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기회 많이 제안받다보니 생긴 ‘직업 확장’…로스쿨 출범 이후 변호사 시장 과열도 한몫
라이선스로 언제든 업이 유지되는 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이 반영됐다는 평가인데, 과거와 달리 ‘돈이 되면 뭐든 한다’는 변호사 업계의 분위기가 잘못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남욱 변호사를 필두로 박영수 변호사(전 특별검사) 등 다수의 변호사가 대장동 의혹에 관여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직업윤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도피한 남욱 변호사
미국으로 도피한 남욱 변호사가 성남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변호사의 직업 확장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남욱 변호사(사시 47회·연수원 37기)는 일찌감치 변론보다는 사업으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실제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장동 공영개발을 추진하자 이를 민간개발로 바꿀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동산개발 시행사의 부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시행사 대표로부터 8억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였는데 2015년 재판에 넘겨졌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직함이 변호사였지만, 그는 사실상 시행사 대표처럼 역할을 했다고 한다. LH가 공영개발을 포기한 뒤에는 민간개발을 위해 주변 토지를 사들이고 토지주들을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민관 합동 개발로 방향을 바꾸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시행사업에 동참했다.
‘성남의뜰’에 투자한 천화동인 1~7호 중 절반가량을 그가 좌지우지했다. 천화동인 4호는 남 변호사 본인의 것이었고, 5호는 남 변호사의 부동산 파트너이자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회계 관련 업무를 주도한 정영학 회계사, 6호는 남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조현성 변호사 소유였다. 조현성 변호사는 남 변호사가 구속된 뒤 변호를 하다가, 남 변호사를 대리해 자금 유치를 맡게 되면서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이들은 천화동인을 소유한 덕분에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었다. 남욱 변호사는 8721만 원을 투자해 1007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조현성 변호사는 화천대유 6호에 2442만 원을 투자해 배당금 약 282억 원을 받아갔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 5호에 5581만 원을 투자해 644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변호사 업무는 어쩌고?
변호사 업계에서는 남욱 변호사가 직함만 변호사일 뿐, 사실상 대장동 사업에 더 많은 업무를 할애했다고 얘기한다. 남욱 변호사를 아는 한 변호사는 “법무법인에 소속돼 있었지만, 로펌으로 들어오는 사건을 주도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부동산 관련된 업무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얘기를 들었다”며 “변호사를 하다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정보를 접할 기회들이 생기곤 하는데 남 변호사는 전형적으로 ‘돈’을 선택한 케이스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실제 남 변호사는 대장동에서는 ‘회장님’으로 통했다.
변호사들이 자문을 맡는 과정에서 ‘돈’을 벌 기회를 더 많이 제안 받다 보니 생긴 ‘직업 확장’이라는 평이다. 전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불법을 저지르는 기업들 자문을 해주다가 보면 당연히 해당 기업의 속사정과 사업 영역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며 “고객들이 ‘A 회사 주식을 사시라, B 회사에 투자하시는 것은 어떠냐’ 같은 얘기를 하고, 그렇게 돈을 쉽게 벌다 보면 본래의 변호사 업무가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자꾸 기웃거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매년 2000여 명씩 쏟아져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변호사 직함을 앞세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로스쿨 출신의 한 법무법인 대표는 “아직 정부 부처의 해석이 모호한 지점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의 자문을 적극적으로 해주면 ‘아예 변호사님 우리랑 같이 일해보시면 어떠냐’는 제안을 듣게 된다”며 “변호사 시장 경쟁이 치열해서 기회가 될 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해 수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운영한 적도 있다”고 얘기했다.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검사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변호사 시장 경쟁 과열’이 한몫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꾸리려면 월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은 든다”며 “검사장이나 대법관 출신이 ‘마음 편하게 사무실 운영’을 하려면 자문이 중요한데 화천대유가 월 500만~1500만 원을 준다고 했을 때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켜야 할 법을 넘어설 정도로 ‘탐욕’을 부리면 결국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똑같다. 논란이 불거지자 황급히 미국으로 떠났던 남욱 변호사도 ‘사업 이익 무효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내 귀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