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 마케팅 추진한 신세계그룹 전략 차질 불가피…처우 개선 시 영업이익·배당금 감소 전망
#22년 만에 첫 집단행동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직원들(파트너)이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인력 충원 및 처우 개선 요구에 나섰다. 지난 10월 7~8일 이틀에 걸쳐 트럭시위를 진행했다. 트럭 전광판에는 △스타벅스 파트너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닙니다 △5평도 안 되는 직원 휴게공간,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매일 대걸레 옆에서 밥을 먹습니다 △10년 차 바리스타와 1개월 차 바리스타가 똑같은 시급을 받는 임금제도를 개선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1999년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영진은 곧바로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연례 최대 규모의 마케팅을 연기했다. 송호섭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는 사내메일을 통해 “권한의 명확한 현장 위임, 정형화된 프로모션 개선, 채용의 탄력성 확보, 조직 개편을 통한 소통 채널 강화를 병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10월 셋째 주까지 매장 직원들의 주요 개선 요구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다. 당초 10월 12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겨울 e프리퀀시’ 행사는 같은 달 28일로 미뤄졌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스타벅스는 시간선택제 고용 창출로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상을 받았지만, 78%에 달하는 단시간 노동자들은 과중한 노동 강도와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업무시간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인력 충원, 시간선택제 노동자 비율 축소, 연장근무를 당연시하는 기업문화를 없애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뒷짐 지지 말고 즉각 스타벅스에 대한 현장점검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와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최근의 상황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신세계는 스타벅스와 협업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 5월 SSG 랜더스 야구단과 손잡고 출시한 유니폼, 모자 등 굿즈가 3분 만에 완판됐다. 지난해 SSG닷컴은 스타벅스 온라인 샵을 론칭했고, 한정판 굿즈를 출시해 연이어 완판시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스타벅스에 힘을 실어왔다. 지난 3월 31일 이마트 출신의 형태준 부사장과 하익성, 이수철 상무를 스타벅스코리아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이마트 전략실관리총괄에서 자리를 옮기게 된 형 부사장은 신세계그룹의 재무·전략통이라 불린다. 외부 인사 수혈도 이뤄졌다. 지난 10월 1일 이마트는 외부에서 영입해온 임원 13명 중 2명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인사담당을 맡는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9월 27일 이마트는 4742억 5350만 원에 스타벅스코리아 지분(17.5%) 추가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마트는 지분 6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연결기준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다. 앞서 7월 27일 이마트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미국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인수한다고 공시한 지 2개월 만이다. 오는 4분기부터 스타벅스코리아 실적이 이마트 연결기준 실적에 반영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은 8.5~9.3%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1644억 원(2020년), 1751억 원(2019년), 1428억 원(2018년)이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자회사 연결 편입은 이마트 실적에 긍정적”이라며 “스타벅스 등을 쓱닷컴의 유료 멤버십에 녹인다면 가입자 수를 모으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트래픽의 확대, 그리고 셀러의 확대로 이어지면서 플랫폼 확장 속도를 더욱 끌어올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자금 쏟자마자 수익성 악화?
하지만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확대로 인한 실적 개선을 마냥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이 이뤄진다면 인건비 비중이 높아지고,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 전체 매출액(1조 9284억 원)에서 인건비 비중은 30% 수준이다. 급여(4377억 원), 퇴직급여(445억 원), 복리후생비(1056억 원) 등으로 구성된 종업원 관련 원가는 5879억 원이다.
실제 이른바 게임업계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인건비 상승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올 초 3N은 경쟁적으로 전 직원 연봉을 인상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이는 곧바로 역성장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128억 원, 16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2%, 46%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넥슨 영업이익도 42% 감소한 1577억 원으로 집계됐다. 모두 어닝쇼크(증권사 추정치보다 10% 이하 기록) 수준의 성적표라는 혹평이 나왔다.
인건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고배당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코리아 배당금은 이마트 당기순이익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와 2019년 각각 배당금 600억 원을, 2018년에는 400억 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30%(2018년), 45%(2019년), 60%(2020년)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현금흐름이 불안정해진 이마트가 스타벅스를 인수했지만, 실적 개선 효과는커녕 비용만 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까지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3조 4400억 원) △W컨셉(2650억 원) △SSG 랜더스(옛 SK와이번스, 1352억 8000만 원) 등을 인수했다. 지난 3월에는 스타필드 건설, 화성국제테마파크사업 등을 위해 부지를 8669억 원에 매입했다. 수년 전부터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효율화 및 투자재원 확보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순 없다. 지난 6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Moody's)는 이마트 신용등급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로선 파트너들의 의견과 고충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청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업무에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