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명소 맞아요? 웰컴 투 ‘다국적 성매매 특구’
▲ 국내 최대의 다문화 도시로 꼽히는 안산. 2009년 다문화특구로 지정된 안산 ‘국경 없는 거리’는 성매매 영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관광명소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
그런데 이곳에는 독버섯 같은 어두운 이면도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어림잡아도 30~40개를 넘는 다방들을 중심으로 불법 성매매가 성행 중이다. 대부분 중국 국적의 외국인으로 구성된 종업원들은 매일같이 티켓판매에 열을 올리며 손님들을 꾀어내고 있다. 안산 원곡동 ‘국경 없는 거리’에서 자행되고 있는 외국인 여성 불법 성매매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6월 22일 기자가 안산역을 찾았을 때 주위는 온통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강한 억양의 중국어는 물론 특유의 비음이 뒤섞인 동남아 말도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까무잡잡한 아프리카계 사람부터 남방계 동남아인 등 인종도 다양했다.
기자는 안산역 광장을 지나 지하도를 따라 맞은편으로 이동했다. 맞은편으로 건너가니 곧바로 원곡동 ‘국경 없는 거리’가 시작됐다. 거리 초입부터 난생 처음 보는 이국적인 음식점들은 코를 찌르는 낯선 향내를 내뿜었다. 휴대폰 매장이나 청과물점, 슈퍼마켓, 음식점 등 상점 간판 하나하나에는 중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등 각양각색의 언어로 채워져 있었다. 실로 경기도의 이태원이라 불릴 만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다방과 노래방이었다. 국경 없는 거리 곳곳에는 유독 다방과 노래방이 많았다. 골목골목 마다 어림잡아도 네댓 개씩은 눈에 띄었다. 안산시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 다방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경 없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수많은 다방들은 놀랍게도 다국적 성매매의 온상으로 알려졌다. 외국인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해 운영되고 있는 이 지역 다방들은 국경 없는 거리를 찾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상대로 티켓영업을 벌여온 지 오래됐다.
기자는 손님을 가장해 티켓영업이 성행 중인 한 다방을 직접 들어가 봤다. 다방 내부는 각 테이블마다 낮은 칸막이로 휘둘러져 있었다. 종업원이 기자를 한 테이블로 안내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 세 명이 앞다투어 기자 주변에 둘러 앉았다. 종업원들끼리도 티켓 판매를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었다. 1시간 동안 테이블에서 접대를 하는 일명 ‘데이트 티켓’은 2만 원이었다.
중국 산둥성에서 왔다는 여종업원 린린(가명·28)은 3년째 다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브로커를 통해 결혼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 위장 입국자였다. 취업비자가 나오는 조선족들을 제외한 다른 종업원들 역시 이와 비슷한 루트를 통해 들어온다고 한다. 간혹 동남아계도 있지만 고용된 종업원들은 대부분 중국계였다.
여종업원 린린은 테이블에 앉은 이후 줄기차게 다방 밖으로 같이 나갈 것을 권했다. 그는 특히 노래방으로 갈 것을 강하게 권했다. 밖으로 나갈 경우 추가적인 티켓 값이 지불되는 영업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좀 더 시간이 지나자 넌지시 ‘성매매 티켓’을 제안했다. 1시간에 10만 원에 해당하는 고가의 티켓이었다. 이곳에서 성매매 영업이 실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리 주변에 잔뜩 자리 잡고 있는 노래방과 모텔로 이어지는 성매매 루트가 형성돼 있었다.
다른 다방들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기자는 한 30대 여종업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성매매 영업에 대한 속사정을 자세히 들어봤다. 이 종업원은 “12시간 동안 일급 5만 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 쉬는 날도 더러 있지만 쉬는 동안은 일급을 지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12시간 동안 저임금을 받고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우리는 티켓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 몫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티켓 값이다. 노래방에서 함께 놀아줄 경우 기본 티켓 값 2만 원에 시간당 추가적인 티켓 값을 받게 된다. 또 운 좋으면 노래방에서 성매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방에서 직접 성매매 티켓을 끊고 모텔로 직행하는 경우도 많다. 성매매 티켓은 우리가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유일한 케이스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성매매 티켓 판매는 예전만 못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저임금 속에서 외국인 종업원들은 결국 큰돈이 되는 성매매 티켓을 손님에게 적극 권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곳을 찾는 남성들은 대부분 중국계와 동남아계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소문은 타고 내국인 손님도 꽤 늘었다고 한다. 실제 기자가 둘러 본 다방 안에는 한국말을 쓰는 내국인들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처럼 다문화 명물로 유명한 국경 없는 거리 이면에는 독버섯처럼 곳곳에 자리 잡은 다문화 티켓다방의 성매매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국경 없는 거리는 2009년 다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아이들까지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관광명소에 걸맞은 사법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안산 ‘국경 없는 거리’는 다문화 향기는 없고 냄새만
경기도 안산은 도시 자체가 ‘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한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1970~80년대 이후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됐다.
안산에서도 값싼 주거지가 몰려있는 안산역 주변 원곡동 일대는 1980~90년대 이후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마을로 탈바꿈했다. 그러면서 원곡동 일대에는 자연스럽게 중국과 동남아인 등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각종 상점이 하나둘 문을 열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국경 없는 거리’다.
2009년 자료를 보면 원곡동 일대 외국인 거주자 수는 1만 6000명에 달한다. 내국인 거주자 수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경 없는 거리에는 현재 중국 상점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러시아, 네팔, 이란, 파키스탄 등의 음식점 및 상점들이 110여 개 정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정부가 이 지역을 ‘다문화 특구’로 지정하면서 최근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한]
경기도 안산은 도시 자체가 ‘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한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1970~80년대 이후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됐다.
안산에서도 값싼 주거지가 몰려있는 안산역 주변 원곡동 일대는 1980~90년대 이후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마을로 탈바꿈했다. 그러면서 원곡동 일대에는 자연스럽게 중국과 동남아인 등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각종 상점이 하나둘 문을 열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국경 없는 거리’다.
2009년 자료를 보면 원곡동 일대 외국인 거주자 수는 1만 6000명에 달한다. 내국인 거주자 수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경 없는 거리에는 현재 중국 상점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러시아, 네팔, 이란, 파키스탄 등의 음식점 및 상점들이 110여 개 정도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정부가 이 지역을 ‘다문화 특구’로 지정하면서 최근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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