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 기반으로 배송 강화·점포 리뉴얼 행보…부진의 늪 깊어 소비자도 업계도 “기대감 없다”
#당일배송? 우린 '2시간'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7개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은 바로배송 서비스 지역을 내년 말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바로배송은 앱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인근 롯데마트를 통해 2시간 이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4월 경기 광교점과 서울 중계점에서 처음 선보인 뒤 서비스 지역을 늘려 서울·경기·광주광역시·제주 등의 일부에서 21개 점포를 통해 운영 중이다. 내년 말까지 전국 점포(112개) 절반 수준인 50개 점포로 늘려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바로배송은 롯데쇼핑이 전국 주요 상권에 롯데마트를 보유했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마트 매장에 피킹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스토어'를 설치하고, 매장 뒤편에는 상품 선별 및 포장 자동화 설비를 마련해 소규모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롯데마트의 강점인 오프라인 거점과 신선식품 분야를 최대한 활용해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바로배송은 배달의민족 비마트 등 소량 생필품을 15분 내 배송해주는 퀵커머스를 제외하면 이커머스 업체 중 가장 빠르다.
매장 리뉴얼에도 한창이다. 롯데마트 은평점은 펫 전문점, 안산점은 헬스 앤 뷰티(H&B)와 주류 등 매장마다 특화된 카테고리로 재구성했다. 지역 마트마다 카테고리를 차별화하거나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는 창고형 매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백화점 사업의 경우 명품 확대와 식품관 리뉴얼, 증축 등 주요 점포는 대형화와 고급화에 힘쓴다. 부실 점포는 매각, 전대, 업태 전환 등 엑시트에 나선다. 이 밖에도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 바이브컴퍼니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독자적인 메타버스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11월 초 진행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장 리뉴얼과 콘텐츠 차별화 등 최근의 움직임이 담긴 사업 부문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유통부문 실적 부진 장기화 추세 속에서 이번 전략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연결 기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1조 789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83억 원으로 40.3% 줄었다.
#동종업계 "이제 와서?"
롯데쇼핑의 움직임을 두고 관련 업계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신선식품 배송 시간의 경우 과거부터 이커머스 업계 경쟁이 치열했고, 그중에서도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그룹 통합몰 쓱닷컴이 이미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처럼 대형마트를 활용하는 쓱닷컴은 보다 일찍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와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신선식품 주문 즉시 3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 트레이더스를 포함한 전국 158개 이마트 매장 중 110여 개를 온라인 물류 처리 공간으로 활용한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의 포문을 연 마켓컬리,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인 오아시스 등 경쟁력 있는 중소형 업체도 많다. 배송만 강화한다고 롯데를 이용하지 않던 소비자가 롯데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일과 익일 배송은 이커머스 업체마다 오래전부터 해온 서비스다. 롯데는 왜 이제야 한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대량 주문 고객의 경우 당일 안에 빠르게 배송해주면 될 뿐,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숫자 차이는 크게 의미 없다고 본다. 정말 급하면 10여 분 내 갖다 주는 퀵커머스를 쓰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오프라인 경쟁력도 갈수록 후퇴 중이다. 대형마트 사업은 신선식품과 자체 브랜드로 상품 차별성을 높여야 경쟁력이 생긴다. 그러나 신선식품의 경우 규모 있는 농수산물 등 지역 판매업체들은 물량을 많이 소화하는 마트와 거래하길 원한다. 점포수가 더 많고 매출 규모가 큰 이마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 소비자 역시 다른 대형마트에는 없는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자체 브랜드를 갖춘 이마트의 상품력 경쟁력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매장 리뉴얼도 이마트가 수년 전부터 주류와 그로서리를 확대하고, 비식품 분야는 일렉트로마트(체험형 가전), 토이킹덤(완구), 엣홈(리빙) 등 전문점과 체험형 매장으로 바꾸는 전략을 펴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점포를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이마트는 리뉴얼 정책으로 점포를 재미있는 매장으로 만들어 고객을 끌어 모았다. 최근 이마트 전략이 잘 먹히니 롯데마트도 매장 리뉴얼과 식품 강화, 창고형 할인점 전환 등 뒤늦게 따라하는 모양새”라며 “일찍이 했어야 할 작업을 이제야 하겠다고 하니 업계든 소비자든 기대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한 올 3분기 롯데백화점만 유일하게 적자를 냈다. 업계는 프리미엄보다 대중성에 치우친 전략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롯데백화점은 과거부터 지역 중소형 점포를 다 출점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전략을 써왔다. 이는 이커머스가 크게 성장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통했다. 그러나 소비 형태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중소형 백화점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
반면 국내 백화점 매출 2위 신세계백화점은 한번 출점하면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전략을 써왔다. 쇼핑 이외에도 과학 체험 시설이나 영화관, 서점, 아쿠아리움 등 여러 집객 요소를 집어넣었다. 또 꾸준한 매장 리뉴얼과 명품 라인업 강화, 프리미엄 전략으로 매출 1위 롯데백화점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가 다 입점한 백화점은 전국에 7개 매장뿐인데, 그중 4개가 신세계백화점 매장인 사실이 업계 강한 입지를 방증한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들의 경우 매장이 커 여러 체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지만, 롯데백화점은 중소형 위주여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국내 패션 중심으로 매장을 채우다 보니 오프라인의 매력이 떨어지고 매출은 안 나며, 결국 명품 유치도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온·오프라인을 다 뒤엎을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지만, 있는 점포를 다 부수고 새로 짓지 않는 이상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렵다”며 “고용 이슈에 예민한 현 시기상 구조조정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쇼핑 측은 바로배송 서비스의 경우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은 선보이기 힘들다는 점에서 서비스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루 종일 주문을 받은 뒤 새벽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보다 상품 신선도와 구색 등에서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선보일 수 없는 배송 서비스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고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라며 “비식품의 경우 패션과 뷰티 부문 온라인 경쟁력을 높이고자 상품을 어떻게 제안할지, 구매 시 어떤 고려 사항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면서 서비스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