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암공원 해송숲, 장생포옛마을 추억여행, 태화강국가정원 은하수길 산책 코스 추천
#해송숲 울창 대왕암공원
울산의 대표적 관광지 대왕암공원. 국토 동남단 가장 뾰족하게 나온 지점에 위치해 간절곶과 함께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국관광 100선에도 자주 이름을 올린다.
대왕암공원은 대왕암을 보기 위해 가기도 하지만 해송숲 산책이 그리워 찾는 곳이기도 할 만큼 솔숲 산책길이 잘 나 있다. 대왕암공원 입구에서 대왕암까지는 4개의 산책로가 있다. 덕분에 오가는 길을 달리하며 다채롭게 걸어볼 수 있다. 4개의 산책길은 전설바위길, 송림길, 사계절길, 바닷가길 등으로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40분이 걸린다.
키 큰 해송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짙게 나이든 초록이 깃들며 안도감을 준다. 바다향기를 싣고 멀리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닷바람과 해송이 드리워주는 진초록 그늘 아래를 걷노라면 발걸음이 절로 느려지고 콧노래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대왕암으로 가는 산책로에는 1만 5000여 그루나 되는 소나무로 둘러싸인 울창한 해송 숲이 자리한다. 일제 강점기에 군사시설을 은폐하기 위해 심었다고 하는데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엔 사람들에게 울창한 숲을 선물하고 있다. 이 길에 펼쳐진 해송은 곰솔이라고도 하는데 곰솔은 줄기와 가지가 검은 빛을 띠는 소나무의 일종이다. 일본과 한반도 중부 이남 해변이나 해안 산지에서 잘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올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출렁다리가 포함된 전설바위길은 좀 더 한적한 길로 왼쪽으로 내내 바다를 끼고 걷는다. 출렁다리는 303m로 바다 위로 이어져 있어 발밑으로 물결이 그대로 보여 스릴도 있다.
솔숲을 지나 도착한 대왕암은 무엇보다 바다 위로 툭 불거진 바위들의 행렬이 인상 깊다. 바위의 기세가 대단하다. 대왕암이라는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우람하고 우뚝하다. 뚝 뚝 떨어져 있는 바위에 다리를 놓고 데크를 깔고 계단을 놓아 사람들이 오가며 구경하기 편하게 해놓았다. 바다 건너선 현대중공업의 모습도 보인다.
해가 좋은 날이라도 대왕암에 오면 바다 쪽으로 걸어갈수록 온몸을 휘갈기는 세찬 바닷바람을 맞게 된다. 여러 번 이곳을 찾았지만 날씨와 상관없는 바람의 환영은 어김이 없다. 생각의 꼬리물기로 느슨해진 머릿속을 쨍하게 깨운다.
1년 내내 바닷바람과 파도를 온몸으로 견디어 내는 탓일까, 바위의 모습이 울퉁불퉁 우락부락하다. 못생겼다고도 할 수 있지만 사람 아닌 바위이니 오히려 뚝심 있게 느껴진다. 하늘 위에서 보면 용이 무언가를 기다리며 엎드려 있는 것만 같다. 울퉁불퉁한 바위 결이 용의 비늘과도 닮았다.
이 바위에는 삼국통일을 이뤘던 신라 문무대왕의 왕비가 죽은 뒤 문무대왕을 따라 호국룡이 되어 울산 동해의 대암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깃들어있다. 용솟음치는 용의 모습을 닮은 바위에 붙여 놓기에는 그럴법한 전설이다. 경주에 자리한 문무대왕의 수중릉과 종종 혼동되거나 비교되기도 한다. 전설이야 어떻든 구경 온 사람들은 그저 바람을 이기고 걸어가느라 온몸을 꽁꽁 싸맨다.
대왕암공원에서 슬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도 걸어볼 만하다. 슬도와 방어진항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가면 해안산책로를 만난다. 왼쪽으로 짙푸른 동해를 끼고 오른쪽으론 소나무를 끼고 걷는 길이다. 슬도는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거문고 슬(瑟)’자를 써 슬도라 이름 붙었다. 슬도 등대 곁에 앉아보니 파도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태화강국가정원 산책 후 ‘울산 그랜드 휠’
장생포 일대는 한때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곳으로 지금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 고래잡이가 합법이었던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이 있다. 장생포 고래잡이 어촌의 옛 모습을 작은 테마파크처럼 꾸며 놓은 장생포옛마을에선 교복을 빌려 입고 달고나를 뽑아 먹으며 옛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 요즘엔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이곳에서도 우산모양 달고나를 뽑고 딱지치기를 한다.
사라져가는 포경유물 250여 점을 전시해 좋은 고래박물관에선 고래와 관련한 이모저모를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 맞은편에 위치한 고래생태체험관은 돌고래수족관이다. 해저터널을 통해 실제 돌고래들을 만날 수 있고 어류수족관에선 열대어들을 관찰할 수 있다. 1.3km의 모노레일을 타면 장생포앞바다를 비롯해 울산대교와 울산공단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다에 기댄 울산 근교 여행을 마치고 저녁나절 도심 속으로 들어오면 시내 한복판에서 거대한 태화강국가정원을 만난다. 태화강공원은 2019년 7월에 우리나라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이어 2호다.
태화강은 울산의 젖줄이다. 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울산엔 태화강이 있다. 한강이 서울시민의 놀이터인 것처럼 태화강은 울산 시민들의 안식처라 할 수 있다. 태화강은 1급수 수질로 다양한 생물종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십리에 이르는 대숲이 어우러져 도심 속 공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가정원답게 수생정원, 은행나무정원, 향기정원, 나비정원, 작가정원 등 다채로운 정원도 아기자기하게 품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의 백미는 역시 십리대숲길이다. 빽빽한 대나무숲 아래서 죽림욕을 할 수 있는 십리대숲은 도심 한복판에 있다고 믿기 어려운 고즈넉함이 있다. 저녁이면 대숲에 별빛 같은 조명을 킨 은하수길에서 야간 산책도 할 수 있다.
태화강 산책 후엔 울산의 랜드마크이자 울산 시내 야경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울산 그랜드 휠’을 타보자. 개점 20주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11월 말까지 누구나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평일은 낮 12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주말은 저녁 8시 30분까지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