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소명 평가 속 ‘태도’ 비판 목소리도…이틀간 많은 발언 위증 혐의 불거질 가능성도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는 두 차례 진행됐다. 10월 18일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0일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직접 출석해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당초 이재명 후보의 출석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된 만큼, 지사직을 사퇴해 국감 출석을 피하는 길도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후보 확정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이제부터 이 지사는 단순한 경기지사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후보가 됐다”며 “하루 속히 경기지사직을 정리하고 빨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예비후보 등록을 해 본격적으로 대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사직 사퇴를 공개 요청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국감 전에 사퇴할 경우 증인 신분으로라도 국감 출석을 요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재명 후보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 후보는 10월 12일 경기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숙고한 결과 당초 입장대로 국감에 임하기로 했다”며 “경기지사로서 할 수 있는 범위까지 최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게 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장동과 화천대유 관련 게이트로 정치공세가 예상되지만 대장동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과 행정 성과를 설명하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국감은 ‘이재명 청문회’로 진행됐다. 그중에서도 대장동 의혹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여권은 이번 국감을 통해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소명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재명 캠프에 몸담은 한 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가 수차례 사실관계 설명을 했다. 하지만 야당과 언론 등을 통해 수많은 왜곡된 정보들이 쏟아져 국민들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힘들었다”며 “이번 경기도 국감은 전국민적 관심을 모으면서 생중계됐다. 생중계를 통해 대장동 사업은 이재명 후보가 민간이 독식할 뻔한 개발이익 중 상당 부분을 시민의 몫으로 환수한 것이라는 내용을 국민들에 전달한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경기도 국감 유튜브 중계 누적 접속자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이 후보는 국감 답변에서 “개발사업을 공공으로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건 국민의힘”이라며 “현실적 관계 때문에 개발이익을 100% 환수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지만, 국민의힘 방해 때문에 그랬단 점도 이해해주십사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또한 국감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도둑질 못하게 막으려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당시 당론으로 장물 회수하는 걸 방해해 70%밖에 회수하지 못한 절반의 성공, 이것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국감 전부터 벼르던 국민의힘은 ‘한 방’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국감을 통해 특혜·배임 의혹을 제기하며 이재명 후보에 흠집을 내려 했다. 지사직을 사퇴하지 말고 출석하라 엄포까지 놨다. 하지만 정말 이 후보가 출석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이 후보를 흔들 비장의 카드가 전혀 없었다. 전부 기존 언론에 나왔던 의혹의 재탕이었다”며 “그러던 와중에 나온 게 김용판 의원이 제기한 ‘조폭연루설’과 돈뭉치 사진이었다. 하지만 돈뭉치 사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국감에서의 국민의힘 의혹 제기 전체의 신뢰성이 흔들리는 악영향을 줬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조폭연루설’은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야 한다. 그럼에도 힘이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재명 후보가 워낙 달변가에 답변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다 보니 우리 당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 발언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는 전략을 취한 것 같다. 하지만 이마저 제대로 통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국민의힘 첫 질의자였던 김도읍 의원 모습이었다. 김도읍 의원은 “아수라의 제왕 ‘그분’은 누구인가를 검토해보겠다”고 포문을 열더니 “그분은 1조 원 개발비리로 돈을 만들어 쓴다” “단 1원도 안 받았다는 설계자, 돈으로 무죄 사고 호화 변호사 사고 선거 때 조직을 굴린다” “그분은 시민 챙긴 지자체장이 아니라 돈을 지배한 사람, 권력과 돈의 교집합 꼭대기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사람” 등 발언을 하며 질의시간 7분을 모두 소모했다. 이 후보에게 답변을 할 시간을 최대한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행안위 국감 진행을 맡은 민주당 소속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질의시간이 끝난 후에도 이재명 후보에게 답변시간을 제공했다. 김도읍 의원 질의시간뿐 아니라 다른 의원들 시간에도 서영교 위원장은 시간을 재며 이 후보에 최대한 답변시간을 보장해줬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수차례 서영교 위원장에 항의하기도 했다.
10월 20일 국토위 국감도 비슷하게 진행됐다. 국토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 이헌승 위원장이지만, 이 위원장이 속한 감사1반은 같은 날 동시 실시되는 서울시 국감을 진행했다. 대신 경기도 국감은 국토위 감사2반이 맡게 되면서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이 위원장 직무대리로 사회를 보게 됐다.
조응천 의원 역시 위원장석에 초시계를 들고 앉아 시종일관 의원들의 질의와 이재명 후보의 답변 시간을 체크했다. 또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감장에 다른 물건을 들고 들어오지 말자는 여야 합의와 다르게 양 가면을 씌운 개 인형을 꺼내 질의에 나서자, 조 의원은 질의를 중단시키고 인형을 제거할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 외에도 조 의원은 이날 국감 내내 국민의힘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여 관심을 끌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을 때는 어느 당이 위원장을 맡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번 경기도 국감은 두 번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다보니 이재명 후보에 유리하게 진행된 게 사실이다. 국토위 국감이라도 사전에 협의를 통해 이헌승 위원장이 진행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국감 출석을 만류했던 송영길 대표 역시 국감이 끝난 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송 대표는 10월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공격을 하니 언론의 시각으로 편집되지 않은 살아있는 목소리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컸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감 출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김용판 의원이 제기한 조폭연루설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방이 없었던 게 아니라 오히려 한 방 맞은 것”이라며 “김용판 의원부터 시작해 너무 부실한 질문으로 얼마나 실체가 없었는지 다시 확인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답변과 태도를 두고는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일반 국민들은 정치인의 발언 내용의 팩트보다는 말하는 태도를 기억한다. 이재명 후보는 국감 내내 비꼬는 듯한 말투와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 중간에 웃는 모습까지 보였다. 국민들이 대선 후보로 바람직한 태도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월 20일 국감대책회의에서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국감에서 12번이나 비웃느냐”며 “이재명 주연의 적반하장식 궤변 대행진이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 역시 “이재명 후보가 18일 국감 자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에 웃음소리를 몇 차례 내 지적을 받은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러한 충고를 받아들여 20일 국감에서는 웃음을 한 차례밖에 내지 않았다. 그것도 송석준 의원이 너무나도 황당한 질의를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선국면에서 더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번에 이재명 후보가 국감에 출석해 많은 발언을 하면서, 위증 혐의가 대선 국면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분석도 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나 캠프 참모들이 국감 출석을 만류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실제 국감 질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에게 위증에 따른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하지만 여권의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도 법조인이고, 정치를 10년 넘게 해왔다”며 “또한 국감과 TV토론회가 성격은 좀 다르지만,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대법원까지 가서 살아 돌아온 경험도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