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중의원선거 예상 밖 단독 과반 달성…비호감 아마리 간사장 낙선 ‘정권에 긍정적’
한편, 야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등은 후보자를 단일화해 정권 교체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은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입헌민주당은 기존 의석보다 14석이 줄어든 96석, 공산당도 12석에서 10석으로 감소했다. 오히려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일본유신회가 약 4배에 달하는 41석을 획득하며 제 3당으로 급부상했다.
거물급 인사들의 잇따른 패배도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어 자민당 2인자인 아마리 아키라 간사장(13선), 전 간사장인 이시하라 노부테루(10선),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18선), 입헌민주당의 나카무라 기시로(15선) 등 여야에 관계없이 베테랑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이와 관련, NHK는 “세대교체를 바라는 표심이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자민당의 핵심 요직인 현직 간사장이 선거에 패배한 것은 뼈아픈 결과”라는 분석이다.
간사장의 역할은 자민당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선거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런 간사장이 소선거구에서 패배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한 각료는 “아마리의 패배는 100명분의 데미지(타격)와 같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교체는 불가피해졌다. 아마리는 비례대표 몫으로 부활해 의원직은 유지하게 됐으나 “책임지고 간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후임으로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임명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전 총리, 아소 전 부총리, 아마리 간사장 등 세 사람의 이름 첫글자를 따 3A라 부른다. 이들 3A가 기시다 정권을 발족시킨 ‘막후실세’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각에서는 “아마리의 퇴진이 기시다 총리에게 타격이라는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정반대의 해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자민당의 한 중견의원은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중의원선거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펼친 데다, ‘불량채권’ 아마리 간사장을 마찰 없이 떨구어 냈기 때문이다.
사실 기시다 정권 출범의 최대 실패는 “아마리를 간사장에 임명한 보은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10월 5일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아마리 간사장은 새로 선출된 각료 및 당 5역 등의 인사에서 가장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마리가 간사장에 기용된 것에 대해 54%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좋다는 의견은 22%에 불과했다.
이처럼 아마리가 대중들에게 ‘비호감도’가 높은 것은 2016년 아베정권 시절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장관직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어서다. 당시 혐의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됐으나 최근 야당으로부터 계속 추궁당하는 등 불씨가 남아 있었다.
일본 매체 뉴스소쿠라의 쓰치야 나오야 편집장은 “아마리의 퇴진은 기시다 체제의 약점을 짊어지고 퇴장해준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기시다 총리가 압박에서 벗어나 소신을 밀어붙일 공간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권 지지율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