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고속 승진 특진이냐 특혜냐
▲ 다스 입사 후 6개월 만에 고속 승진을 한 이명박 대통령의 외아들 이시형 씨. 지난 2002년 히딩크와 기념 촬영할 당시의 모습. 사진제공=오마이뉴스 |
특히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형 씨의 고속승진은 또 다른 뒷말을 낳고 있다. 입사 때부터 ‘특혜 취업’으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시형 씨의 초고속 승진 배경을 추적해 봤다.
시형 씨는 사회에 첫 발걸음을 내디딜 무렵부터 취업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섰을 당시 시형 씨는 이 대통령 소유의 빌딩에 위장 취업해 매달 250만 원의 임금을 지급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8년 7월에는 이 대통령의 사위이자 매형이 부사장으로 있는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당시 시형 씨는 국제영업 부문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후 불과 석 달 만에 정사원이 됐다. 그러나 그는 정사원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1년 만인 2009년 11월 회사를 그만뒀고, 퇴사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2010년 9월, 시형 씨는 <일요신문>의 보도로 8월 9일 다스에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다스는 대선 때부터 BBK 논란과 관련해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 곳이었다. 때문에 외아들 시형 씨가 해당 기업에 입사한 것은 기존에 번져 있던 의혹에 불을 지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시형 씨는 취업 과정에서 상당한 특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해당 팀 과장으로 발령받은 직후 경주 본사에 있었던 해외영업팀이 서울지사로 옮겨오게 되고, 다스 정규 공채 경력자 자격 기준에는 시형 씨가 해당되지 않을뿐더러 합격자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그가 취업한 해외영업의 경우 다스는 경력직이 아닌 신입직원을 뽑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치권 관계자로부터 시형 씨가 과장에서 차장으로 고속 승진했다는 정보가 들려왔다. 다스 측에 확인한 결과 실제로 시형 씨는 지난 2월 1일자로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해 근무하고 있었다. 입사 당시엔 해외영업팀 과장이었지만 승진 후엔 경영기획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주 본사로 발령이 난 상황이었다.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출퇴근하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를 요청하자 “현재 출장 중이다”며 “회사 내부 업무에 관련된 일이라 구체적인 장소나 일정을 밝히는 것은 어렵고 돌아오기 전까진 연결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다스 측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규정을 위반한 인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보팀 한기원 과장은 ‘6개월 만에 차장 승진을 하게 된 계기나 배경을 알고 싶다’는 기자의 질문에 “사기업인 이상 특진을 할 수 있는 내부규정도 엄연히 존재한다”며 “인사문제는 회사 내의 문제인 데다 윗선에서 결정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스 홈페이지에는 일반적으로 과장에서 차장까지는 5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일반 사원이라면 대학 졸업 후 차장으로 진급하기까지 14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인사위원회가 소집돼 해당자의 실적과 평가 등을 종합해 적합한 대상자인지를 판별하게 되는 객관적 검증과정을 거치게 된다. 때문에 시형 씨의 경우 6개월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않은 이상 부서까지 옮기면서 직급이 상향 조정된 것은 규정에 벗어난 특혜로 볼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실천시민연대 김건호 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기 때문에 운영방식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제동을 걸긴 어렵지만 업무능력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진급을 허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대목에서 이사회에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의 인사문제에까지 공개적인 비판을 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기자와 만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아들이란 것을 숨길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형태의 취업은 상식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그래서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본인이 전공한 계통의 업무 능력을 발휘하려는 것인데 그것마저 특혜라 비난하는 것은 너무 협소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