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지분 52.08% 전량 신세계로 넘기자 주가 급락…소액주주들 “프리미엄 보장 공개매수” 요구
광주신세계는 지난 15일 정용진 부회장의 보유 지분 52.08% 전량을 신세계로 넘기는 내용의 최대주주 변경 건을 공시했다. 신세계는 기존 지분 10.42%에 더해 광주신세계 지분 총 62.50%를 보유하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광주신세계는 1995년 광주광역시 지역법인으로 설립된 신세계 계열사로 광주·호남 지역의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운영한다. 2019년 1월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이마트에 양도하면서 현재는 백화점 사업만 영위하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그룹의 다른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유가증권시장에 별도 상장될 만큼 독립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이번 지분 인수 목적을 “광주신세계 지배력 확대 및 지배구조 단순화”라고 설명했다.
광주신세계는 이전부터 신세계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의 한 축으로 꼽혔다. 정용진 부회장(이마트)·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신세계백화점) 남매의 사업부문 분리는 물론, 정 부회장이 유일하게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로서 증여세를 마련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를 내려주며 경영 분리를 공식화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약 1942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 마련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의 지분 확보로 광주신세계는 신세계의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변경된다. 이로써 신세계가 얻는 이점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주신세계는 연평균 600억 원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유지하고 있어 신세계는 최대주주로서 배당 확대 등을 추진할 수 있다. 또 2018년부터 광주신세계가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광주신세계가 4분기에 연결 편입되면서 신세계의 전사 실적 개선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정용진 부회장과 신세계의 주식 거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4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보유 주식 83만 3330만 주를 주당 27만 4200원에 처분해 약 2285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는 당일 종가 22만 8500원보다 20% 높은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치다. 다음 날인 15일 광주신세계 주가는 약 14.66% 급락했고, 30일 현재까지 9거래일 연속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즉 최대주주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통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일부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신세계와 광주신세계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광주신세계가 공개매수를 거친 뒤 상장폐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소액주주는 “광주신세계는 매년 수백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지만 주주환원이나 투자보다 현금으로 쌓아두고 있었다”며 “최대주주가 사익을 챙겨 떠난 상황에서 대다수 일반주주들을 내팽개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보장한 공개매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은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가 합당하다고 보고 있다”며 “오너 지배력 강화를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지역 현지법인으로서 정체성이 강한 광주신세계를 급하게 합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형 유통업체가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도 이익을 서울 본사에 가져간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특히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입점을 저지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 지방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지방세를 납부하는 현지법인화는 그 타개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신세계는 현지법인화 이후 독자 상장까지 이뤄낸 성공 사례”라며 “광주 이후에 대전, 동대구 등에도 신세계 지역법인이 세워진 만큼 당장 합병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최대주주만 바뀌었을 뿐, (지역 현지법인으로서) 지금처럼 계속 가는 것”이라며 “양사 간 합병 등의 이야기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과 관련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