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 1명이 감당 못해” 내부 반발…김오수 총장 “업무 부담 해소 차원, 관여 제한 아냐” 해명
#검사 재판 참여 규모가 왜 문제?
통상적으로 검찰총장에게 직접 반발하는 게 쉽지 않은 검찰 문화지만 최근 대검찰청이 추진 중인 '수사검사 직관 제한'을 놓고,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직관은 수사검사가 직접 법정에 들어가서 재판 과정을 직접 챙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의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통상적인 형사 사건의 경우 수사하는 검사와 재판을 유지하는 검사가 다르다. 형사부 소속 검사가 수사를 해서 기소하면, 자료를 건네받은 공판부 소속 검사가 재판정에 들어가는 일을 전담하며 공소를 유지한다.
하지만 복잡한 사건은 다르다. 수사를 했던 검사가 직접 재판까지 챙긴다. 기업이나 정치인 비리 관련 수사, 통상적으로 선거나 대북 관련 공안 사건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사건을 수사할 때부터 범죄 혐의나 증인 등에 따라 검사들이 맡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검사 1명이 아니라, 팀 전체가 공판에 참여한다. 재판 증인에 따라 검사가 다르게 법정에 투입되기도 하고, 부장검사가 직접 참석해 재판을 챙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적을 때는 2~3명, 많을 때는 6~7명의 검사가 직접 재판에 참석해 공소를 유지한다.
김오수 총장은 취임 후 검찰 개혁 차원에서 이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수사 검사의 재판 참여를 최소화하고 공판부 검사가 공판을 전담하는 ‘1재판부 1검사 투입’을 모든 사건에 적용하는 직관 허가제를 시행한 것. 대검찰청은 추가적인 조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비롯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삼성 회계 부정 사건 등 특정 사건 재판을 직관하려는 검사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해 직관 참여 허가를 받으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 실명 반박 줄이어
당연히 반발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한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는 공개적으로 항명에 나섰다. 수사검사 직관 제한에 대해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대검이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송 검사는 10월 1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검의 설명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8월 항소심에서 조 전 장관의 배우자에 대해 징역 4년, 그 동생에 대해 징역 3년이 선고됐는데, 어떤 연유인지 그 직후인 9월 10일 진행된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1심 공판기일부터 속칭 ‘대검의 직관 허가제’가 적용됐다”며 “4명 이상의 검사가 직관을 해야 하는 이유와 각 검사별 직관 필요성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대검에 송부한 뒤 대검의 허가를 받아 공소유지 활동을 해야 하는데, 8일 예정인 다음 기일에도 대검 수뇌부의 결정 및 허가에 따라 직관검사 수를 조절해야 되는지 걱정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검사는 “조 전 장관 등 사건의 관계자로부터 ‘수사검사의 직관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직관 허가제’를 추진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며 “직관 허가제가 조 전 장관 관련 사건 및 울산 선거법위반 사건, 불법 출국금지 사건, 삼성 불법 승계 사건에 집중된 상황도 이러한 의구심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검의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앞선 9월 15일에는 삼성그룹 승계 의혹 수사를 담당했던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 역시 글을 올리며 대검의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내부망에 ‘앞으로 직관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대검에서 1공판부 1검사 제도를 추진하면서 그 기저에 (김 총장이) ‘수사를 직접 한 검사가 공소유지에 관여하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고 하시며 최근 현안 사건 직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그럼에도 죄를 진 사람에 대해 유죄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를 보면 무죄가 빵빵 터지더라도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검 방침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재판을 담당했던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역시 9월 24일 “한 명의 공판검사로 하여금 사건을 새로 파악해 법정에서 대응하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권력자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동일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는 등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의 반발이 줄을 잇고 있다.
#총장 해명에도 계속되는 내홍
이 같은 검사들의 반발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최근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됨에 따라 늘어날 공판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 수사검사의 공판관여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몇몇 사건을 겨냥한 ‘검사 수 줄이기 전략’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검 측 역시 “수사검사의 직관 참여는 사안의 성격이나 복잡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취임 후 4개월 동안 검사들을 이끄는 리더십 확보를 위해 노력했던 김오수 총장이지만,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팀이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을 기소하겠다고 하자 이를 승인하지 않았던 점이나,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부터 비롯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관여 사실이 확인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사건을 이첩한 점 등은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지점이다.
익명의 한 검사는 “손준성 검사 사건의 경우 단순하게 ‘개입을 했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공소장을 실제로 손 검사가 만들었는지는 더 수사가 필요한 지점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을 하고 이첩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박범계 장관이 ‘윤석열 전 총장과 손준성 검사는 매우 특별한 관계였다’라는 공개적인 발언에 맞춰서 이첩을 했다는 생각이 순간 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정권의 눈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김오수 총장이 대선이 끝나면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날 수 있는 상황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줄타기 전략을 선택한 것 같은데,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