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방지’ 온라인플랫폼법 연내 처리 불투명…‘갑질’ 피해 호소 소상공인과 “중복규제” 플랫폼 기업 간 온도차
#‘온플법’ 제동 걸린 까닭
IT·플랫폼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어두운 그림자 역시 빠르게 드리워졌다. 플랫폼 기업 노동자 사망, 수수료 논란, 갑질 등이 사회 전면에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이에 정부는 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속속 내놓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막도록 온플법을 발의했다. 이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초기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처 간 권한 다툼으로 법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월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에 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부과하고, 거래상 지위 판단 기준에 플랫폼 특성을 반영하는 온플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3월에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입점업체와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했다. 앞서 지난해 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규제를 모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소관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발의했지만 3개 법안 모두 표류해왔다.
결국 당·정·청협의회가 나서서 갈등을 봉합했다. 공정위의 규제 권한을 방통위와 나눠 갖도록 합의하면서다. 이에 힘입어 온플법은 1년 만에 국회 첫 문턱을 넘어섰다. 지난 11월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방통위 소관의 ‘디지털플랫폼 발전과 이용자보호법'(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논의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공정위의 온플법을 논의했다. 하지만 온플법 처리는 불발됐다. 두 위원회 모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IT·플랫폼업계에서 온플법 법안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지난 11월 22일과 24일 정부에 법안 추진 즉시 중단과 기업·학계·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심층 논의 선행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연이어 냈다. 디경연은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만을 위해 공개적 의견수렴과 협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정부 부처들만의 합의를 거쳐 중복규제를 넘어 다부처에서 규율하는 이중, 삼중 규제를 기반으로 수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온플법 적용 대상을 중개수익 10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 원 이상인 플랫폼으로 줄이기도 했다. 온플법 적용 대상은 기존 30개에서 국내외 18개 기업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소규모 플랫폼 기업을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숫자가 대폭 줄었고, 형평성을 고려해 해외 기업이 대상에 포함된다. 온플법 적용 기업은 쿠팡(오픈마켓), 네이버쇼핑(가격비교), 구글 플레이(앱마켓), 애플 앱 스토어(앱마켓), 배달의민족(배달앱), 요기요(배달앱), 야놀자(숙박앱), 여기어때(숙박앱) 등이다.
#소상공인과 플랫폼 간 공방 과열 양상
소상공인과 시민단체는 온플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알고리즘 조작, 부당한 광고비·수수료, 플랫폼 기업의 자사 상품 우대 등 여러 불공정거래행위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도 정산을 미룰 수도 있는 불공정한 약관과 각종 불공정행위로 중소상공인을 약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위원은 “플랫폼 기업들은 경쟁을 위한 자본을 높은 수수료와 천정부지 배달비 등 자영업자로부터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는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월 공정위는 콜 몰아주기 관련해 카카오모빌리티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지난 7월부터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모전 수상작을 대상으로 2차 저작권 귀속을 강요하려 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자사 상품이 먼저 노출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납품업체에 대해 갑질했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공정위가 포털 검색창에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한 네이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7억 원을 부과했다. 해외 기업도 칼날을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 9월 공정위는 구글에 시정명령과 함께 207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부·여당이 규제안에 힘을 싣도록 명분을 준 것도 IT·플랫폼 기업이다. 지난 8월 카카오모빌리티는 3건(스마트호출·바이크·모범택시)의 요금인상을 시도했다. 플랫폼 지위를 이용해 확보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한 수익화 움직임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독과점 문제와 과다한 수수료,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올해 국정감사장에 세 차례나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웹툰·웹소설 갑질 논란으로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 수장도 국감장에 나왔다. 최근 2년간 쿠팡에선 과로사로 근로자가 9명이나 숨지면서 국회의 산업재해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은 플랫폼 경제를 위축시켜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11월 30일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비교하면 매출액, 영업이익, 시가총액이 30분의 1 또는 40분의 1에 불과하다”며 “규제 사례를 보더라도 해외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4~5개 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온플법 수정안의 경우, 20개가량의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중복’과 ‘규제확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미 국내에는 많은 법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중복 규제를 하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가 국내 스타트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