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임원들 재취업에 계열사 활용 의혹 나오는 이유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7일 대규모기업집단(총 71개 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포스코도 대상 집단으로 그룹 내부거래 현황이 공개된 결과 지난해 19.19%의 내부거래율을 보여 전년 18.49% 대비 0.70%포인트 상승했다. 포스코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공시 대상이 되는 대규모기업집단의 내부거래율(11.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3분기 기준 상장사 6개, 비상장사 28개로 총 34개사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내부거래율 30%가 넘는 회사는 15개사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이 전무한 4곳(에스피에너지, 에스피에이치, 피앤오케미칼, 게일인터내셔날코리아)과 지난 6월 포스코 계열사로 편입된 2곳(포스코리튬솔루션, 포스코에이치와이클린메탈), 총 6개사를 제외하면 절반이 넘는 회사가 내부거래율 30%를 웃돌았다.
포스코 출신 임원들의 재취업 자리로 계열사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34개 계열사 가운데 포스코 출신 대표이사는 21명으로 파악된다. 또 계열사 임원 가운데 61%가 포스코 출신으로 채워졌다. 더욱이 이들 회사의 자립도도 현저히 낮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포스코 출신 임원들이 대표를 맡고 있는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율 30%(2020년 재무제표 기준)가 넘는 곳은 10곳이다. 특히 내부거래율 70%가 넘는 계열사도 7곳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아이씨티(76.4%·정덕균 대표), 포스코엠텍(96.5%·이희근 대표), 에스엔엔씨(87.6%·김준형 대표), 엔투비(88.5%·이유경 대표), 피엔알(99.7%·이석곡 대표), 포스코인재창조원(93.8%·김관영 대표), 포스코알텍(97.1%·이경조 대표)이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에는 사실상 포스코(계열사) 일감에 의존해 별다른 발전 없이 존립하는 회사가 많다”며 “대표이사와 임원이 전문성을 갖춘 계열사도 있긴 하지만, 포스코에서 밀려난 인사가 계열사에 재취업하거나 논공행상 성격의 인사가 단행된 경우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룹 전체에 대한 설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정우 회장에 대한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이들 계열사가 안정적인 내부거래 수익에 안주하지 않고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숙제다.
앞의 관계자는 “그룹에서 제공하는 일감으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했으면 이를 바탕으로 사업과 수익을 더 확대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들 계열사는)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주인 없는 기업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주주가 없어 전문경영인의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3분기 말 기준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9.75%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다.
'일요신문i'는 이와 관련한 사항들에 대해 포스코 측에 여러 차례 연락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