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확진자 5000명에서 5명으로…‘백신 효과 극대화와 델타 유행 시기 맞아’ 분석 있지만 전문가들도 ‘갸우뚱’
일본은 올해 6월 제5차 코로나 대유행에 진입해, 도쿄올림픽이 열리던 8월 절정을 맞았다. 8월 20일 전국 확진자 수는 2만 5800명대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9월로 들어서면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가령 도쿄의 평균 확진자 수는 8월 19일 4774명이었으나, 1개월 후인 9월 19일에는 815명, 2개월 후인 10월 19일에는 52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더욱이 11월 24일에는 확진자 수가 5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사망자 역시 0명을 기록할 때가 많다. 문제는 급감한 원인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일본 내 감염증 전문가들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추측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력한 가설들을 짚어봤다.
#가설① 백신 접종+무증상 감염 집단면역 효과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백신 효과다. 일본은 백신 접종 가운데 99.95% 정도를 화이자·모더나 제품으로 진행했고 아스트라제네카(AZ)는 0.05%가량에 그친다. 감염증 전문의 야노 구니오는 “최근 양성률(확진자 비율)이 0%대에 머무는 것은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된 증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은 2차 접종 후 약 2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효능이 가장 뛰어나고, 점차 떨어진다. 일본은 7월부터 64세 이하의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백신 효과가 강한 상태인 수천만 명의 집단이 생겼다. 때마침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대유행한 시기와 겹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기도 했다.
다테다 가즈히로 도호대 교수는 “젊은 층의 경우 무증상이 많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는 확진자의 3~4배였을 수 있다”고 밝혔다. 요컨대 “백신 접종이 급격히 진행되는 동시에 무증상 감염자를 포함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급증함에 따라 일시적인 집단면역이 생긴 것 같다”는 분석이다. 그는 “영국이나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이 선행됐던 국가에서는 백신 효과가 약해진 시기에 델타변이가 유행해 접종자도 감염되는 돌파감염이 늘었다”면서 “만약 일본도 접종시기가 빨랐다면 같은 상황이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가설② 마스크 문화가 일등공신
의료 저널리스트 모리타 도요시는 “일본에 뿌리 내린 마스크 문화가 일등공신이 아닌가 한다”고 추측했다. 영국과 미국 등 구미 국가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순간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일본은 마스크를 의무화하지 않고 요청에 그치고 있음에도 8월 시점 마스크 착용률은 93%였다.
현지 매체 일간겐다이는 “일본인 80% 정도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고, 10월부터 위드 코로나에 돌입했으나 마스크와 소독, 밀접 접촉 회피 등 감염 대책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 것이 감염 급감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구미 국가에서 돌파감염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데, 일례로 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60%대이며 마스크를 하지 않고 코로나 이전과 똑같은 ‘보통’의 생활을 하고 있다. 매체는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국가 전체가 감염 대책을 이어가지 않으면 잔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정책을 내걸며 통제하는 중국의 경우도 최근 감염자 수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 매체는 “중국에서 주로 접종한 백신은 불활성화 백신으로 화이자·모더나의 mRNA 백신보다 효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백신 자체가 면역원성이 강하지 않아 돌파감염이 상당한 빈도로 일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도 감염자 수를 억제해온 것은 정부가 강제로 백신을 맞힌다거나 록다운 등 강한 통제 정책을 실시해서”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가설③ 델타 바이러스 자멸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내에서 바이러스가 약해져 사라져간 것이 아닌가”하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이른바 ‘델타 바이러스 자멸설’이다.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와 니가타대 연구팀은 지난 10월 열린 학회에서 자멸설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복제 실수가 생기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한다. 이때 높은 복제 능력을 지닌 변이종이 탄생하면 급속히 감염이 확대된다. 그러나 증식이 빠를수록 그만큼 다양한 복제 실수가 일어난다. 그 결과, 어느 일정한 한계치를 넘으면 이번에는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요한 유전자까지도 망가져 버려 바이러스가 자멸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역사적인 감염증 유행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918년 발병한 스페인독감이다. 당시 세계 인구의 30% 이상이 감염됐고 수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인인 병원체를 찾는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결국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종식됐다. 이렇다 할 백신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축적해가면서 맹독성이 사라지고 서서히 소멸해갔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현재 케냐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감염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3월 30일 1500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으나, 지금은 하루 100명 정도다. 국민 백신 접종률이 약 3%인 것을 감안하면 백신의 효과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가설④ 계절적 요인 ‘4개월 주기’ 유행설
그러나 자멸설은 어디까지나 가설로, 현재 충분한 증거가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말을 아끼는 전문가들이 많다. 오히려 일본 내에서는 “조만간 6차 유행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의료거버넌스연구소의 가미 마사히로 이사장은 “유럽의 감염 증가 추세를 보면 계절성 영향이 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홋카이도는 신규 감염자 수가 10만 명당 1.98로 일본에서 가장 높다. 일본 전국 신규 감염자 수는 0.62명이다. 가미 이사장은 “지금까지 코로나는 4개월마다 유행을 반복하고 있다”며 “올겨울에 다시 유행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의 감염 급감 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족집게 AI(인공지능)’가 있어 화제다. 마이니치신문은 “나고야공대 히라타 아키마사 교수가 개발한 AI 시스템이 인파가 증가해도 9월 이후엔 감염자 수가 줄어들고 수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신문에 의하면 “히라타 교수가 AI에 학습시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도쿄의 경우 연말부터 감염자가 늘기 시작하지만 내년 1월 중순 피크 시점에도 하루 확진자는 300~500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됐다.
#가설⑤ 유료화로 인한 PCR 검사 축소설
일각에서 “일본 후생노동성이 백신접종률이 높아지자 PCR 검사를 유료로 전환했고, 검사 건수가 줄어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일본은 의사가 PCR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유증상자만 보건소 무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자발적인 검사는 1인당 2만 엔(약 20만 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일단 8월 5차 대유행 당시 일본의 PCR 검사 건수는 한때 16만 건에 육박했으나, 최근에는 주중 3만~5만 건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11월 25일 기준 PCR 검사 수는 5만 5336건이다. 대유행인 시기에 비해 검사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이는 감염자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감염이 많은 상태에서 PCR 검사를 인위적으로 축소했다면 양성률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양성률은 현저히 내려가고 있으며 중증환자, 사망자 역시 감소 추세다. 일례로 도쿄의 경우 지난 8월 말 양성률이 약 25%까지 치솟았지만, 11월엔 0%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올겨울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할 것에 대비해 무증상자의 PCR 검사를 무료로 진행하는 쪽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