인 까닭은 부호들 사이에서 신분과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면 치타를 슈퍼카 옆좌석에 태우거나 산책을 시키거나, 저택 안에서 치타와 함께 뒹구는 모습 등이 많다.
이에 대해 20년 동안 치타 보호구역에서 일해온 멕시코의 독립 야생동물 전문가인 파트리샤 트리코라체는 “아랍 왕족들은 이국적인 동물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 또한 이들을 모방해 신분의 상징으로 치타를 키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2010~2019년 사이 불법으로 밀수된 치타들 가운데 60%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우디 부호들 사이에서 치타가 얼마나 인기가 높은지 알 수 있다. 트리코라체는 “거의 매주 치타가 사우디로 밀수된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밖에도 14%는 쿠웨이트에, 13%는 UAE(아랍에미리트)로 보내지고 있다.
사실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소유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사우디의 경우 야생동물을 소유하다가 발각될 경우에는 최대 10년의 징역형과 790만 달러(약 94억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사우디 당국이 사자, 호랑이, 곰과 같은 야생 동물에 대한 허가증을 발급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물론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점점 더 많은 왕족과 부호들은 사우디 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몰래 치타를 수입해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야생동물의 소유권을 금지하는 법이 있지만, 집행은 느슨하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 당국은 특별한 허가 없이 치타를 포함한 야생동물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법을 도입했다. 불법적으로 소유할 경우에는 동물을 몰수하고 최고 19만 달러(약 2억 원)의 벌금과 최고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아랍에미리트 환경부에 따르면, 2010~2019년 사이 밀반입됐다 적발된 치타는 모두 37마리였다. 이렇게 압수된 야생 동물들은 동물원으로 보내진다.
사정이 이러니 불미스런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애완용으로 키우다 버려진 야생동물들 때문에 위험한 상황도 자주 연출되고 있다. 일례로 홍해 연안의 도시인 제다의 주민들은 도시 남쪽의 알 아르바엔 인공호수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있는 악어들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 악어들은 주인에 의해 버림받은 애완용이었다. 그런가 하면 22세의 한 사우디 남성이 자신이 키우던 사자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었다.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난 2019년 4월, 사우디 야생동물청의 책임자인 반다르 알-팔레는 “치타나 늑대와 같은 야생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것을 금지한다. 포식 동물을 소유하는 행위는 불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또한 알-팔레는 왕실령으로 “개인적인 용도나 상업적 목적으로 야생 동물을 수입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정에 찬성하고 나선 사우디 동물보호 활동가인 롤와 알마샤드는 “야생 동물들은 야생에 속해야 한다. 동물을 이런 식으로 가두는 건 옳지 않다. 또한 치타를 길들인다는 건 사실 비현실적이다. 치타는 포식 동물이고, 다른 모든 맹수들처럼 본능을 따른다. 심지어 필요하다면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치타가 가장 많이 포획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더타임즈’에 따르면, 불법 밀매되는 전체 치타의 42%는 소말릴란드에서 포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는 케냐(12%)와 에티오피아(10%)가 잇고 있다. 치타 밀수의 거점지로 떠오른 소말릴란드에서는 매년 약 300마리의 새끼 치타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불법으로 포획된 치타들은 국경을 넘어 밀반출된 다음 비좁은 나무 상자나 판지 상자에 넣어져 보트를 타고 아덴만을 가로질러 최종 목적지인 중동 지역으로 보내진다.
이와 관련, ‘치타보존기금’의 로리 마커 박사는 “매년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 인근 지역)에서 태어나는 야생 치타 새끼들의 4분의 3이 밀수업자들에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치타 개체수를 연구하며 평생을 보낸 마커 박사에 따르면, 이렇게 포획되는 대부분의 새끼들은 생후 3주에서 10주 사이에 어미를 떠나게 되기 때문에 야생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본능을 발달시키지 못한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약 75%는 포획 후 영양실조로 죽거나, 혹은 해외로 밀반입되는 과정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당한 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 마커에 따르면, 보통 네 마리 가운데 세 마리가 이송 도중 죽고 만다.
설령 애완용으로 팔려서 살아남는다 해도 대부분의 치타들은 주인이 치타를 돌보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1~2년 안에 죽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빨과 발톱이 뽑히는 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익명의 한 수의사는 “주인들이 치타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치타들은 신진대사와 소화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트레스 관련 질병과 감금으로 인해 비만을 앓기도 한다. 특히 전염병에 걸리기 쉬운 예민한 종이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데도 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비난했다.
애완용이라고 하지만 학대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는 간혹 수영장 안으로 거칠게 던져지거나, 아이스크림과 막대사탕을 강제로 먹거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괴롭힘을 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심지어 죽어가는 치타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와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육상 포유동물인 치타는 달릴 수 있는 넓은 공간과 특별한 식단이 필요한 예민한 동물이다. 마커 박사는 “그들은 치타를 사랑하지 않는다. 단지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소유하는 것이 신분의 상징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때문에 키우던 치타가 죽으면 다른 치타를 주문한다”고 비난하면서 “하루빨리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향후 2년 안에 치타는 완전히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는 야생 치타의 개체수는 전세계에서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약 10만 마리였던 개체수는 현재 7000마리 정도로 줄어들었다. 현재 치타의 국가 간 거래는 멸종동식물 보호협약(CITES)에 따라 지난 1975년 금지된 상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