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윤정희 동생의 연주료 횡령이 사건 발단” 윤정희 동생 “백건우가 귀국 때마다 유로화로 환전”
방치 논란이 불거진 윤정희의 근황, 프랑스 법원의 윤정희 후견인 지정, 연락 두절 등 윤정희 동생들과 백건우 모녀의 분쟁 등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미 불거진 논란이 반복되는 분위기다.
새롭게 등장한 쟁점은 ‘21억 원’이다. 백건우 측은 ‘사라진 것은 배우가 아니라 거액의 돈’이라는 입장이다. 10월 28일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백건우는 윤정희의 첫째 여동생 손 아무개 씨가 백건우의 한국 연주료 21억 원을 무단 인출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1980년부터 백건우의 한국 연주료를 손 씨가 관리해왔는데 잔고 내역을 속여 총 21억여 원을 무단 인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을 파악한 2019년 3월 28일 바로 은행계좌 비밀번호를 변경했는데 그때부터 손 씨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게 백건우의 입장이다. 윤정희가 머물고 있던 서울 여의도 아파트를 떠난 시점은 한 달여 뒤인 4월 29일로 백건우 측은 당시 동생들이 윤정희의 여권을 주지 않아 5월 1일 임시여권으로 출국해 파리로 갔다고 설명했다.
보다 자세한 주장은 10월 25일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담겨 있다. 이 보도자료는 백건우 측이 MBC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신청 및 손해배상 총 11억 원(백건우 10억 원, 백진희 1억 원)을 신청하면서 배포됐으며, 27일에는 영등포경찰서에 손 씨의 21억 원 횡령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윤정희는 남편 백건우의 한국 연주료 관리를 첫째 여동생 손 씨에게 맡겼다고 한다. 손 씨는 매년 백건우의 은행 잔고내역을 알려줬지만 나중에 허위로 밝혀졌다는 주장이다. 백건우는 2019년 3월 28일 국민은행 서래지점에 돈을 찾으러 갔다가 은행 잔고가 손 씨가 알려준 것과 달리 현저하게 적은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은행 계좌를 확인해보니 2003년 신규 개설한 하나은행 계좌에서 2009년까지 3억 2240만 1661원이 빠져나갔고, 2007년 신규 개설한 국민은행 계좌에서도 18억 2118만 9493원이 인출됐다고 한다. 합계 21억 4359만 1154원이 사라진 것으로 백건우는 이런 출금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2008년 12월 11일 받은 대원상 상금 1억 원이 2009년 1월 30일 인출됐고, 2009년 11월 6일 받은 경암상 상금 1억 원은 받은 당일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1980년부터 2002년까지의 은행 계좌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얼마나 더 많은 돈이 사라졌는지를 현재로서 알 수 없다는 주장까지 더했다.
이런 백건우의 주장에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윤정희의 넷째 동생 손병욱 씨가 국내 언론으로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반박 입장을 냈다. 손병욱 씨는 기본적으로 ‘백건우가 여론 호도를 위해 거짓으로 재산 문제를 계속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21억 원에 대해 “그런 큰돈이 실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첫째 여동생 손 씨에 따르면) 백건우가 1년에 서너 번 한국에 올 때마다 유로화로 바꿔 프랑스로 가져갔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첫째 여동생 손 씨가 백건우의 연주료 관리를 맡은 것은 2005년경으로 그 이전에는 윤정희와 윤정희의 모친이 이를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제 사실 관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시기를 놓고 보면 백건우는 2003년 개설한 하나은행 계좌에서 2009년까지 3억여 원이, 2007년 개설한 계좌에서 18억여 원이 빠져나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2009년에는 상금 2억여 원이 무단 인출됐다고 한다.
손병욱 씨 주장에 따르면 첫째 여동생 손 씨가 해당 계좌를 관리한 시점은 2005년께부터다. 2003년 신규 개설한 계좌에서 무단 출금이 시작됐다는 백건우의 주장과 손 씨가 2005년부터 계좌 관리를 시작했다는 주장에서 다소 시점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동생 손 씨 측이 계좌를 관리했다고 인정한 시점과 겹친다.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기 시작한 시점은 2009년 무렵이지만 초기에는 영화 ‘시’를 촬영했을 만큼 증상이 가벼웠고 점차 심해졌다고 한다.
한편 이번 21억 원 횡령 논란이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정희 동생들과 백건우 부녀 사이의 분쟁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와 묘하게 얽혀 있다. 지난 2월 5일 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화제가 집중되자 3월 4일 법원에 참가인 참여 허가 신청서를 냈다. MBC ‘PD수첩’이 윤정희 동생들의 인터뷰를 담은 ‘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 편을 방송한 시점은 9월 7일로 법원의 모든 조사가 종결돼 선고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이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에서 진행 중인 윤정희 성년후견 개시 심판은 7월 30일 3차 면접조사기일까지 열고 조사가 종결된 상태다. 통상 한두 달 이내에 법원의 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빠르면 9월 초중순, 늦어도 10월 초 법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PD수첩’ 방송 이후 화제가 집중되면서 법원의 결정이 다소 늦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번에 21억 원 횡령 논란까지 불거졌다.
한편 이미 프랑스 법원이 딸 백진희와 후견협회 A.S.T를 윤정희의 공동후견인으로 선정한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성년후견개시 심판청구가 이뤄졌으며 그 과정에서 윤정희 동생들과의 분쟁이 드러나자 세간에선 윤정희의 재산 때문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백건우는 보도자료를 통해 윤정희의 재산 형성 과정과 현재 재산 내역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윤정희의 프랑스 현지 유동자산(예금, 적금 등)과 한국 은행계좌 돈을 프랑스 은행계좌 한 곳으로 모두 모아놨는데 잔고가 9월 30일 기준 9만 2435.8유로(약 1억 2673만 원)라고 한다.
또한 서울 여의도에 윤정희 명의의 시범아파트 두 채가 있는데 36평 아파트는 1989년 12월 윤정희 아버지가 윤정희에게 상속한 것으로 현재 윤정희의 동생이 거주 중이다. 또 다른 24평 아파트는 백건우가 장모에게 월세를 받아 생활비로 쓰라고 1999년 1월에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를 기준으로 시세는 36평이 25억 3000만 원, 24평은 19억 5500만 원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