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3일 방송되는 KBS '시사 직격' 100회는 '마약을 처방해 드립니다' 편으로 꾸며진다.
지난 5월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마약에 중독된 10대 청소년 40여 명이 적발됐다. 흔히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합법 마약, 바로 마약류 의약품 때문이었다.
처방하는 의사들조차 오남용의 실태를 자세히 알지 못해 마약류 의약품 중독자들이 점점 양산되고 있는 현재 이 중에서도 모르핀 수십 배의 진통 효과를 낸다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중심으로 마약류 의약품의 유통과정의 허점과 오남용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펜타닐은 본래 암 환자 중에서도 통증이 극심한 사람들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다. 그런데 이 건강했던 청년들은 왜 펜타닐에 빠져든 것일까. 그리고 펜타닐 오남용 후 이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옥 같은 단약의 고통과 싸우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래퍼 불리 다 바스타드는 "그냥 벌레예요. 왜 벌레라고 표현을 하냐면 펜타닐 쪼가리 찾으려고 바닥 기어 다니면서 쓰레기통 뒤지고 청소기 거기에 빨려 들어간 거 없나 청소기 통 먼지 다 꺼내서 그러고 있고 그게 현실이에요"라고 말한다.
최진묵 마약 중독 상담가는 "육체적 금단 증상이 엄청 강해요. 병원에 있으면 기어 다녀요. 걷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먹으면 오바이트하고 끊어가는 고통을 옆에서 보면 정말 처절할 정도로 그렇게 끊어가요 그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우울증약부터 ADHD 치료제, 다이어트 보조제까지 여러 종류의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을 돌아가며 투약하는 멀티 드러그 유저까지 있는 현실. 하지만 의사들의 약물 처방은 느슨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심지어는 진료조차 하지 않고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해주는 의사도 있었다.
쉽게 처방전을 내주는 의사들에겐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마약 쇼핑'을 기록해 놓은 한 제보자는 "저기 보시면 비뇨기과, 성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내과 이렇게 여러 병원이 있잖아요. 저기서 꼭대기 올라가서 밑에 층까지 한 번에 다 받을 수 있습니다. 처방전을요. (중략) 의사가 통증의 강도가 1부터 10까지면 몇인가요? 그러면 9 정도로 얘기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의사가 그 진통제를 줍니다 아무 검사 없이요"라고 말했다.
대전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몰랐다는 건 얘기가 안 돼요. 그리고 최소한 이걸 (의사가) 처방하기 전까지 NIMS(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도 확인을 해봐야 하고 이게 몇 년 전에 제가 알기로는 의사하고 약사하고 문제가 된 거로 알고 있어요. 그 상태에서 몰랐다? 글쎄요"라고 말했다.
마약류 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오남용을 막기 위한 처방 관리 시스템과 중독자를 위한 치료보호병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일이 되어버린 마약류 의약품 중독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인식을 갖추고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냉부해’도 되살린 ‘흑백요리사’…다시 시작된 셰프테이너 전성시대
온라인 기사 ( 2024.11.20 14:09 )