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유니폼을 입혀 어떤 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20여 개 업체와 제휴
예컨대 소프트뱅크의 페퍼, 샤프의 로보혼, 소니의 아이보 등 커뮤니케이션용 로봇의 외관을 개성 있게 살리는 패션 의류들이다. 지금까지 제휴한 로봇업체는 2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상업시설이나 병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로봇이 활약 중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대신 커뮤니케이션용 로봇을 가정에 들이는 고령자도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로봇들이 옷을 입지 않은 채 ‘알몸’으로 일하고 있다.
‘반려동물이나 인형은 옷을 입는다. 왜 로봇은 전용 옷이 없을까.’ 로보유니의 대표 이즈미 유키노리 씨는 “어느 날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더욱이 로봇은 하나같이 외모가 똑같아 구분하기 힘들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 일하는 로봇과 호텔 접수처에서 일하는 로봇은 업무 내용이 전혀 다른데도, 외형이 같기 때문에 구분이 되질 않는다. 만약 유니폼을 입고 있다면 로봇이 어떤 일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로봇 의류업체 로보유니는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이즈미 대표는 “앞으로 활약이 더 많아질 미래의 파트너, 로봇에게 유니폼을 입히는 것은 인간과 같이 팀에 귀속시키고 ‘로봇이 우리 회사의 직원으로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리는 의미도 지닌다”고 밝혔다. 다만 로봇에게 옷을 입히는 작업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다.
그에 의하면, 로봇의류는 생각보다 주의력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일단 의류 브랜드다 보니 유행에 뒤처져선 안 되며, 각 로봇에 맞게 조정이 필수다. 또한 옷의 무게가 로봇의 균형센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아울러 로봇의 전기부품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옷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로봇의 움직임을 의류가 방해해서는 안 된다. 자칫 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로보유니는 최첨단 소재를 적용해 로봇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으며, 통기성이 뛰어나고, 열을 즉각 방출하는 기능성 소재들이다. 특히 소재 경량화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자인 콘셉트는 ‘귀여우면서도 탈부착은 쉽게’다. 로봇 시스템 개발회사와도 제휴해 로봇의 움직임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산업용 로봇 팔을 위한 보호복 라인업도 출시했다. 40가지 이상의 다양한 색상을 갖췄으며 방진, 항균, 발수, 내열성 소재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단조로운 공장 작업환경을 밝게 바꾸고, 로봇 팔에도 개성을 불어넣고자 개발하게 됐다. 로봇공생시대인 만큼 로봇이 동료로서 인간과 함께 협동할 수 있는 환경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이즈미 대표는 “로봇이 옷을 입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운 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로봇의류를 통해 사람과 기계 사이를 가깝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더욱 많은 사람들이 로봇을 가까이 하고 활용해 일상을 풍요롭게 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로봇의류가 사람과 로봇 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는 소감을 더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