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넘는 영업손실로 다시 자기자본 아슬아슬…독과점 논란 탓 한국조선해양 인수 지지부진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그룹 편입이 완료돼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편입이 확정되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1조 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독과점 논란 때문에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내주지 않는 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영구채 전환은 어렵고, 부채 부담은 커지고
당초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 700억~8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영업손실액은 1조 74억 원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공사손실 충당금 6500억 원, 해양공사충당금 3000억 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 트라우마로 인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했고, 올해 들어 수주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빅배스(대규모 손실 반영)'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은 여전히 지적 대상이다.
이번 영업손실로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총액은 2020년 말 3조 869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말 2조 6264억 원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대우조선 자본총액에 영구채 2조 3000억 원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영구채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배당만을 지급하는 채권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사실상 부채다. 영구채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자본은 3000억 원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수은)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대우조선해양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후 장내 매각하는 것이다. 주식으로 전환되면 명백히 자본이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부담이 줄어들고, 채권은행은 주식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가 HMM(옛 현대상선)으로 산은이 HMM 영구채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HMM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은은 지난 7월 “HMM의 영구채와 경영권 매각과 관련해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계획을 발표할 당시 영구채를 10년 안에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하겠다고 약속한 것. 문제는 대우조선해양 영구채의 주식 전환가격이 4만 350원으로 현 주가인 2만 원대에 비해 너무 높다는 점이다. 한동안은 주식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 현재 수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영구채의 금리는 연 1% 수준이지만 2022년부터는 대우조선해양 무보증회사채 금리에 0.25%포인트(p)를 가산해 금리를 지급한다. 회사채 금리는 발행 회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평가한 대우조선해양의 BBB- 신용등급의 경우 5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기준으로 금리가 8%대에 달한다. 대우조선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적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고정비 부담 지속으로 2022년까지는 적자가 예상된다”라며 “다만 대규모 충당금에 따라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의 바닥은 지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전했다.
#대우조선 재무위기 어디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구조 악화는 회계상 지표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대규모 수주를 통해 적지 않은 계약금을 수령하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1조 78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6% 증가했다.
이 때문에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후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표하면서 기업결합이 승인되면 총 1조 5000억 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중 EU가 기업 결합을 승인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이로 인해 한국조선해양은 산은과 맺은 인수 계약 기한을 6월 30일에서 9월 30일로 연장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9월 말은커녕 올해 안에 기업 결합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결합 심사의 주요 지연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 대한 독과점 논란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면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 LNG 운반선 선사가 몰려 있는 유럽에서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선박 가격 급상승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고,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은 승인을 완료한 상태다. 일본은 아직 승인을 내리지 않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독과점 이슈 때문에 심사가 중단된 것이 확실해진 상황”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여러 차례 EU에 자료를 제공했지만 긍정적인 회신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마지막에는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건네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결합 심사가 내년까지 넘어갈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추가 자본 유치를 해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2015년 시작한 대우조선해양 재무 위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셈이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한국조선해양으로의 피인수와 무관하게 사전 자본 확충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유상증자 가능성을 암시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수은과 영구채 관련 협상을 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