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행 나라들 전면봉쇄·백신접종 의무화 검토 중…국내 치명률·위중증 환자 수 급상승 ‘빨간불’
다시 한 달가량이 지난 11월 말, 한국은 물론이고 서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훨씬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국가들 가운데 현재 가장 심각한 곳은 독일이다.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10월 24일 160.15명에서 11월 23일에는 633.06명으로 급증했다. 100만 명당 중환자실 환자 수도 10월 24일 16.85명에서 35.99명으로 급증했으며 100만 명당 사망자 수도 10월 25일 0.73명에서 2.55명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치명률은 10월 24일 0.70%에서 0.58%로 줄어들었지만 일일 확진자 수가 사망자 수보다 더 급증한 결과일 뿐,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는 모두 급증 추세다. 독일 질병통제센터인 로버트코흐 연구소는 11월 25일 발생한 신규 사망자가 351명으로 누적 사망자는 10만 119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독일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이 넘는 유럽의 네 번째 나라가 됐다.
영국은 682.90명에서 627.33명으로 계속 높은 수치가 이어지고 있으며 독일(633.06명)과 덴마크(677.24명)도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600명을 넘겼다. 독일과 덴마크를 비롯해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한 달 전에 비해 2~4배가량 증가했다.
그나마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은 어느 정도 상황이 유지되거나 개선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싱가포르는 10월 24일과 비교해 11월 23일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가 이스라엘은 109.90에서 26.97명으로, 싱가포르는 592.73명에서 369.09명으로 줄었다. 이스라엘의 치명률은 다소 상승했지만 싱가포르는 0.3%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100만 명 당 중환자실 환자 수와 사망자 수는 두 나라 모두 줄어들었다.
이는 빠른 위드 코로나 정책 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6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지만 델타 변이가 확산되자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 면역 증명서 ‘그린패스’ 도입 등의 방역 조치를 복원했으며 7월 말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을 도입했다. 싱가포르 역시 9월 6일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지만 20여 일 만인 9월 24일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을 강화했다. 결국 빠른 위드 코로나 포기가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의 코로나19 관련 수치 안정화로 이어진 셈이다.
유럽 각국도 점차 심해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위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다시 전면 봉쇄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등의 조치를 이미 취했거나 검토 중이다.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독일은 현재 전면 봉쇄와 취약계층과 군인 대상 백신 접종 의무화를 고민 중이다. 유럽 전역이 코로나19로 힘겨워하고 있지만 독일이 유독 심각한 까닭은 백신 접종률이 정부 목표 75%를 한참 밑도는 68% 수준이기 때문이다.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는 백신 의무 접종을 반대해 온 영향도 있다.
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자유민주당(FDP)의 연정 합의를 이끈 올라츠 숄츠 독일 총리 지명자의 슐츠 정부가 12월 출범하는데 당면 과제는 코로나19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지명자는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시설에서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신임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는 “독일은 이번 겨울 모든 불필요한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보건부가 2022년 1월 1일부터 요양원과 클리닉 종사자의 백신 접종 의무화 방안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작센주와 바이에른주 등 일부 주는 술집과 클럽 문을 닫았으며 크리스마스 마켓도 취소하는 등 독일은 부분 봉쇄에 돌입했다. 전면 봉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현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더 많은 공공장소에서 백신 미접종자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며 전면 봉쇄 여부에 대해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11월 22일(현지시간) 서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전면 봉쇄를 시작했다. 최소 10일에서 최대 20일까지 시행되는 전면 봉쇄령으로 생필품 구매와 관청 방문, 출퇴근 및 등하교, 심신 안정을 위한 산책 등을 제외하고는 24시간 외출이 금지된다. 시내 상점이나 호텔 등은 모두 문을 닫았고 재택근무가 권고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이웃 국가인 슬로바키아도 25일부터 2주 동안 전국적으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로 야간 외출금지, 문화·스포츠 대규모 행사 취소, 생필품 판매점 제외 일반 상업 영업 중지 등이 이뤄진다.
프랑스도 11월 25일 새로운 방역지침을 발표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도 다시 의무화했으며 실외 공간일지라도 크리스마스 마켓 등 인파가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부스터샷을 모든 성인에게 제공하며 백신 2회 접종 뒤 부스터샷까지의 간격도 6개월에서 5개월로 줄였다. 또한 1월 15일부터는 부스터샷까지 접종해야 음식점, 카페, 영화관 등에 갈 때 필요한 보건패스가 발급된다. 다만 봉쇄와 야간통금 등의 조치까지는 취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한 달 사이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가 79.91명에서 296.72명으로 급상승했다.
이탈리아도 백신 미접종자의 실내 공공장소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12월 6일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실내 음식점과 주점은 물론이고 박물관, 미술관, 극장, 영화관, 헬스장 등 문화·체육시설 출입이 금지된다.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판정서가 있어도 다중이용시설 출입이 불가할 전망이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벨기에는 11월 22일부터 매주 최소 4일 재택근무를 의무화했으며 11세 이상 국민은 식당, 술집, 영화관은 물론이고 대중교통과 대중행사에서 마스크가 의무화됐다.
이처럼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이미 위드 코로나 정책을 포기했으며 부분 봉쇄 내지는 전면 봉쇄라는 강력한 조치까지 꺼내들고 있다. 위기의 서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편이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은 유지하는 단계적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달 전과 비교해 100만 명당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6.85명에서 62.07명으로 급증했으며 치명률도 0.92%에서 1.32%로 상승했다. 한 달 사이 치명률은 한국 그래프가 가장 압도적인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유일하게 한국만 1%를 넘겼다.
100만 명당 신규 사망자 수도 0.29명에서 0.60명으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한국의 100만 명당 중환자실 환자 수 데이터는 빠져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심각하다.
한국의 위중증 환자 수가 연일 최다 수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11월 25일에는 612명을 기록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600명대를 기록했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위기의 연속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표한 11월 24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3.9%다.
11월 24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질병청의 위험도 평가에서 전국은 ‘높음’, 수도권은 ‘매우 높음’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수도권만 놓고 보면 언제라도 비상계획 발동을 검토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위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상황이 이미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