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제처럼 경영행보 ‘착착’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는 2010년 다스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 현재 경영기획실장(이사)을 맡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그동안 시형 씨가 다스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한때 시형 씨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다스의 한 관계자는 “(시형 씨가) 낙하산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으로 안다. 다만 대통령 아들이란 신분 때문에 직원들과 어울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해외 파트 부문이다 보니 출장이 잦아 그런 말이 돌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형 씨는 다스의 해외 사업에 관심을 갖고, 상당 기간을 국외에서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스 내에서는 시형 씨가 회사의 굵직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고 한다.
7월 말 <일요신문>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다스에서의 시형 씨 역할과 입지를 짐작케 하는 사진을 확보, 공개한 바 있다. 사진 속 시형 씨는 다스의 해외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북미공장 기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다스는 6월 20일 미국 앨라배마의 수도 몽고메리에서 자동차 시트 제조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건설비용만 3700만 달러(410억 원)가 소요되는 대공사였다. 다스 주 매출원인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물량이 대폭 증가함에 따라 공장 설립에 나선 것인데, 시형 씨는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 주지사, 토드 스트레인지 몽고메리 시장, 강경호 다스 사장 등과 함께 행사에 참여했다.
시형 씨는 북미공장 사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의 한 언론인은 “작년부터 시형 씨를 앨라배마 인근에서 목격했다는 한인들이 많다. 부지 선정을 비롯해 공장 설립에 필요한 것들을 시형 씨가 직접 챙겼다고 한다. 앨라배마 현지에선 ‘대통령 아들이 하는 사업’이라는 말이 돌았다”고 귀띔했다. 다스는 미국법인 ‘다스 노스 아메리카’를 통해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시형 씨는 올해 2월 강경호 사장 등과 함께 다스 노스 아메리카의 이사로 등재됐다. 다스 본사의 경영기획실장이기도 한 시형 씨는 핵심 사업인 북미 공장을 운영할 미국 법인 이사까지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경호 사장은 다스 최고경영자로서 북미공장 기공식(위), 중국합작회사 서명식에 시형 씨(흰색 점선)를 데리고 참석했다.
그런데 시형 씨는 북미공장 기공식에 이어 다스의 또 다른 주요 사업에도 흔적을 남겼다. 다스는 지난 7월 18일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위치한 샹그릴라 호텔에서 중국 자동차 그룹 ‘GEELY’ 등과 합자회사 설립을 위한 서명식을 열었다. 다스의 주력 지역 중 한 곳인 중국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절강 다스 만가 자동차 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세워질 합자회사는 중국 춘샤오 지역에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고, 2015년 1600억 대의 매출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형 씨는 이날 역시 강경호 사장과 함께 서명식에 참여했다. 다스 사보엔 시형 씨가 강 사장을 비롯해 서명식의 주요 참가자들과 와인 잔을 들고 건배하는 장면이 게재되기도 했다.
다스는 국내 자동차 업계 1위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매출액의 40% 정도를 올린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는 반대로 불안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다스는 사활을 걸고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해왔다. 시형 씨가 다스의 역점 부문들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는 마치 ‘회사 입사·초고속 승진·경영기획실 임원·주요 사업 참여’로 이뤄지는 재계의 통상적인 승계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회사가 시형 씨의 실적을 대내에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시형 씨 입사부터 승진까지를 비공개로 처리했던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이 역시 재계와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대기업 2·3세들이 경영권을 물려받기 전 회사 내에서 인정받고자 성과를 올리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강경호 사장의 역할론에 주목하기도 한다. 강 사장은 다스 최고 경영자로서 북미공장 기공식, 중국 합작회사 서명식에 시형 씨를 데리고 참석했다. 강 사장은 이 전 대통령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강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 때는 이 전 대통령 외곽 조직인 서울경제포럼 공동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소망교회 출신이기도 하다. 강 사장이 2009년 다스로 ‘스카우트’되자 ‘30대 초반인 시형 씨에게 경영 수업을 하기 위한 인사’라는 말이 나왔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