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차’ 이어 편성 ‘지리산’ 김은희+이응복 합작 시청률 10%…무겁고 느린 전개 ‘인간실격’ ‘너를 닮은 사람’은 2%대 주춤
#전지현만 웃었다
10월 23일 첫 방송된 배우 전지현 주연작 tvN ‘지리산’은 전국 시청률 9.1%(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선을 끊었다.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도 시청률 5%를 넘기 힘든 상황 속에서 고무적인 성과다. 2회 시청률은 10.6%로 소폭 상승했다. 1회의 준수한 성적에 ‘지리산’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이들이 증가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전도연의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JTBC ‘인간실격’은 10월 24일 2.4%로 막을 내렸다. 1회 기록한 4.2%가 최고 성적이었고, 방송 내내 1%대 시청률을 전전했다. 고현정이 주연을 맡은 JTBC ‘너를 닮은 사람’의 기세도 주춤하다. 10월 13일 3.6%로 첫 선을 보인 이후, 2%대로 내려앉았다. 10월 21일 방송된 4회 시청률은 2.7%였다.
이 같은 상반된 성적표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배경을 살펴야 한다. ‘지리산’은 전작인 ‘갯마을 차차차’의 마지막 회가 기록한 12.7%에서 배턴을 이어받았다. 반면 JTBC 드라마의 시청률은 하향 평준화돼 있다. 결국 출발선이 다르다는 의미다.
또한 ‘전지현’에만 방점을 찍지 않는다. ‘지리산’은 ‘킹덤’ 시리즈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와 ‘도깨비’와 넷플릭스 ‘스위트 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의 합작품이다. 전지현과 김 작가는 ‘킹덤:아신전’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킹덤’의 또 다른 주역인 주지훈이 가세했다. 중국어권 OTT인 아이치이에 거액에 수출되며 제작비 상당 부분을 메운 것도 이런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전도연의 ‘인간실격’과 고현정의 ‘너를 닮은 사람’은 장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JTBC에 편성됐다. JTBC는 ‘부부의 세계’와 ‘이태원 클라쓰’ 이후에는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JTBC 드라마 특유의 다소 무거운 주제와 느린 전개가 두 드라마에도 적용됐다.
완성도만 놓고 봤을 때는 ‘인간실격’과 ‘너를 닮은 사람’이 오히려 호평 받았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외에도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는 주제 의식을 드러내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반면 ‘지리산’을 두고는 평이 엇갈린다.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전지현·주지훈의 연기톤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스위트 홈’에서 완성도 높은 CG와 VFX 기술을 자랑했던 이응복 감독이 ‘지리산’에서는 어색한 CG로 지적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에 PPL 논란까지 거세다. 전지현이 CF모델을 맡고 있는 각종 브랜드의 제품들이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아우성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중이 배우 한 명만 보고 작품을 선택하던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대중은 ‘재미있는 작품’을 고르려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선택한다”면서 “또한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잇따라 섭외하는 JTBC 드라마가 왜 오랜 기간 외면 받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쇄신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영애·송혜교는 어떨까?
언니들의 귀환은 끝나지 않았다. 10월 30일에는 이영애의 안방 복귀작인 JTBC ‘구경이’이 시작되고, 11월에는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가 대기하고 있다.
주변 상황만 놓고 봤을 때는, ‘구경이’보다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의 여건이 더 좋다. ‘구경이’는 2.4%로 마무리된 ‘인간실격’의 다음 주자다. 반면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앞서 방송되고 있는 ‘원더우먼’의 시청률은 15%에 육박한다. 시청자들이 평소 챙겨보던 채널을 유지하는 ‘시청 관성’을 고려했을 때,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가 초반 기선을 제압할 확률이 높다.
‘구경이’는 이영애의 연기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극 중 이영애는 사고로 위장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보험조사관 역을 맡았다. ‘코믹 탐정극’이라는 장르와 이영애라는 배우의 새로운 합이 ‘구경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출연한 드라마의 흥행 추이에 TV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OTT 콘텐츠가 치고 나가는 상황 속에서 톱 배우들을 내세운 야심작들의 성공 여부가 주도권 싸움의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오랜만에 TV 드라마에 복귀한 톱배우들이 실패한다면, 그들은 시청률에서 자유로운 OTT 콘텐츠를 차기작으로 선택할 확률이 높다”면서 “톱배우를 섭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TV 드라마의 기획 방향 전체를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