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 감정 표현 능수능란 “역시 고현정”…신현빈 스릴러 연기도 탄탄, 시청률 3.6% 순조

‘너를 닮은 사람’에서 맡은 정희주는 성공한 화가이자 에세이 작가로 태림병원과 학교법인 일가의 며느리다. 끔찍이 가난했던 청춘 등 과거의 것들과 결별하고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행복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 여자를 만나며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역할이다. 10월 13일 첫 회 방송에서 고현정이 그려낸 정희주는 ‘역시 고현정만 소화해낼 수 있는’ 캐릭터였다.
연출을 맡은 임현욱 PD는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초기 희주를 만들 때 배역이 너무 어려워서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로 누구를 할까 엄청나게 고민했다”며 “고현정 선배님 이야기를 작가님한테 먼저 말해 선배님을 생각하고 작업했다. 제안을 드리고 빨리 연락이 왔다. 그래서 작가님과 함께 쾌재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며 고현정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그 어려운 배역, 복합적인 감정 표현이 필요한 캐릭터를 고현정이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이런 이미지의 신현빈이 심리 스릴러 장르에서 통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기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13일 첫 회 방송에서 신현빈은 절대 고현정에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팽팽한 긴장감을 완성해냈다. 일부 시청자들은 몇몇 장면에서 신현빈의 연기력이 고현정을 압도했다고 평할 정도다.
신현빈이 맡은 캐릭터 구해원은 보풀이 잔뜩 인 낡은 녹색 코트를 세 계절 내내 입는 중학교 기간제 미술교사로 별명은 ‘미미(미친 미술 교사)’다. 사실 해원은 가난했지만 어디서나 당당했고 품이 넓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희주와의 만남이 큰 생채기를 남긴 뒤 치열함조차 빛났던 젊음은 빛을 잃고, 작가 대신 계약직 미술교사로 전전하고 있다. 그가 다시 희주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의 주된 스토리 라인이다.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선 어쩌면 신현빈에게 구해원 역할이 맞춤옷 같은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신현빈은 2010년 개봉한 영화 ‘방가? 방가!’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후 10여 년 동안 신현빈이 출연한 작품이 크게 성공하지 못하면서 잠시 대중에게 잊혔다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너를 닮은 사람’으로 배우 신현빈의 본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신현빈은 사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필모그래피에는 스릴러 작품이 여럿 있다. OCN ‘미스트리스’, tvN ‘자백’ 등의 드라마가 대표적인데 아쉽게도 대중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한 드라마다. 그렇지만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이 두 드라마 속 신현빈의 스릴러 연기는 이미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심리 스릴러물인 ‘너를 닮은 사람’의 구해원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충분한 내공을 가진 배우라는 의미다. 임현욱 PD는 “해원 캐릭터도 만만치 않아 고민했다. 하지만 신현빈을 가장 우선적으로 두고 했다”고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JTBC 입장에선 전도연을 투입한 토일 드라마 ‘인간실격’이 1%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터라 고현정의 ‘너를 닮은 사람’에서 확실한 반전이 절실했다. 물론 미스터리한 흐름의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한계를 감안하면 폭발적인 시청률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꾸준히 화제를 유발하는 좋은 드라마가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고현정과 신현빈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그 원동력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