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여기어때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 유리…소규모 여행사엔 ‘남의 잔치’ 고령층엔 ‘혜택 소외’
이 가운데 숙박쿠폰 일부는 11월 1일부터, 범위를 확대한 전국 대상 숙박쿠폰과 여행상품 할인쿠폰은 11월 9일부터 제공된다. 위드 코로나로 사적 모임 인원이 10명까지 가능해지고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 제약이 없어지면 여행 소비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숙박 할인쿠폰은 1인 1회에 한해 야놀자, 여기어때, 인터파크 등 온라인 여행사 50여 곳을 통해 7만 원 이하 숙박 시 2만 원, 7만 원 초과 숙박 시 3만 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여행 할인쿠폰은 국내 여행상품에 대해 조기예약 할인상품 선결제 시 최대 16만 원 한도 내에서 40%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여행상품은 ‘공모에서 선정된 국내 여행 상품’에 한하며 투어비스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는 무료라는 점도 혜택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여행사와 숙박시설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숙박대전’에서 예약 대행을 하는 온라인 여행사(OTA, Online Travel Agency)는 50여 개로 야놀자, 여기어때, 11번가, G마켓, 인터파크, 호텔패스 등 오픈마켓을 비롯해 여러 온라인 플랫폼들이 참여하고 있다.
할인쿠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플랫폼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쿠폰을 내려 받고 해당 플랫폼에서 예약해야 한다. 이때 소비자는 기존에 회원가입이 되어 있거나 자주 사용하는 플랫폼을 이용할 확률이 높아진다. 자주 이용하는 예약 플랫폼이 없다면 할인쿠폰을 받기 위해 새로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번 지원 사업에 참여한 소규모 플랫폼 관계자는 “이 기회를 인지도를 높이고 회원수를 늘리는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소비자의 회원가입을 유도하려면 상당한 마케팅과 함께 자금이 들어가는데 정부의 할인쿠폰사업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회원가입을 유도할 수 있어 이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플랫폼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다. 사업수익도 업체의 규모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또 다른 참여 기업 관계자는 “소비자는 낯선 플랫폼에 새로 회원가입을 하기보다 소비습관을 따라 기존에 사용하던 익숙한 플랫폼을 이용할 확률이 높다. 현재 국내 숙박 예약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이 가장 혜택을 받기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쿠폰을 통해 소비가 촉진될 숙박시설들도 나름의 불만이 있다. 경기도에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일반 식당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면서 식당의 존폐까지 좌우하는 것처럼, 국내 숙박 예약 점유율 1, 2위인 야놀자나 여기어때도 숙박시설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광고비에 따라 플랫폼 내 노출 수위가 달라져 수익에 큰 차이가 나기도 한다. 주요 플랫폼들의 숙박시설에 대한 지배력이 큰 상황에서 정부 지원 사업까지 온라인 예약 플랫폼을 통해서만 제공한다면 이들의 장악력을 더 키워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수의 국내전문 여행사들도 “이번 지원 사업은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온라인 플랫폼 없이 오프라인이나 홈페이지만으로 소규모 여행이나 단체 여행을 취급하는 국내전문 여행사들에겐 별다른 혜택이 없다. 이번 정부 지원 사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여행상품 할인 예약은 투어비스라는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할 수 있어 형평성과 공정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여행상품 선정에 있어선 한국여행업협회(KATA)를 통해 공모 과정을 거쳤다지만 이 또한 대형 여행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위드 코로나’ 분위기와 함께 연말을 기점으로 국내여행과 숙박 소비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지만 플랫폼 사업자 외에 오프라인의 소규모 여행업계 회생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업계의 불만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8월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여행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국내여행 조기예약할인 지원사업’과 ‘대국민 숙박할인쿠폰 지원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대국민 숙박지원 이벤트로 380억 원에 달하는 숙박할인쿠폰 100만 장을 풀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일주일도 안 돼 중단됐고 여행업계와 시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었다.
한 국내전문 여행사 대표는 “이번 숙박 및 여행지원사업은 온라인 사용자에게만 그 혜택이 열려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디지털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야 온라인 예약이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겠지만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 소비자에겐 온라인 예약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정보이용의 불평등이 혜택에도 차별을 가져온다”고 꼬집었다.
한 70대 소비자는 “TV 뉴스를 통해 정부의 여행할인 정보를 접했지만, 온라인으로 회원가입을 해서 쿠폰을 다운받고 예약하라니 깜깜하다”며 “해외여행 상품은 홈쇼핑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쉽게 예약할 수 있는데, 오히려 국내여행은 할인을 해준대도 온라인 사용이 어려워 정부가 주는 혜택도 못 받는 거 같아 씁쓸하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식당을 가도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곳이 많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노인층은 전보다 더 소외되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 숙박대전이 아니라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숙박대전이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다른 고령층 소비자는 “여행할인쿠폰도 일부는 문화상품권이나 온누리상품권 같은 실물 쿠폰으로 주민센터 등을 통해 나눠주면 노인들도 할인쿠폰을 쉽게 사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지만 연령이 젊고 정보에 밝은 사람만 혜택을 받게 돼 소외감을 느낀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국공정여행협회(KAFT)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특정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만 정부의 여행지원 사업을 제공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온라인에 익숙한 소비자이건 그렇지 않은 소비자이건 연령이나 교육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든 쉽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원 사업의 운영방식이 혜택을 받는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혜택을 제공하는 운영주체와 정부에 더 편리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