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은 기본, 연예계 금기 영역인 스폰서까지 소재로…채널 경쟁력 확보 위한 자구책 해석도
배우 송윤아와 한채영이 11월 29일 밤 10시 30분에 나란히 방송을 시작하는 각각의 주연 드라마로 오랜만에 시청자를 찾아온다. 송윤아는 채널A의 월화드라마 ‘쇼윈도:여왕의 집’으로, 한채영은 채널 IHQ의 월화드라마 ‘스폰서’를 통해서다. 부부의 불륜 설정을 근간으로 자극적인 소재를 버무린 드라마라는 공통점에서 막장으로 분류할 만하다.
한쪽에선 막장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결혼작사, 이혼작곡’(결사곡)이 시즌3 준비에 한창이다. 내년 초 방송을 목표로 최근 배우들의 대본 리딩을 진행하고 촬영에 돌입했다. 다만 시리즈의 성공을 이끈 이태곤과 성훈 그리고 김보연 등 일부 주연진이 하차한 탓에 과연 앞선 흥행성과를 이어갈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송윤아‧한채영…불륜, 스폰서 등 소재로 연기 변신 시도
송윤아가 ‘쇼윈도:여왕의 집’의 주연을 맡아, 2020년 9월 출연한 JTBC ‘우아한 친구들’ 이후 1년 만에 안방으로 돌아온다. 꾸준히 연기 활동을 벌이지만 작품의 완성도에서도, 배우로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이번에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다.
이성재, 전소민과 호흡을 맞추는 ‘쇼윈도:여왕의 집’은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아내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내연녀가 벌이는 미스터리 치정극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의 딸이자 아내, 엄마인 송윤아가 남편의 내연녀인 전소민의 정체를 모르고 가까워지는 과정, 아슬아슬한 심리전이 핵심이다.
부유한 가정의 남편이 젊은 여성과 벌이는 불륜, 가정을 파괴하려고 정체를 숨긴 채 집안에 숨어든 내연녀까지 ‘쇼윈도:여왕의 집’은 막장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제작진은 방송 전 예고편을 통해 불륜의 당사자인 이성재와 전소민의 수위 높은 베드신 장면을 공개해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동시에 송윤아의 연기 변신에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남편의 옆자리를 탐내고 쳐들어온 침입자 전소민에 의해 완벽한 인생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상황이 송윤아의 섬세한 연기력으로 어떻게 표현될지”를 관람 포인트로 짚었다.
같은 날 한채영도 ‘스폰서’를 선보인다. 노골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제목 그대로 돈과 권력을 무기로 젊은 남성들의 지원자가 돼 주는 성공한 여성 사업가와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한채영은 기혼자임에도 젊은 남자를 탐한다. 모델 지망생의 스폰서를 자처해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고, 그들 주변에 놓인 사진작가나 연예인들 역시 야망을 실현해줄 스폰서를 찾는 동시에 가차 없이 배신도 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모두 욕망과 탐욕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스폰서’는 특히 연예계에서 ‘금기의 존재’로 여겨지는 스폰서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라는 사실에서 눈길을 끈다. 누구도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음지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택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표현 수위나 설정 등 선정적인 작품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주연인 한채영도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 방송을 앞두고 그는 제작진을 통해 “극 중 성공한 뷰티회사 CEO지만 과거 누군가를 위해 처절하게 희생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기억 때문에 권력을 향한 강한 야망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약체 채널들의 ‘시청률 확보’ 자구책
‘쇼윈도:여왕의 집’, ‘스폰서’처럼 평일 밤에 막장 드라마가 배치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시청률 약체로 분류되는 채널들이 화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하는 자구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SBS와 KBS 등 지상파나 tvN 등 케이블 채널과 비교해 드라마 장르에서는 약체로 분류되는 채널들이 막장드라마에 더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윤아의 ‘쇼윈도:여왕의 집’을 편성한 채널A는 개국 이래 10여 년 동안 드라마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같은 시기 출발한 JTBC, TV조선과 비교하면 드라마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TV조선이 2020년 ‘결사곡’ 시리즈를 시작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성하고, 2021년에는 시즌2를 통해 시청률 16.6%에 달하는 기록까지 수립한 상황도 채널A에 자극제가 됐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데 있어서 불륜, 치정, 복수가 뒤엉킨 막장 드라마만큼 효과적인 장르가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한채영의 ‘스폰서’를 방송하는 채널 IHQ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0년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채널로서의 경쟁력 확보에 나선 IHQ 입장에서는 이번 ‘스폰서’를 통해 인지도 상승을 노리겠다는 기대 심리도 갖고 있다.
최근 방송사들이 막장 드라마에 더욱 공을 들이는 이유는 투자 대비 결과가 월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0년 10월 시작해 올해 9월 막을 내린 ‘펜트하우스’ 3부작 시리즈는 지상파 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시청률 28%를 돌파하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1년 사이에 무려 3편의 시리즈를 몰아치는 빠른 제작 속도를 통해 마지막까지 19%대 시청률을 유지한 것도 ‘막장의 힘’을 증명한 대목이다. 불륜을 넘어 살인 및 살인교사 등 지상파 드라마 소재로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가 반복됐지만 높은 시청률은 곧 광고 판매로 직결돼 잦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결사곡’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채널A와 더불어 드라마 약체로 분류됐던 TV조선을 단숨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려놓았다. 어느 정도 막장에 익숙해진 시청자들도 자극적인 소재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데다, 오히려 황당한 소재가 얘깃거리를 만들어 입소문이 확산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다만 ‘결사곡’의 인기가 내년 예정된 시즌3로 이어질지는 현재 낙관하기 어렵다. 드라마의 주축이던 배우 이태곤과 성훈, 김보연이 내년 초 방송 예정인 시즌3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돌연 하차를 두고 집필가인 임성한 작가 등 제작진과의 이견이 이유로 거론되지만, 누구도 뚜렷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아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작진은 하차한 배우들이 맡았던 역할을 없애지 않고 새로운 연기자를 투입해 그대로 이어가는 전략을 택했다. 막장 드라마에서는 배우보다 자극적인 ‘소재’가 먼저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