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작 두루 섭렵한 라이징 스타, 첫 지상파 주연도 합격점 “20대 마지막, 날 사랑하는 법 배웠죠”
“제가 지상파 연기대상 시상식을 이제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기대하는 건 아닌데, 어떤 상을 주신다면 정말 그보다 감사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참석 자체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KBS2 수목드라마 ‘달리와 감자탕’으로 첫 지상파 주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박규영을 다시 만났다. 2020년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이어 넷플릭스 ‘스위트홈’, tvN ‘악마판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은 무대에서 주연을 맡아 연기 스펙트럼을 계속 넓혀오던 차였다. 지상파 주연도 처음이었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달리와 감자탕’은 그에게 있어 도전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달리는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잖아요? 미술을 전문으로 배웠고 나중엔 미술관 관장이 되면서 다방면에 조예가 깊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모르는 ‘생활 무지렁이’예요.(웃음) 그런 대비를 주고 싶었어요. 미술에 종사하는 인물이란 걸 1차원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뽀글뽀글한 머리로 과감한 헤어스타일을 시도했죠. 미적 감각이 있는, 예술계통에 종사하는 모습으로 달리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 말대로 ‘달리와 감자탕’에서 박규영은 또 한 번의 파격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전 작인 ‘스위트홈’에서 붉게 염색한 긴 머리로 눈길을 끌었다가 그에게 ‘찰떡’이라는 숏컷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이마 위에 꼬불꼬불하게 말린 앞머리가 인상적인 달리의 외관을 설정하는 데 있어 박규영이 가장 고민했던 것은 단 하나. ‘시청자들이 이 헤어스타일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였다고 했다.
“사실 정말 많이 걱정했습니다.(웃음) 제가 봐도 이 헤어가 너무 낯선 거예요. 매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라… 이게 시청자 분들 눈에 적응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그래도 달리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했던 헤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실제로도 처음에 굉장히 낯설게 느끼셨던 시청자 분들이 꽤 계셨지만 나중엔 생머리보다 곱슬머리가 더 익숙하다 해주실 정도로 귀엽게 받아주신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은 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웃음)”
극 중 달리는 무지·무식·무학의 ‘3무’(無)로 설명할 수 있는 돈돈 F&B 상무 무학(김민재 분)과 안 맞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독특한 관계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최연소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뛰어난 인재인 달리와 정반대의 인생을 겪은 무학. 두 사람이 서로에게 스며들며 연인으로 발전하는 감정의 빌드업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며 시청률 견인에 큰 몫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박규영 역시 두 커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실적으로 무학이와 달리처럼 극단적으로 성격, 가치관이 다른 두 인물이 이렇게 화합하고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그걸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뤄낸 거라 그 커플이 더 아름다워 보였어요. 현실적으로는 가치관이라든지 성격 정도는 좀 비슷한 사람끼리여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기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무학이와 달리는 그걸 극복한 커플이라 더 예쁘고 아름다워 보였던 것 같아요.(웃음)”
상대역을 맡은 김민재와는 2018년 영화 ‘레슬러’ 이후 3년 만의 재회였다. 그 당시엔 서로 함께하는 신이 거의 없어 제대로 친해질 수 없었지만 ‘달리와 감자탕’에서 다시 만났을 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가까워졌다는 게 박규영의 이야기다. 이전 작품에선 알 수 없었던 김민재라는 배우의 새로운 매력도 친해졌기 때문에 더욱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고. 14회 때 김민재가 보여준 ‘댄스’에서 연기와는 또 다른 웃음이 터졌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그 발재간 댄스는 진짜 저도 보고 놀랐어요. 그저 웃기기만 했다기보단 ‘어떻게 저렇게 몸을 자유자재로 쓰지?’ ‘바닥에 기름칠 한 것처럼 움직이는데?’ 하고 놀란 거예요.(웃음) 실제 현장에서는 모든 스태프들이 민재 배우의 그 댄스 후에 컷하고 박수를 칠 정도로 반응이 엄청나게 좋았어요. 화면에서 보니까 더 귀엽고 재미있게 표현됐더라고요. 그래서 민재 배우도 기분이 좋았을 것 같아요.(웃음)”
상대 배우와의 좋은 호흡으로 첫 로맨틱 코미디 주연을 무사히 마친 박규영은 내년에 새로운 30대를 맞이할 준비도 끝냈다. 끝자리가 9인 나이가 되면 모든 배우들에게 쏟아지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후회 없는 10년을 보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같은 질문을 계속 받았는지 박규영은 “다들 제 20대의 마지막을 물으신다”며 웃음부터 터뜨렸다.
“저는 정말 후회는 없고요, 내년에 30대를 맞이하는 게 그렇게 슬프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올해 저를 사랑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거든요. 사실 20대는 저를 굉장히 많이 채찍질하고 혼내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제가 조금 괜찮다 싶으면 ‘너 이 정도면 썩 나쁘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됐어요. 굉장히 마음이 편해지는 이런 방법을 찾은 상태에서 맞는 30대에는 제가 또 얼마나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런 기대가 커요.(웃음) 또 주변에 많은 분들이 ‘너는 30대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멋진지 아마 모를 거야. 30대 기대해’라고 말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기대해 보려고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