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9일 방송되는 KBS '시사 직격' 98회는 '나는 인간 대포통장이었다' 편으로 보이스피싱의 최신 수법과 근본 대책을 알아본다.
우연히 받은 전화 한 통에 다른 사람 손으로 돈이 넘어가는 보이스피싱. 그런데 이 전화 한 통에 순식간에 범죄자가 된 또다른 사람들이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범들은 대포통장을 만들기가 어려워지자 돈을 운반하는 방식을 바꿨다. 바로 사람을 대포통장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각종 SNS나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채권 추심, 부동산 경매, 퀵서비스 등의 업체로 위장해 현금수거책을 모집한다.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고 전달한 뒤 체포되면 다른 조직원이 잡히지 않는 이상 법적인 책임도, 피해금액에 대한 배상도 홀로 떠안게 된다.
취업의 문을 열고 보니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이 돼있는 것이다. 현금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들 중 대부분은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되는 것일까. 정말 모르고 한 것일까. 현금수거책 피의자들은 대부분 흔히 접할 수 있는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나 생활정보지에 올라와 있는 구인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 채용과정은 물론 업무지시 역시 메신저로 진행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운영 중이라는 설명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데.
특히 일자리가 간절한 청년들은 보이스피싱범들의 제안에 의심보다는 취업을 했다는 기쁨이 앞섰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의심이 가는 몇몇 구인업체들의 주소지로 찾아가 봤다.
수소문 끝에 중국 현지의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이른바 '총책'으로 일하고 있다는 A 씨를 만났다. 한국에서 수거책 일을 하다 붙잡혀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은밀한 운영방식을 털어놓았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물론 현금수거책이나 전달책들을 모집하는 데 사용하는 이른바 '멘트장'은 영화 시나리오를 연상케할 만큼 치밀했다. 총책은 사회경험이 없고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범죄에 끌어들여 이용하기에 가장 좋다고 말한다.
수거책이 된 이들이 왜 쉽게 그만둘 수 없는지, 보이스피싱 조직이 그들을 어떻게 못 빠져나가도록 관리하는지, 그 과정에서 동원되는 '좀비앱'의 실체도 낱낱이 공개한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보이스피싱, 단순 수거책들을 잡아 엄벌에 처하면 줄어들 수 있을까. 현금수거책으로 일하다 붙잡혀 재판을 앞둔 영진 씨(가명, 27)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 7일, 매주 10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
자신이 가담했던 보이스피싱 사건 피해자들과의 합의금을 갚기 위해서다. 현금을 전달하고 수거책들이 받는 돈은 평균 10만원 남짓. 정작 피해자의 돈은 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흘러들어간다. 최근 보이스피싱의 원조격인 이른바 '김미영 팀장'과 '김민수 검사'가 검거됐다.
그러나 진짜 몸통에 해당하는 이런 총책급의 검거율은 불과 1.8% 남짓. 이들이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이스피싱 최신 수법을 분석하고 ‘현금수거책’들이 어떤 식으로 이용되고 버려지는지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 나아가 단순 수거책에게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고 발생한 피해의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보이스피싱 범죄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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