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임금 지급 차일피일, 매각 작업 지지부진…공장 재폐쇄·회사 청산 우려 커져
현재 사명에 대우를 사용하는 회사는 대우버스를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타타대우상용차(타타대우)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를 완료하면 대기업 계열사 반열에 오른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 4조 1464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우자동차의 후신인 대우버스와 타타대우는 실적도 좋지 않고, 대중들의 관심 속에서도 멀어져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버스의 실적 악화 원인은?
대우버스의 전신은 대우자동차 버스제조 부문이다. 대우자동차는 대우그룹이 1999년 해체되면서 공중분해 수순을 밟았다. 미국 GM그룹이 2002년 대우자동차의 승용차 부문을 인수했고, 트럭 부문은 인도 타타그룹에 넘어갔다. 영안모자는 1400억 원을 들여 대우자동차의 버스 부문을 인수했다.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대우버스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백 회장은 2005년 한국형 시내 저상버스 ‘BC211M’ 발표회에서 “1만 대 수준인 대우버스의 연간 생산량을 2010년까지 2만 2000대로 늘리고 매출액을 10억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며 “1976년 세계 모자 1위 업체에 오른 데 이어 2010년에는 1위 버스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백 회장의 기대와 달리 대우버스의 2010년 매출은 4015억 원에 불과했다. 10억 달러(약 1조 1827억 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2020년에도 매출 1273억 원, 영업손실 72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대우버스는 2000년대 국내 버스 업계 1위 업체였지만 이제는 현대자동차 버스 부문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에디슨모터스가 2015년 한국화이바의 차량사업부를 인수해 전기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대우버스의 입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대우버스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는 낮은 품질력과 서비스가 꼽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동안 대우버스는 품질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우버스가 경쟁사에 비해 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우버스 정비소도 많지 않아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바로 대응이 어려울 때도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2014년에는 대우버스 43대를 구입한 엑스포관광이 버스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며 대우버스 울산공장 앞에서 수개월 동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버스 수요마저 줄면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울산공장 폐쇄에 노사갈등 심화
결국 대우버스는 2020년 5월 대우버스 울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대우버스의 베트남 공장을 주력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베트남에서 제조한 차량을 한국으로 수입한다는 계획이었다. 대우버스는 2020년 6월 희망퇴직 시행공고를 냈고, 7월부터는 아예 울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대우버스는 2020년 8월 울산공장 전체인력 478명 중 386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대우버스 직원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대우버스를 비판하고 나섰다. 당시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생산직은 공장에 4명만 남는 사실상 폐업 수준의 정리해고”라며 “대우버스는 얼마 전까지 정부의 고용 지원금을 받았는데 챙길 수 있는 것은 챙기고 고용은 유지하지 않겠다는 회사를 정부가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대우버스지회(대우버스 노조) 역시 “백성학 회장은 가진 자가 더 가지기 위한 난동을 부리며 대우버스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 가슴에 대못을 꽂았다”며 “대우버스는 코로나19의 위기를 틈타 적은 인건비로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탐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우버스 노사는 1년 가까이 대립을 이어가다가 올해 6월 잠정합의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울산공장 재가동 △정리해고 철회 △밀린 임금 중 3개월치를 회사가 부담 △국내 사업 매각을 두 차례 추진하며 1차 2021년 12월 말, 2차 2022년 6월 말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 등이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대우버스의 제3자 매각 등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시 차원의 역할이 있다면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매각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기약 없는 매각…가능성도 높지 않아
대우버스 사측이 약속한 3개월치 임금 지급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대우버스 직원들은 이번에 복직하면서 해고 기간 받았던 실업급여를 반납해야 한다. 이에 대우버스 사측은 직원들에게 3개월치 임금을 지급하고, 반납해야 할 실업급여를 내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대우버스 노조 관계자는 “(3개월치 임금을) 8월 말 지급하기로 했지만 지급되지 않았고, 두 달을 더 기다리기로 했지만 10월 말에도 지급되지 않았으며 사측은 11월 15일까지 지급하겠다고 한다”며 “실업급여 외에도 해고 기간 중 발생했던 국민연금 등 4대보험을 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비를 보태서 충당해야 하는데 임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대부분 직원이 세금을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버스 매각 소식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지만 구체적인 협상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급여 지급이 늦어지면서 매각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대우버스 매각 1차 목표 기간이 두 달도 남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2022년 6월까지 매각이 이뤄지지 못하면 대우버스 사측은 다시 청산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울산공장이 오랜 기간 생산을 멈추면서 적지 않은 계약이 해지돼 당장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어렵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우버스 매각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우버스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보통 인수합병(M&A)이 진행되면 일부 업체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만 대우버스에는 관련 소문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현대자동차를 따라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도 낮고 부채도 많은 대우버스를 인수할 업체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대우버스의 부채비율은 5129.96%에 달한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대우버스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대우버스 관계자는 “현재 언론 대응 부서가 없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