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출신의 ‘전라도 욕’ 연기 “술의 힘 빌려”…‘스우파’ 아이키 찐팬 “대놓고 사랑해도 될까요”
“아무래도 제가 얼어 있는 모습이나 공식석상에서 진지하게 찍힌 모습을 많이 보시잖아요. 그래서 새침데기, 차갑거나 수줍음이 많은 친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직접 보시면 ‘엉?’ 하시는 거죠(웃음). 다행히 이번에 ‘술도녀’를 통해 많은 분들이 소희에게 관심을 가지시면서 이선빈과 그의 일상생활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생기더라고요(웃음).”
티빙(TVING) 유료 가입자를 급상승시켰다는 ‘효녀작’으로 11월 26일 전 회차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술도녀)은 확실히 이선빈에게 있어 감회가 남다른 작품이었다. 성인이 된 뒤 자신의 주량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작품을 통해서가 처음이었고, ‘술맛’을 알게 된 것도 ‘술도녀’의 덕이었다. 아직도 몇 모금 마시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혼자서 2차를 찍고 왔냐”는 말을 듣긴 하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성인이지만 술이 무서워서 잘 못 마시게 되더라고요. 먹다 걸리면 혼날 것 같았거든요. 제가 되게 착하고 순수했던 친구였어서(웃음). 그런데 ‘술도녀’를 찍으면서 느낀 건데, 이전까지는 왜 사람들이 국물을 마시면 ‘소주 먹고 싶다’ 하는지 몰랐거든요? 요번에 그걸 깨닫게 됐어요. 촬영하면서 실제로 술을 마시는 일이 많다 보니까 조금 건방져진 것 같기도 해요. ‘미쏘’(미지근한 소주)가 이제 무슨 맛인지 알겠다고 건방 떨고(웃음).”
‘술도녀’에서 이선빈은 전남 장흥 출신의 예능 방송작가 안소희를 맡았다. 서른 살 동갑내기이자 같은 술친구 한지연(한선화 분), 강지구(정은지 분)와 함께 ‘퇴근 후 술 한잔’이란 인생의 신념을 맛깔나게 풀어내며 극을 이끈 주연으로 대단한 호평을 들었다. 특히 이 세 명이 쌓아 올린 케미스트리는 카메라의 프레임 밖까지 이어지며 시즌2에서의 더욱 숙성된 하모니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저희의 연기를 좋게 봐주신 건 아마 저희가 작품 밖에서도 진짜로 친해졌기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비슷한 또래 여배우 셋이 모였다고 하면 예민할 수도 있고 서로가 반드시 배려를 해야만 이어질 수 있는 현장이란 편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대본을 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진짜 이건 우리가 뭉치지 않고, 친구가 되지 않으면 못 살리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마음이 열린 상태에서 딱 만나고 나니까 정말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세 친구들의 조합도 완벽했지만 이선빈의 단독 연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특히 대선배인 박영규 앞에서 뽐냈던 약 1분 30초 분량으로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갱스터 랩’ 전라도 욕 구사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정말 전라도 출신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선빈은 충청도 출신이었다.
“사실 전라도 사투리를 잘할 수 있을지 너무 무서웠는데 다행히 출연진에 전라도 분들이 많아서 도와주셨어요. 또 보니까 충남 사람들이 말투가 비슷해서 전라도 사투리를 따라 하기 좋더라고요(웃음). 박영규 선생님하고 한 그 신은 제가 대본을 받자마자 연습했던 기억이 나요. 밥 먹고 그릇을 치우면서도 외우고, 설거지를 하면서도 외우고… 툭 치면 바로 대사가 나올 정도로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도 선생님을 뵈니까 맨 정신에 못하겠다 싶어서 술의 힘을 빌렸죠(웃음). 그렇게 긴장했지만 NG 안 내고 한 번에 성공해서 선생님께도 칭찬을 들었어요.”
연기에서 그랬듯, 뭔가 하나에 꽂히면 일상의 대부분을 할애하면서까지 집중한다는 이선빈의 최근 집착 아닌 집중 대상은 댄서 아이키였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를 통해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에게 극존칭을 붙여 소개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찐팬’이었다. 이처럼 흥분을 못 이겨 격한 팬심을 드러내는 모습이 ‘별안간 화내는 이선빈’이라는 영상으로 퍼지며 네티즌들을 웃기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도 이선빈은 아이키의 이름이 나오자 별안간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제가 진짜 너무 사랑하거든요! 아이키 님과 훅(HOOK, 아이키가 속한 댄스 크루)이 제가 좋아하는 긍정 에너지를 전파해주셔서 그게 너무 좋아요. 사실 저는 아이키 님을 누구보다 먼저 좋아했다는 팬으로서 자부심이 있는 게, 저는 그분이 하하 선배님하고 릴스랑 틱톡에 나오실 때부터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스우파’가 잘되니까 팬이 많아져서 팬 자리를 뺏기는 기분인 거예요(웃음). 그전부터 좋아했는데 ‘스우파’ 방영할 때 응원 글 올리면 괜히 방송 땜에 좋아한다고 오해할까봐 응원도 못 했단 말이에요. 억울해요, 난 옛날부터 좋아했는데(웃음).”
아이키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좋아하는 것처럼 본인 역시 밝고 낙천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했지만, 인생은 늘 그렇게 잘 풀려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굴곡의 연속”이라고 표현한 이선빈의 27년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달달한 성공보단 쓰디 쓴 실패를 안겨주던, 그렇게 한 번도 온전한 내 편을 들어주지 않던 인생이었다. 롤러코스터처럼 위로 아래로 곡선을 타다가 이 자리에 섰다는 이선빈은 오히려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제 삶은 계속 ‘될 것 같다가, 안 됐다가, 또 됐다’의 반복이었어요. 처음엔 상처도 당연히 많이 받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곡선이 반대로 보이더라고요. ‘좌절을 하고 나니까 또 올라가기도 하네?’ 하면서. 나중엔 또 이렇게 받아들인 부작용이 있더라고요. ‘지금 잘 되니까 나중에 또 잘못 되는 거 아냐?’ 하는(웃음). 사실 이렇게 잘 되고 관심이 많아진 것도 언제든지 대중들은 다른 관심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요. 그래도 저는 이제까지 살아온 제 삶에 만족해요. 누구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는 거니까. 그 경험이 앞으로의 연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