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만’ 탄탄한 이용자층은 강점…‘하이퍼로컬’ 정체성 유지하며 수익성 확보 숙제
#당근마켓은 어떻게 유니콘이 됐나
당근마켓은 최근 약 1800억 원을 투자받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3조 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동네인증을 완료한 지역민들만 이용 가능하고, 직접 만나 물건을 본 뒤 돈을 건네는 직거래 방식이 이용자를 크게 늘렸다. 쉬운 거래 방식으로 젊은 남성 위주로 이용했던 중고거래를 남녀노소 전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도록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는 당근마켓 열풍의 불을 지폈다. 감염 우려에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기보단 집 근처에서 생활하고 모이면서, 당근마켓의 ‘하이퍼로컬(지역 밀착)’ 전략이 통했다.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많이 유입하면서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진 점도 성장에 한몫했다. 당근마켓 총 가입자 수는 현재 2100만 명이다. 중고나라(2400만 명)와 번개장터(1623만 명) 등 일찍이 시장에 뛰어든 선두주자들에 뒤지지 않는다. 연간 거래액은 중고나라가 5조 원으로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는 아직 1조 원대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최지혜 박사는 “당근마켓이 크게 성장한 이유는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중고나라에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사기 문제를 직거래 방식으로 해결한 것도 성장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거래 시장은 예전에는 중고나라를 통해 카페 형태로 움직였지 앱과 지역기반으로 나온 서비스는 없었다. 당근마켓은 이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선점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적자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매출이 2018년 8억 3812만 원에서 2019년 30억 8988만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6억 871만 원 적자에서 72억 2588만 원 적자를 기록했다.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아 지역상인 광고 외에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광고 외에도 안전결제 시스템으로 수익을 낸다. 안전결제 시스템은 구매자가 상품을 받기 전까지 거래대금을 보관해주며 사기 거래를 막는 서비스다. 구매자가 문제없다고 확인하면 거래 금액 중 수수료를 일부 떼고 나머지를 판매자에게 건넨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가 자체 출시한 페이를 통해 운영 중이다. 또 중고나라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자산을 매각 대행해주는 서비스, 번개장터는 자체 포장택배 서비스를 출시하며 수익을 낸다.
당근마켓도 수익 모델을 고민 중이다. 앱 내 장보기·알바·중고차·과외·부동산 등 여러 지역 기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GS25·GS슈퍼마켓의 마감 할인 상품도 판매한다. 당근배송은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 테스트 중이다. 라이브커머스도 준비 중으로 현재 관련 개발자를 뽑고 있다. 당근페이는 연내 출시예정인데 경쟁사들처럼 개인 간 거래용보다는 지역 상점에서 결제 가능한 방식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 2019년 11월 영국에서 시작해 미국·일본·캐나다 4개국 87개 지역에서 운영한다. 연내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처음 무료 채팅 서비스에서 시작해 서비스를 하나둘 붙이며 돈을 벌듯, 당근마켓도 지역 네트워크 기반 비즈니스를 늘리며 수익을 낼 것”이라며 “라이브커머스는 소상공인들도 참여하는 추세로, 수수료 수익 창출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페이를 만들면 카드사와 제휴해 광고하거나 수수료를 받으며 수익을 내고, 고객을 ‘록인’하고 적립금 등으로 추가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며 “고객 충전금으로 현금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 성장 여부에는 의견 분분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쪽에서는 당근마켓이 지역 커뮤니티를 니치마켓으로 삼으며 시장을 선점했고, 브랜드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플랫폼의 인기만 있으면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 앞서의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대다수는 편하게 믿고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당근마켓을 쓰겠지만 당근이 주는 아기자기한 매력과 소셜 기능에 빠진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하이퍼로컬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주민·소상공인과 상생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서비스에 수수료를 붙이기 시작하면 이것이 훼손되고, 이용자가 이탈할 수 있다. 당근페이와 라이브커머스를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는 이유다. 페이도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카카오가 전 국민 앱이 됐지만, 지역 상권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인구는 많지 않듯, 당근마켓 이용자가 많다고 페이까지 쓰진 않을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도 많이 팔면 돈은 되지만 매번 히트를 칠 수 없고, 커머스 색이 짙어 하이퍼로컬 관점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스스로를 하이퍼로컬 기업이라고 주장하지만 보통은 중고거래 업체로 인식한다”며 “안전한 거래 환경 조성에 많은 돈과 인력을 쓰는데 본업에서 돈을 못 번다면 어디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고 시장도 파이가 정해져 있어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밸류가 너무 올라갔고 투자도 계속 받아야 하는 만큼 어떤 수익 및 성장 모델이 있는지 입증해야 할 시기”라고 꼬집었다.
유통업계 또 다른 관계자도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20조 원 규모로 성장한 중고거래 시장에서 거래 수수료 1%라도 떼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엄청나다는 판단 때문인데, 당근마켓은 해당 사항이 없다”며 “일단 이용자를 많이 모은 뒤 뭐든 해보겠다며 성장한 사례로 카카오가 있지만, 카카오는 초기부터 커머스에 진출하겠다고 했고 선물하기를 출시했다. 당근마켓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거래 만족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직거래는 사기 방지 효과는 뛰어나지만 거래 만족도는 올라가기 힘든 구조다. 거래 시 판매자를 앞에 세워두고 물건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기란 한국 정서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료 나눔 받은 제품을 유료로 재판매하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에 흥정하려 하고, 돈을 던지는 등 비매너 이용자들이 생기면서 ‘당근거지’ 등의 키워드도 생겨났다. 중고거래의 매력은 다양한 물건을 다양한 가격에 비교해보는 것인데, 지역 기반이라 물건 자체의 개수가 적은 것도 한계다.
네이버와 롯데 등 대기업이 하이퍼로컬 및 중고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자본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당근마켓의 핵심 과제로 기존 이용자 거부감 없이 정체성을 흐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익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꼽힌다.
최지혜 박사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징은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부터 시작인데, 이용자를 많이 늘린 만큼 이제는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가는지가 핵심”이라며 “사기 및 생명체를 거래하려는 부정적 거래 문제가 당근마켓에서도 꾸준히 제기된다. 그런 게시물을 걸러낼 수 있는 견고한 알고리즘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수익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배너 광고를 띄우는 등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동네 안의 가치를 많이 발견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